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디어가 완성한
디지털농업의 혁신
도넛팜 도상규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농업회사법인 도넛팜은 이색적인 스마트팜 구축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도넛 모양처럼 생긴 회전식수경재배기계.
이 기계에서는 연중 신선한 채소를 수확할 수 있으며, 일반 노지재배보다 수확량이 무려 30배가량 높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29살의 청년농업인 도상규 대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디지털농업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기존 노지재배보다
수확량 30배 높아
도넛팜 도상규 대표
강원도 고성에 자리한 도넛팜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도넛처럼 생긴 원통 모양의 기계다. 원통 안쪽으로는 식물들이 촘촘히 식재되어 재배되고 있다. 모종의 뿌리는 원통 바깥으로, 잎은 안쪽으로 향하게 심어져 있으며 원통은 물레방아와 같이 천천히 회전한다.
“이 기계의 공식명칭은 ‘회전식수경재배기계’입니다. 원통이 회전하면서 하단에 설치된 양액 통에 배지와 뿌리가 닿아 영양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원통 가운데에는 LED 장치가 있어 광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농작물 재배 방식을 완전히 탈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전식수경재배기계’는 면적 대비 수확량이 높다. 노지재배는 3.3㎡에 약 30포기 식재를 권장하고 있지만 이 기계는 같은 면적에 최대 800포기를 식재할 수 있다. 또한 1단부터 2, 3단까지 수직설치가 가능하고, LED로 광원을 대신하기 때문에 1년 내내 밤낮의 제약을 받지 않고 생산할 수 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지만 노지재배에 비해 수확량이 30배 정도 높습니다. 물 사용량도 일반적인 수경재배의 절반밖에 안 되고요. 이 기계에서는 상추, 근대, 케일 등 엽경채류를 재배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데요. ICT 기술을 적용하여 작목마다 다르게 LED 조명과 회전 시간을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최대 수확량을 얻을 뿐만 아니라 노동력 절감 효과도 있는 것이죠.”
‘회전식수경재배기계’는 조립식 형태로 제작되어 공간과 작목, 필요에 따라 크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도넛팜은 모양은 동일하지만 재배방법, 회전 방향 등에서 차별화를 줌으로써 재배할 수 있는 작목과 활용 범위를 점차 확대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6년의 시행착오 끝에
회전식수경재배기계 개발 성공
도넛팜이 박람회 등을 통해 ‘회전식수경재배기계’를 선보일 때마다 사람들은 ‘허를 찔렸다’라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온도나 습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심이었지만, 도넛팜은 식물이 자라는 터전 자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는 농업에 대한 접근 자체가 달랐던 도상규 대표의 도전 덕분이다.
“농사를 짓는 집안도 아니었고 저도 건설업 분야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스마트팜을 접하곤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일 년 반 동안 전국의 체험농장을 돌아다녔어요. 그런데 체험프로그램이나 스마트팜 시설이 대부분 비슷하더라고요. 남들과 차별화된 방향을 고민하면서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도넛팜
도넛팜에서 개발한 회전식수경재배기계
배지를 옆으로 눕혀서 재배하는 새싹삼
도상규 대표는 식물을 키우려면 중력, 빛, 물, 바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실내에서 이 모든 걸 충족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사(NASA)에서 발행한 논문까지 찾아보면서 자신만의 스마트팜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중력이 있으니 작물도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원통을 회전시키면서 원심력, 즉 인공중력을 만들어주게 된 것이죠. 빛은 LED 불빛으로, 물은 양액을 넣은 물통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원통을 회전시키자 자연히 바람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렇게 ‘회전식수경재배기계’ 초창기 모델이 완성되었다. 투박한 모양이었지만 하우스 안에서 실험재배를 해보니 작물이 빠르게 자랐다. 성공적인 결과였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작물의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재배실험을 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계속 테스트를 하면서 재배에 가장 적합한 작물, 회전속도, 양액의 양 등을 찾아갔죠. 그렇게 6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
4차 산업인 ICT융복합사업이
도넛팜 기계와 함께
도시 및 농가에 보급된다면 누구나
쉽고 편한 생산관리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농업기술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
식량 문제 해결과
미래 먹거리 산업 리드할 것
도넛팜 체험공간 전경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도넛팜의 ‘회전식수경재배기계’를 공급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농장은 물론 학교, 노인정, 병원, 회사, 아파트 등에서도 도시농업, 치유농업의 일환으로 기계 설치를 희망하는 것이다.
“아직은 기계를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단순히 기계만 공급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양액, 배지 등을 계속 제공해 줘야 하기 때문이죠. 저희는 금구경이 밖으로 나와 있어서 밀도가 어느 정도 있는 배지를 사용해야 물이 흐르지 않아요. 그래서 기계 대여나 배지 등의 정기배송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도상규 대표의 목표는 온 국민이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가정용, 학교, 노인정, 아파트 등 유휴공간에서 ‘회전식수경재배기계’로 농작물을 직접 키우며 농업과 친해지길 바라고 있다. 현재는 인근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농업의 미래가치를 전하고 있는 중이다.
“2020년 6월에 도넛팜 체험농장을 오픈하고 6개월 동안 2,500명 정도가 방문하셨어요. 제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호응이 좋아서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는 수출을 성사시키고, 체험농장 규모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식량이 부족한 국가들을 위한 벼 수경재배를 꼭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세계의 식량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우리나라가 미래 먹거리 산업을 리드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