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착유기 국산화 성공으로
국내 디지털 정밀낙농을
앞당기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낙농과 기광석 연구관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낙농가가 연간 젖소 1마리에 투입하는 노동시간은 약 71시간이다.
그 중 42%인 무려 30시간이 착유작업으로, 낙농인들은 고강도의 육체노동에 시달려 왔다.
해외에서 개발된 로봇착유기가 있지만 높은 비용으로 인해 낙농가에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낙농과 기광석 연구관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로봇착유기를 개발하여 국산화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 디지털 정밀낙농의 문을 연 기광석 연구관을 만나봤다.
낙농가 노동력 절감을 위한
로봇착유기 개발 필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낙농과 기광석 연구관
낙농가에서 젖소 우유를 짜는 일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가장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연중 쉼 없이 매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농장주에게는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낙농업 경영주의 연령 분포는 60대 이상이 47.5%, 70대 이상도 5.8%에 달하여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들도 강도 높은 육체노동 때문에 낙농업을 기피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낙농산업의 도입단계인 1960년대에는 주로 손으로 착유를 했었습니다. 1980년대 접어들면서는 착유마릿수가 점차 많아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진공압을 이용한 바켓식 착유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이후 파이프라인 착유기를 거쳐 2000년대에는 헤링본식, 텐덤식, 병렬식 착유시스템으로 발전되어 왔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실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낙농가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착유시스템은 헤링본과 텐덤식이며, 2006년부터 도입된 외국산 로봇착유기는 전체 낙농가 약 6,100호의 2% 정도에서 153대가량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 외국산 로봇착유기가 일부 도입되어 있지만 장비 가격이 3억 5,000만 원 정도로 고가라 초기 투자비와 유지관리비가 높아 낙농가에 부담이 되어 왔습니다. 또한 고장이나 이상이 생겼을 때 신속한 사후관리를 받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로봇착유기는 낙농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과 북미가 중심이 되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마켓앤드마켓츠(Market and markets)’ 자료(2017년)에 따르면 세계 로봇착유기 시장은 약 13억 2천만 달러에 달하는 규모를 형성하고, 연평균 약 11.1%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에는 약 24억 8천만 달러 시장 규모가 예상되고 있어 우리나라 낙농가 실정에 맞는 로봇착유기 국산화로 관련 산업 경쟁력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로봇착유기국산화 성공
그동안 우리나라는 로봇착유기 국산화를 위해 2차례 연구·개발을 시도했지만 시스템 구동 속도, 로봇팔 개발 등에 어려움이 있어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광석 연구관은 지난 2017년부터 로봇착유기 개발과제를 담당하던 최희철 연구관이 퇴임으로 연구과제가 중단될 위기에 있는 것을 2020년부터 물려 받아 총 5년(2017-2021)의 연구만에 2021년 로봇착유기 국산화에 성공하여 국내 디지털 정밀낙농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광석 연구관이 개발한 로봇착유기는 착유스톨 상단과 로봇팔의 장착된 카메라로 유두인식이 가능하며, 일체형 착유컵으로 유두 세척, 전착유, 착유, 소독 과정을 착유모듈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착유컵을 세척하여 청결한 위생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착유컵 분무세척 및 증기소독 기능을 탑재했으며, 1일 3회 내외로 정기적인 우유관 라인세척을 수행하고 유방염이 발생한 젖소를 착유했을 때는 추가 세척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번 개발에서는 3D카메라를 이용한 유두인식기술을 적용해 정확도와 시스템 구동 속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국산 산업용 로봇팔을 활용함으로써 안정성을 확보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국산 로봇착유기의 경우, 유두감지는 2대의 3D카메라와 엉덩이 좌표를 이용해 인식하고 유두세척은 일체형 착유컵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외국산과 큰 차이가 있다. 3D카메라를 이용한 유두인식 기술은 빠른 유두감지 인식능력과 유두의 색상을 구분하지 않고 찾아내는 능력이 우수하다.
또한 외국산 제품의 경우 세척→착유→침지가 따로 진행되어 각각 유두를 인식해야 하는 반면, 일체형 착유컵은 한 번에 유두를 인식하여 세척→착유→침지의 모든 공정이 완료되도록 했다. 이처럼 착유작업이 단순화되면서 가축 스트레스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봇착유기 국산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전 연구의 실패 요인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연구에서 개발이 지연됐던 로봇팔을 국산 산업용 로봇팔로 적용하여 안정성과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선진화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고 독자적인 기술 요소를 더해 기존 개발 로봇과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
로봇착유기 국산화를 통해
낙농가의 노동력과 인건비를 절감하고,
데이터 기반의 생산효율 극대화와
동물 건강·복지를 고려한
종합적인 경영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특허 18건 출원·등록…
2023년부터 낙농가 보급 예정
국산 로봇착유기의 착유 성능은 외국산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마리당 체류시간, 1일 착유 가능 횟수, 1일 마리당 3회 착유 시 로봇착유기 대당 착유 가능 마릿수 등이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비 가격은 2억 원 내외로 외국산 로봇착유기 가격의 60% 수준으로 낮췄으며, 소모성 부품은 상용제품을 사용하도록 하여 외국산 로봇착유기 절반 수준의 유지관리비로 운영이 가능하게 하여 낙농가의 초기 투자비 부담을 줄였다.
“로봇착유기를 통해 젖소의 우유생산, 번식 등 다양한 생체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외국산에서 얻어진 정보는 개발 회사로 보내져 국내에서 활용하는 데는 애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국산 로봇착유기를 사용하면 여기에서 얻은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이용함으로써 질병관리와 정밀 사양기술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개발된 로봇착유기는 외국산과 차별화된 기술로 18건의 특허 출원 및 등록을 마쳤다. 올해에는 3개소(논산, 이천, 횡성)에서 시범사업 등을 거쳐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낙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로봇착유기가 농가 현장에서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전문가 종합기술을 지원하고, 참여기업에서는 사후관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망을 구축·운영할 방침이다.
“로봇착유기 국산화를 통해 낙농가의 노동력과 인건비를 절감하고, 데이터 기반의 생산효율 극대화와 동물 건강·복지를 고려한 종합적인 경영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과 디지털 정밀낙농 조기 구현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낙농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산화에 성공한 로봇착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