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넘어
갓소농이 되다

갓소농 김기훈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전예영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경북 안동 갓소농은 3년이란 긴 팬데믹 상황에서
공동협업마케팅으로 온라인 유통 확대와 비용절감, 품질향상 등을 이뤄냈다.
강소농을 넘어 갓(God, 최고를 뜻하는 신조어)소농으로 성장해
농촌진흥청 『2022년 강소농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갓소농의 김기훈 대표를 만났다.

공동협업마케팅 자율모임체
갓소농 결성

갓소농 김기훈 대표
선비의 고향인 안동은 한때 전국에서 사과가 가장 많이 생산되던 곳으로, 어디를 가도 사과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 재배지가 점점 북상하면서 농업인들도 새로운 작목에 도전하거나 가공식품을 개발·생산하는 등 여러 대안을 고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갓소농 김기훈 대표는 농촌진흥기관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고향인 안동에서 푸룬과 사과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안동은 사과 재배면적 전국 3위로, 인근 생산지에 비해 품질 경쟁력은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는 낮은 상태입니다. 또한 공판장 수매 의존도가 높다 보니 제값을 받기 위한 새로운 유통망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푸룬 역시 수익성이 높은 과수이긴 하지만, 재배 기술 매뉴얼이 정착되지 않아 품질 향상이 필요했습니다. 생과로 판매가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가공식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특히 푸룬은 고소득 작목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산자가 유통업체로부터 제 가격을 받기는 어려웠다. 직거래가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팬데믹 상황이라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해야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60대인 김기훈 대표가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쇼핑몰이나 SNS 홍보를 하기란 어려웠다. 마침 경상북도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한 강소농 교육에 참여하며 자율모임체인 갓소농을 함께할 동료들을 만나게 됐다.
“강소농 교육엔 저처럼 나이가 있는 농업인부터 청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있었습니다. 재배하는 작목도 다양하고 농업인들마다 상황도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온라인·마케팅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수업을 들으며 스마트스토어와 블로그 운영 등을 배우고, 더 나아가 자율적으로 갓소농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23개 농가들이 함께하는
마케팅과 온라인쇼핑몰

갓소농에는 농업인 총 23명이 참여했다. 23명이 모이니 사과, 푸룬, 배, 생강, 벼, 샤인머스캣 등 8개 작목과 안동참마요거트, 국화차, 생강청, 쌀조청, 사과청·즙 등 25개 가공식품, 딸기 따기와 천연염색 등 체험프로그램도 모아졌다.
“혼자서 마케팅과 온라인 판매를 하기란 어렵습니다. 청년들은 온라인에 익숙하지만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사실 컴퓨터를 다루는 것도 힘들죠. 반대로 아무래도 재배기술에서는 경력이 오래된 농업인들이 청년들에게 노하우 등을 전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게 갓소농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갓소농 회원들은 한 달에 1~2회 모임을 갖고 활동방향을 논의하고 다양한 과제를 함께 수행했다. 그 중 하나가 블로그 100일 포스팅 도전이다. 각자 블로그를 만들어 하루에 하나씩 포스팅을 하며 홍보를 시작한 것이다. 농사일지를 쓰거나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을 소개하는 등 자유로운 포스팅이 진행됐다.
“자신의 농산물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들의 농산물과 가공식품, 체험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며, 갓소농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도 운영하며 갓소농 회원들의 SNS 활동을 통해 고객 2만 6,500여명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3월부터 6월까지는 온라인 쇼핑몰 구축 교육을 받고, 8월에 안동갓소농 공동쇼핑몰을 열 수 있었다. 또한 개별 스마트스토어도 회원 모두가 열며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안동갓소농 공동쇼핑몰에는 약 50여개 상품을 판매 중입니다. 농산물은 출하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상품이 다양해야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또한 사과를 사러 왔다가 다른 좋은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함께 구입할 수도 있지요. 사과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샘플로 사과즙이나 국화차 티백 등을 넣어 홍보할 수도 있습니다.”
갓소농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기훈 대표

갓소농은 안동지역 농업인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책임감 있는 농업인들이
더 많이 함께하면서 강소농, 그리고
공동협업마케팅의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율과 책임 갖고
안동 농산물 판매망으로 성장할 것

갓소농은 공동쇼핑몰을 열기 위해 농업회사법인을 냈지만, 법인을 위한 수익을 남기지 않는다. 정가 매입·정가 판매 후 스마트스토어 수수료만을 공동 기금으로 부담하고, 수익은 분배하고 있다. 주문 취합은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담당하고, 대표 역시 일정 기간 임기를 마치면 다른 구성원으로 교체된다.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 재능기부를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드론과 사진을 잘 다루는 회원이 23개 농가들의 상품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해주었습니다. 전문가에게 의뢰했을 때와 비교하면 2,300만 원을 절약할 수 있었지요. 상표 등록, 로고와 브랜드 제작도 직접 하면서 2,400여 만 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사과 수확 등 일손 돕기를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도 있습니다.”
김기훈 대표는 갓소농이 앞으로도 잘 운영되기 위해 ‘자율’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다른 회원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마케팅이나 재배기술에 재능이 많아서 다른 회원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럼 그 도움을 받는 회원은 라이브방송을 할 때 궂은 일을 좀 해준다든지 해서 서로 도움을 줘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갓소농 취지에도 맞게 않고, 앞으로 운영이 어려워집니다. 누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앞으로 갓소농은 온라인 쇼핑몰과 라이브커머스를 더욱 활성화해 브랜드를 알리고, 농산물 판매장 조성, 푸룬빵, 푸룬잼, 흑미빵, 사과티라미수 등 상품 개발, 갓소농 회원 농산물을 이용한 반찬류 개발·판매 등을 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안동 농산물 판매망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2~3년은 꾸준히 노력해야 자리가 잡힐 것 같습니다. 갓소농은 안동지역 농업인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책임감 있는 농업인들이 더 많이 함께하면서 강소농, 그리고 공동협업마케팅의 좋은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갓소농 회원들
2022년 강소농 우수사례 경진대회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