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쌈 노래 따라 거닐며 목화꽃처럼
피어나는 행복을 느끼다
화순군 길쌈마을
글 ㅣ 김그린참고자료 ㅣ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
채혜성 농업연구사
전라남도 화순군 내평마을은 ‘길쌈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사라져가는 우리의 문화를 되살려 길쌈놀이를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내평리 길쌈 노래는 화순군 향토문화유산 46호이며, 2016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마을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지켜낸 우리의 문화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정성으로 가꾼 마을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내평마을 표지석이 방문객들을 맞이해 준다. 내평마을은 내촌마을(안골, 우데미)과 평림마을(들모실 마을)을 합쳐서 부르게 된 이름이다. 또한 현재는 길쌈 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마을로, 길쌈마을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는 두 가지 이름이 모두 쓰인다.
마을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서 벽화를 만나게 된다. 벽화는 주로 목화와 길쌈을 소재로 한 것인데, 하얀 솜꽃이 핀 목화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목화 특유의 포근함이 전해져 온다. 천천히 둘러보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마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느껴진다. 벤치 하나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예쁜 색깔 페인트를 칠해 보기 좋게 만들었다. 마을 구석구석에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내평마을은 옛날부터 목화를 심어 키웠다. 목화밭을 매고 목화솜을 따서 물레를 돌리고 베를 짜며 길쌈을 했다.
요즘 세대에게는 길쌈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길쌈이란 목화를 주재료로, 풍성하게 자란 솜을 채취해 물레에 돌려 실을 뽑아 베틀에서 옷감을 짜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풍년이어도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던 시절, 여성들은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목화를 심고 길렀다. 그리고 농사일을 마친 후 늦은 밤까지 길쌈 노동을 했다.
하지만 길쌈은 자취를 감추었다. 산업화가 되며 공장에서 나일론 등의 새로운 옷감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1960년 즈음, 내평마을에서도 목화밭이 사라졌다. 길쌈 노래 또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는 사람들
내평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사라져가는 전통을 계승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래서 지난 1990년 남도문화제에 출전해 물레 노래와 베틀 노래를 곁들인 길쌈 놀이를 재현했다. 길쌈 노래를 들으면 왠지 눈물이 난다. 고된 길쌈을 하면서 부르던 노래이기에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집살이의 고단함, 친정에 대한 그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하루하루가 길쌈 노래 한 곡에 담겨 있다.
‘길쌈마루 전수관’에 가면 길쌈을 하는 전체 과정을 알아보고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바구니 한가득 담긴 목화솜을 손질하다 보면 그 부드러운 감촉에 마음이 녹는다. 물레와 베틀 등을 직접 만지고 돌려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내평리 목화는 매년 유전자 변형 검사를 통해 그 씨앗의 전통성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잠시 마을카페에 들러 휴식을 취해본다. 목화송이를 닮은 예쁜 목화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팥과 크림, 견과류 등이 들어가 있어서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된다. 선물하기 좋을 만큼 정성스럽게 빚은 빵이다. 내평리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하여 만든 음료도 인상적이다. 내평리에서 키운 더덕을 우유에 갈아 넣고 우유거품과 상큼한 레몬즙을 토핑한 목화우유 한잔이면 속이 든든해진다. 역시 내평리에서 나는 팥과 복숭아로 만든 목화빙수도 먹음직스럽다.
우물에 깃든 소원
길쌈마을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또 하나는 바로 태곳 미술관이다. 다양한 작가들의 그림도 전시하고 문화 강의, 공연, 마을 학교 등을 운영한다. 마을 사람들의 소중한 문화공간이라 할 만하다. 비록 작은 미술관이지만 문화예술을 통하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렇듯 길쌈마을에 문화공간 등이 잘 관리·운영되고 있는 데에는 모든 마을 주민의 노력과 화순군농업기술센터 이현주 팀장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마을이 갖고 있는 문화자원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자 고민과 실행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길쌈마을에서 우물을 찾아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이다. 마을에는 원래 네 개의 우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름도 어여쁜 도청샘, 들모실샘, 냇가데미샘, 무지개샘이 그것이다. 냇가데미샘과 무지개샘은 사라지고 현재는 도청샘과 들모실샘, 두 개의 우물이 남아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새벽에 우물에서 물을 떠와 정화수로 올려놓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 소원은 아마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평안을 비는 고운 마음을 헤아려본다.
길쌈마을은 사람 냄새 나는 마을이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가꾼 예쁜 골목이 있고, 그 골목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추억들이 있기 때문이다. 길쌈마을에서는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된다.
화순 길쌈마을
위치 | |
전라남도 화순군 화순읍 내평리 160-2 |
농경문화마을이란?
농경문화 마을은 농촌진흥청이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구축 사업’을 통해 육성하고 있다. 지역 고유 환경과 풍습에 의해 오랫동안 형성된 농업자원, 전통문화, 경관을 활용해 체험과 전시·문화를 체험하도록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