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상류 어스름 위 착지하는 철새들의 날갯짓 끝에
새벽녘의 깃털 방패 얻어맞은 채 미소 짓고 있는 평야
기지개를 남긴다 머리맡에서 환하게 울리는 간두령
지평의 눈가에 주름이 잡힌다
오, 다들 와서 풍요로운 곡조를 향해 열어주오 가슴에 큰 이중창을!
벼꽃 한 아름 안겨주고 싶은 듯
허리 편 하늘 어깨로 땀 닦으려 하는 구레나룻에
손수건 밑단을 건네는 미풍의 종아리 가늠하면서
페달을 구르는 물레방앗간 물길을 따라가네
유서 깊은 자전거처럼 군데군데 벗겨진 그늘코
눌러쓴 밀짚모자의 바큇살 자신의 윤회를 알리며
강 하구의 귓바퀴를 밟는다
느리게 쏟아지는 오후 시비되는 별똥들의 윤작법
오, 그대들 너그럽지 않은 미간이라면
이제라도 거둬들임이 어떠오
우리네 순금 작물들의 현전이 놀랍지 않소?
저 자신이 누구인 줄도 모른 채 울고 있는
전통지식의 순진무구 잠깐 서러웠던 수고 아름다운 그 필기체!
저 바다에 휘갈겨진 양 보이는 태양의 노숙한 서명을 보시게
파도를 말아 쥐는 주먹 끊임없는 만경의 기상 보람찬 겨드랑이
펼쳐드는 귀갓길 난간 없는 달의 진흙 테두리 어느 시절을
비손하고 있는 오밤중 이마께 날아가는 새 이윽고,
탄생하는 먼동의 학술적인 배냇저고리
밥 짓는 부엌 살 냄새 옹알거리는 농가의 등불 입술 사이
젖을 물리는 산자락 아랫목을 훔치다
풀어헤친 옷고름 앞섶에서 조용히 하품하는 아, 축복을
그만 내가 알아버렸네-빛나는 어부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