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법으로
우리의 먹거리와
삶의 터전을 보존하다

우리원농장 강선아 대표

글 ㅣ 김유진 사진 ㅣ 박형준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먹거리와 환경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함축한 말이다.
자연과 공존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쌀로 지은 먹거리는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친환경 유기농 오색쌀을 생산하는 ‘우리원 농원’은 옛 선조들이 하던 방법 그대로
화학비료나 제초제,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유기농’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던 1970년대부터 우리원농장은 자연과 사람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유기농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전남 보성에서 농업 6차산업을 이끌고 있는 ‘우리원농장’을 찾아갔다.

아버지의 뜻을 잇다

우리원농장 강선아 대표
우리원농장 강선아 대표
우리원농장을 이끌고 있는 강선아 대표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떠나기 전, 한 달만 부모님의 일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고향에 내려온 것이 그를 유기농업의 길로 이끌었다. 강선아 대표의 아버지는 유기농의 선구자로 불리는 강대인 명인이다.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경건한 마음으로 짓는 쌀로 ‘유기농 대부’, ‘쌀 도사’라고 존경을 받던 인물이다.
“부모님의 일을 도우면서 한국벤처농업대학 수업을 들었는데 거기서 아버지가 유기농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강의하시는 것을 들었어요. 그동안 잘 몰랐던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과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74년 쌀농사를 시작으로 1979년에 시작한 우리원농장은 벌써 43년째 배우고 나누는 농업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일을 이어받은 강선아 대표는 한 세대에서만 땅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그 다음 세대까지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시에는 친환경이나 유기농이라는 용어의 정립조차 되어있지 않을 때였어요. 정보가 많이 부족했지만 땅의 생명을 살리면서 우리의 생명도 지속한다는 부모님의 농업 철학이 깊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우리원농장은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염된 땅이 다시 정화되고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짧게 3년, 길게는 30년까지 걸린다. 관행 농업에 비해 수백, 수천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농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함께 유기농업에 대한 정보 부족과 청년 농업인으로서의 외로움이 물밀 듯 몰려올 때가 있었다.
“그렇게 힘들 때마다 ‘농사는 풀을 기르는 하농(下農)과 곡식을 기르는 중농(中農), 땅을 기르는 상농(上農), 마지막으로 사람을 기르는 성농(聖農)이 있는데 자연을 살리면서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도 농업인의 길이고, 바른 사람을 기르는 업 또한 농업인의 길이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가업을 잇는 것을 넘어 유기농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이젠 사명으로 느껴져요.”
유기농업으로 생산한 오색쌀

자연을 살리면서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도
농업인의 길이고, 바른 사람을
기르는 업 또한 농업인의 길이다.

맛과 품질까지 잡은 친환경농법

우리원농장은 쌀, 찹쌀, 녹미, 적미, 흑미의 친환경 오색쌀을 직접 개량하여 생산하고 있다. 화학비료, 농약 등 유해한 성분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전통 종자로 재배한 농산물이다. 흑미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여 신장 계열에 좋고, 향이 구수하다는 특징이 있다. 녹미는 동의보감에 소개되어있을 정도로 당뇨, 소화계통 등 영양학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다.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나기 때문에 생식도 가능하다.
“흑미와 적미도 각각의 영양학적 특징이 두드러져요. 현재는 직접 품종을 개량했지만, 초창기에는 토종벼가 많이 없어서 일본의 유기농업인들과 종자를 교류하기도 했어요. 각 쌀들은 한 끼 분량대로 소분이 되어 있어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는데 자취생들이나 1인 가구에도 반응이 좋습니다.”
강선아 대표는 바른 먹거리를 제공해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쌀을 생산하고 있다. 효소액, 백초액과 참솔, 산매실 등의 발효진액, 오랜 시간 숙성을 거친 장류와 장아찌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저희는 벼농사 외에 밭농사도 많이 지었어요. 당근, 케일 같은 밭작물을 납품하다가 규격화된 것만 원한다는 것을 알고, 크고 작은 농산물을 활용하기 위해 발효진액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진액은 밭에도 뿌리면서 비료로도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법에도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 벼 포기 사이사이를 넓게 하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오리농법이나 침수농법, 백초액 살포 등 자연 농법으로 논과 벼를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물을 깊이 대는 침수농법은 제초효과까지 있어요. 거기에 우렁이와 쌀겨도 넣어 효과를 더 높여줍니다. 논에서 나온 부산물을 다시 논으로 넣어서 친환경, 유기농법을 완성합니다. 소비자가 안심하며 먹고, 자연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강선아 대표의 세심한 손끝에서 태어난 쌀은 모두 환경 품질인증을 받고 출하된다. 사람과 자연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아버지의 신념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었다.
고추장 등 발효식품을 숙성하고 있는 장독대들
고추장 등 발효식품을 숙성하고 있는 장독대들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발효식품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발효식품

유기농업의 가치를 살리는 노력

강선아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유기농 식품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년농업인연합회(청연)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으로서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젊은 농업인들의 꿈을 응원하기도 한다.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교육과 체험활동을 진행하며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는 청년들이 농촌에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꾸준히 방안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친환경 소비문화를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지속하여 농업인들의 노력과 철학이 담긴 자연친화적 농산물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유기농업은 생산활동이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건강한 먹거리는 나와 내 가족의 건강도 지키지만, 더 나아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식량 안보를 지키는 정신으로 이어진다.
“‘평화(平和)’라는 글자에는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쌀이 들어간다라는 뜻이 담겨있어요. 우리원농장은 그 뜻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농업인들도 그렇고요. 농산물의 가치가 인정받고, 농업인의 땀과 눈물이 보람과 행복으로 돌아오기까지 더 노력해야죠.”
우리원농장
주소 :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벌교마동길 146
연락처 : 061-857-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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