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에서
농작업 전 자동화를 꿈꾸다

월화수목금토마토 김태훈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스마트팜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지만 이를 실제로 농장에 적용하고, ‘제대로’ 활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
스마트팜은 모든 기술이 대신 농사를 지어주는 게 아니라 농장에 맞는 환경제어와 관리를 농업인이 직접 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 익산으로 귀농해 스마트팜에서 대추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월화수목금토마토 김태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마트팜으로 대추방울토마토
생산량 올려

월화수목금토마토 김태훈 대표
들으면 슬쩍 웃음이 나오는 월화수목금토마토는 김태훈 대표가 일주일 내내 신선하고 맛있는 토마토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마음에 지은 이름이다. 새콤달콤한 대추방울토마토를 맛보기도 전에 신선한 재미를 주는 농장이라니. 농장 이름만큼 농사에도 특별함이 있지 않을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농장에 들어서자 마치 연구실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정보통신기술인 ICT를 이용한 스마트팜을 이용해 대추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온실 환경, 생육, 생산량 데이터를 매일 수집해 분석하고, 스마트팜으로 비닐온실 내부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토양, 광(光) 등을 제어합니다. 재배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김태훈 대표가 직접 작물 생육을 살피는 것은 물론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육 상태를 확인하니 문제점을 일찍 발견해 예방할 수 있고, 작물에 필요한 조치를 시의 적절하게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월화수목금토마토는 3.3㎡당 방울토마토 60kg을 수확하고 있다. 다른 방울토마토 농장이 평균 3.3㎡당 40kg을 수확하는 것과 비교하면 1.5배나 높다. 4,600㎡ 규모 농장에선 김태훈 대표와 직원 2명이 일하고 있다. 원래 직원 3~4명을 써야 하는 규모와 생산량이지만 스마트팜 덕분에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 설치된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환경을 제어하니 농장 규모에 비해 적은 인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업무량도 크지 않고요. 저는 원래 농사를 지었던 사람이 아니라 아마 스마트팜이 아니었다면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덕분에 귀농하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IT 회사 직장인에서
스마트팜 귀농인으로 변신

김태훈 대표는 원래 서울에서 IT 회사를 다니며 직장생활을 했다. IT 업계 특성상 야근과 주말근무가 잦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가 어느 날 귀농을 권유했다. 직장생활이 힘드니 하루라도 빨리 미래 성장 가능성 있고, 오래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 보자는 것이었다.
“6개월 동안 저는 싫다고 하고 아내는 권유하는 일을 반복했어요. 그러면서도 조금씩 농업에 대해 알아보긴 했었지요. 그러다 사과나무에 농약을 안 치고 그대로 두니 잘 자랐다는 경험이 담긴 ‘기적의 사과’라는 책을 읽고 나서 과수농사를 짓기로 결심했습니다.”
김태훈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 과수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과를 심고 수확하기까지는 5년이 걸렸다. 막막하게만 느껴진 김태훈 대표는 체리농사로 방향을 바꾸고 19,800㎡ 규모로 땅까지 샀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체리는 과실이 생리적 원인이나 외부의 물리적 힘으로 인해 갈라지는 현상이 있어 해결책이 필요했다.
“비가림하우스를 설치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전라북도 농식품인력개발원에서 온실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스마트팜을 접했습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농사를 짓는 게 마음에 들었죠. 제가 하던 일과도 유사한 점이 있었고요. 그때부터 온실교육, 스마트팜에 대한 교육은 전부 다 들었습니다. 총 250시간 정도 들었는데, 의무적으로 채운 게 아니라 정말 즐거워서 들었지요.”
작목은 온실에서 재배가 쉬운 토마토로 결정했다. 그리고 2018년 익산으로 귀농해 2019년부터 온실 공사를 진행했다. 온실과 스마트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컸지만, 국가보조사업 지원을 받으며 완공할 수 있었다.
“당시 익산엔 스마트팜 농장이 없어서 관련해서 지원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나중엔 많은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이번에 농촌진흥청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 현장실증 사업도 익산시를 통해 알게 되어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팜 설비를 설명하는 김태훈 대표

농작업 전 자동화는
아직 미래 일 같긴 합니다.
그래도 지금 기술 발전을 생각하면
10년 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로봇친화적인 스마트
유리온실을 꿈꾸다

현재 월화수목금토마토 농장에는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 한 대가 열심히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현장실증 사업으로 농업 현장에 보급되기 전 기능 테스트를 통해 개선사항을 도출해 기술 고도화를 하게 된다.
“저는 새로운 기술을 농장에 도입하는 게 무척 좋습니다. 노동력, 인건비를 생각하면 결국 스마트농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현장실증 사업으로 미리 기술을 체험·확보할 수 있다는 건 큰 자산입니다.”
김태훈 대표는 현장실증을 위해 복도 폭을 1m 늘리는 공사도 했다.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을 사용해볼 수 있다면 투자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을 사용한 후 방제에 들어가는 노동력과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전엔 반자동 방제 로봇을 사용했는데, 기계를 레일에 끌어서 옮겨야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은 전원만 켜주면 바닥에 부착한 바코드 센서를 읽고 스스로 레일에 들어가 방제 작업을 합니다. 사용하다 보니 노즐 위치 조절 등이 필요해 농촌진흥청에 전달한 상황입니다. 농업 현장에 보급되어 여러 농가들이 잘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적절한 피드백이 중요하는 생각에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김태훈 대표는 농작업 전 자동화를 꿈꾸며 로봇친화적인 스마트 유리온실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작업 전 자동화는 아직 미래 일 같긴 합니다. 그래도 지금 기술 발전을 생각하면 10년 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 현장 실증을 하며 시야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다른 농업인 분들도 스마트팜과 새로운 기술에 열린 마음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단, 스마트팜은 직접 환경제어를 해줘야 100% 활용 가능합니다. 적극적인 자세로 배우면 누구든 할 수 있으니 도전해보셨으면 합니다.”
스마트팜에서 생산한 대추방울토마토
작동 중인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