토양보전과
탄소중립을 위한
토양 관리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 고병구 과장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우리나라는 농업의 근간이 되는 흙의 소중함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매년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흙, 즉 토양이 먼저 건강해야 한다.
특히 이상기온으로 탄소중립이 전 세계의 과제가 된 상황에서
토양을 살리는 일은 곧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 고병구 과장을 만나
지속적인 농업을 위한 토양 관리 및 기술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농산물 생산의 기반이 되는
토양관리를 위한 연구 수행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 고병구 과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 고병구 과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는 지속 가능한 농업환경을 유지·보전하고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토양, 물, 양분의 종합관리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부서다. 토양조사, 토양물리, 토양화학, 식물영양, 비료자원 등 총 5개의 전문연구실로 구성되어 건강한 토양 보전을 위해 토양조사 분류와 정보 이용, 농경지 토양의 물리화학성 분석과 비옥도 관리 기술 등의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토양은 생물의 생산, 배양, 분해, 정화를 비롯해 양분과 수분, 탄소의 이동·저장, 그리고 생물다양성의 보존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생태계를 형성하는 필수 자원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무엇보다 인류 생존을 위한 식량 생산의 기반으로서 작물이 뿌리를 내려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여 농산물을 만드는 토대입니다. 따라서 토양이 오염되거나 유실되지 않도록 하여 지속 가능한 농업을 영위하도록 하는 일이 무척 중요합니다.”
작물을 재배하면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토양은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없어 소홀히 생각하기 쉽다. 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 끊임없는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듯 토양 역시 적절한 관리를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지속적인 농업을 위해서는 양분과 수분 관리, 비료자원의 안전한 농경지 활용 연구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농업 생산성을 위해 사용하는 비료는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작물 재배에 필요한 비료량이 얼마인지 알아야 하고, 작물 생육시기에 따라 비료를 주는 시기를 맞추어야 하며 작물이 비료를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정확한 위치에 주어야 합니다. 토양비료과에서는 농경지에 적합한 비료사용량 처방 등 농업인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농업환경정보시스템인 ‘흙토람’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익직불제 시행…
흙토람 통해 작물별
비료적정사용량 제공

농업환경정보시스템 ‘흙토람’은 전국 농경지 토양조사를 통해 구축한 토양특성 정보를 1:5000의 초정밀 전자지도로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농경지 토양검정자료와 작물별 비료사용처방, 물 사용처방 등 토양관리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매년 조사 분석한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2020년부터 공익직불제가 시행되었습니다. 공익직불제란 농업 활동을 통해 환경 보전, 농촌 공동체 유지, 먹거리 안전 등의 공익기능을 증진하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인데요. 공익직불제에서 중요한 첫 번째가 ‘환경보전’입니다. 화학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작물에도 오히려 병해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적당한 양의 비료를 사용하고 건강한 토양을 유지·보전하는 것은 국민 생활과 농업에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에서는 공익직불제 중 하나인 ‘화학비료 사용기준 준수’ 의무를 지킬 수 있도록 농경지에 pH, 유기물, 유효인산, 교환성 칼륨 등 토양화학성분 기준을 설정하고, 흙토람 비료사용처방을 통해 226작물을 대상으로 작물별 비료적정사용량을 제공하고 있다. 농업인들은 비료를 주기 전에 토양시료를 채취하여 전국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신청하면 ‘흙토람’에서 작물별 비료사용처방서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이행 점검 차원에서 화학성분 적정기준을 만족하는지에 대한 여부 점검도 지원받을 수 있다.
“흙토람의 비료사용처방을 활용하면 농가에서 사용하는 비료량을 약 26% 줄일 수 있습니다. 작물 생산성은 유지하면서 토양양분 집적을 예방하기 때문에 환경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농가의 경영비도 절감할 수 있지요. 국가적으로는 비료 사용 절감에 따른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토양비료과에서는 지속적으로 ‘흙토람’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에 관비 표준매뉴얼을 발간했으며, ‘흙토람’에서는 주요 시설재배 13작물에 대한 관비처방서를 대국민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밭작물 10종에 대한 생육단계별 물사용처방서를 대국민 서비스로 제공하여 누구나 ‘흙토람’에서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설 토경 재배지는 물과 비료를 함께 주는 관비시설을 설치해 작물을 재배하고 있지만 관비 매뉴얼이 없어 대부분 경험에 의존해 왔습니다. 관비처방서 및 물사용처방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작물에 적합한 관비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작물수량을 기준으로 토양의 잠재적 특성을 평가하여 4등급으로 64작물에 대한 토양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농가가 재배를 희망하는 작목이 다양해지고 토양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만큼 앞으로는 유사한 작물을 그룹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농경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토양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병구 과장

적정량의 비료를 사용하는 농업기술이
더욱 확대되어 보편화되고,
토양에 탄소를 더욱 축적하여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탄소중립과 디지털농업을 위한
국제토양정보센터 신설 추진

농업환경정보시스템 흙토람 메인화면
농업환경정보시스템 흙토람 메인화면
탄소중립과 디지털농업을 위한 국제토양정보센터 신설 추진 우리나라 농경지의 양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양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화학비료와 가축분뇨 등 비료를 적정수준 이상으로 사용했다는 뜻도 된다.
“토양비료과에서는 기술지원부서와 공동으로 2018년부터 킬레이트제 기술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설재배지에는 양분이 과다 집적되어 있는 곳이 많은데 작물이 이용하기 어려운 이 양분을 염류라고 합니다. 킬레이트제란 염류를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질로서 농업인이 비료량을 줄여도 생산량을 유지하고, 토양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2021년부터는 킬레이트제를 쉽게 녹여 사용할 수 있도록 용해장치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토양을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들은 곧 탄소중립과 연결된다. 토양관리를 통해 온실가스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토양 속에 격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량의 비료를 사용하는 농업기술이 더욱 확대되어 보편화되고, 토양에 탄소를 더욱 축적하여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토양탄소를 저장하기 위한 다양한 영농기술과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디지털농업을 확대할 수 있는 농경지 양분, 물 관리를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업무 추진을 위해 효율적으로 토양정보를 수집, 분석, 서비스할 수 있는 ‘국제토양정보센터’를 신설하여 연구시설과 인력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또한 국내 유일의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인 ‘흙토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법적근거 마련 및 사용자 접근성을 향상시켜나가겠습니다.”
현재 토양비료과는 3월 11일, 농업의 근간이 되는 흙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흙의 날’ 기념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제7회를 맞은 ‘흙의 날’ 기념 행사에서는 한국토양비료학회와 공동으로 ‘탄소중립과 디지털 토양관리’를 주제로 한 학술 토론회가 개최된다.
“데이터를 통한 정확한 토양관리 기술이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토양을 보존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흙의 날’ 기념 행사와 학술 토론회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