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자연으로 떠나는
횡성 여행

횡성은 강원도에서 여행지로 많이 이야기되는 곳은 아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동해바다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주로 강릉이나 속초를 찾는다. 하지만 그래서 횡성은 더 매력이 있는 곳이다. 자연 그대로를 담고 있는 빼어난 경관을 즐길 수 있고, 바다 대신 횡성호수길을 따라 걸으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횡성 공근면 해발 300m에 자리한 예다원도 그런 곳이다. 예절교육 지도사이자 차(茶) 연구가인 이혜경 대표가 운영하는 농장으로,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한옥과 새들의 지저귐만 들리는 평온한 분위기를 간직한 곳이다.

예다원에 방문하면 가장 먼저 이혜경 대표가 준비한 따뜻한 차와 다과를 맛볼 수 있다. 전통 다기를 이용해 따뜻하게 우려내는 차는 눈으로, 향으로, 맛으로 세 번 즐길 수 있다. 이혜경 대표는 양손으로 찻잔을 가볍게 감싸 쥐고 배꼽 부근에 둔 후 눈만 살짝 내려 차의 빛깔을 감상하라고 권유한다. 그 다음으로 쇄골 부분으로 찻잔을 들어 따뜻하게 올라오는 김으로 향을 맡은 후 천천히 마시면서 맛을 음미하면 된다.

이혜경 대표는 “동양은 예로부터 차 문화가 발달했는데, 우리나라는 차를 대하는 예절이라는 뜻으로 ‘다례(茶禮)’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다도(茶道)’, 중국에서는 ‘다예(茶艺)’라고 한다”며 “우리나라는 예절을 갖추는 것을 중시했다면 일본은 차 온도와 시간에 엄격하고 중국은 차를 따르는 화려한 기술 등으로 마치 예술 공연과 같이 차를 즐겼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예다원에서는 다례 체험을 통해 우리 차 역사와 문화, 예절을 배우고 실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기에 이혜경 대표가 직접 키운 다양한 꽃과 산에서 채취해온 야생화 등을 잘 말려 만든 여러 종류의 차와 말린 꽃을 넣은 전통강정도 맛볼 수 있다.

이밖에도 온돌방에서 숙박을 하며 찻잎을 덖어 차를 만드는 제다(製茶)체험, 계절별 전통음식 만들기, 떡·감자 화로구이 외갓집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식도락이다. 횡성 청일면에 위치한 윤가이가는 귀농한 윤옥자 대표가 남편과 함께 직접 재배한 더덕을 활용한 음식을 선보이는 농가맛집이다. 횡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개최한 한상차림경연대회에서 더덕영양밥상으로 최우수상을 타면서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농가맛집을 시작했다.

대표메뉴인 더덕영양돌솥밥 코스요리는 단호박죽을 시작으로 다양한 채소에 채 썬 생더덕을 올린 후 포도식초를 뿌린 더덕샐러드, 밀쌈에 표고버섯과 더덕, 한우를 볶은 잡채를 싸먹는 더덕잡채밀쌈, 땅콩가루를 넣어 고소한 더덕튀김, 육즙이 풍부한 더덕한우떡갈비, 매콤한 더덕무침,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 등이 차려진다. 찹쌀을 넣어 쫄깃한 더덕섭산삼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돌솥밥 누룽지까지 뜨끈하게 먹은 후엔 농가맛집 주위를 천천히 산책해도 좋다. 봄과 가을엔 앞마당 정원에서 다양한 꽃을 감상할 수 있고, 눈이 내리는 겨울엔 소나무 위에 피어난 눈꽃들을 만나볼 수 있다.

차로 10분 거리인 횡성호수길은 외국 관광지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풍광을 자랑한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다.

예다원에서 윤가이가로 가는 길은 차로 40여 분 걸린다. 시간이 꽤 소요되지만 차를 타고 가면서 풍경을 즐기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투명할 정도로 깨끗한 호수길은 겨울에 더욱 빛을 발한다. 겨울왕국에 온 것 같이 새하얀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창문을 살짝 내리고 차가운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셔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답답했던 머리와 가슴에 청정한 횡성 공기가 가득 들어차며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와 함께 횡성을 대표하는 산 중 하나인 태기산 드라이브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산세가 웅장하고 정상에 오르면 주변 산야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명산이다. 경사로도 급하지 않아 운전하기 수월하며 어느 계절에 가도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하는 곳이다.

여행지를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자연 풍경만큼 좋은 게 있을까. 아름다운 횡성에서 바쁜 일상에 쉼표를 찍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