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작년에 벼농사가 힘들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계속 농사를 지을 때마다 잘 안되고, 아내는 이제 농사일은 그만하라고 하고, 아들딸들은 커 가는데 돈도 안 되고 힘들다고 ‘자식농사를 잘 지으려면 벼농사를 그만두고 막노동이라도 해야지’ 라고 하며 푸념처럼 말하지 않았나?”
“그랬지, 뭔지 모르겠지만 신기술은 자꾸 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까막눈이라 알 수도 없고, 어디 가서 배울 수도 없어. 못 배운 것이 한이 된다네…”
그렇게 커피숍에서 농업인 두 분의 이야기가 자꾸 제 귀 속으로 파고 들어왔습니다. 이천에 살고 있는 저는 한집 걸러 한집은 벼농사를 하거나 농촌에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벼에서 나오는 왕겨를 배달하는 일을 하십니다. 가끔 집에 오셔서 농사짓는 분들의 고충을 이야기하실 때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린매거진>을 만났습니다. 전주에 사는 동생과 토요일 저녁에 커피 한 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동생이 농촌진흥청에서 발행한 월간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난 당신을 보러왔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때마침 <그린매거진> 196호에 실린 ‘세네갈에 벼 품종 개발·보급으로 농업 분야 자립을 일구어내다’라는 제목의 농스타 강경호 연구원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국내외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특성이 다른 벼를 교배한 후 수술(꽃밥) 안에 있는 화분세포를 배양하는 약배양기술을 비롯하여 야생벼를 활용하는 육종, 돌연변이 육종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간절함이 있는 곳에 기적이 있다고 했던가! 저는 한달음에 아버지께 달려가 <그린매거진>을 전해 드렸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소중한 자식처럼 느껴졌습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말을 듣고 마을회관에 벼농사하시는 분들을 모아 <그린매거진>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어떻게 되었냐고요? 어르신들은 기술, 품종, 재배 방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하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잡수시고, 농촌지원센터로 찾아가서 지금은 학생이 되었습니다. 한 가지 바람은 아직 글을 읽지 못하시는 취약계층의 농업인을 위해 소리로 읽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200호를 발행하는 동안 어떤 분들은 청년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중년의 신사가 되었을 것이고, 또 어떤 분들은 다른 일을 하고 계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 호마다 분명 저희처럼 절실히 필요한 분들에게 그 손길이 닿았으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수고와 헌신이 있기에 농촌에 계신 분들이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린매거진>을 통해 저도 친정집 작은 마당에 농사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열매가 될 때 한번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어느 시골마을 각별한 마음으로 시작한 한권의 잡지가 큰 결실이 되어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