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도, 좋아하는 일도
모두 잘하고 싶어요!

신나는 농부의 청하농원 이은주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전라북도 김제에 위치한 신나는 농부의 청하농원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바로 이은주 대표가 뿜어내는 해피바이러스 덕분이다.
농사로 지칠 법도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신나는 농부’다.

맛있는 사과와 배를 재배하다

청하농원은 이은주 대표 시부모님이 45년 동안 일궈온 농장이다. 6ha 규모로 사과와 배를 재배하고 있다. 사무직으로 일했던 이은주 대표는 결혼을 하며 남편을 따라 김제에 자리 잡았다. 아이를 낳고 6년 동안은 전업주부로 생활하다가 시부모님과 남편을 도와 조금씩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결혼할 때만 해도 농사는 전혀 생각도 안 했어요. 결혼 전엔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으니 나무를 심기만 하면 사과와 배가 저절로 달리는지 알았죠. 그런데 매일 새벽부터 일하시는 시부모님을 조금씩 도와드리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그렇게 농사에 점점 발을 깊게 들이고 나서야 농사가 정말 힘든 거구나 깨달았어요.”
제 발등을 찍었다며 웃는 이은주 대표는 사실은 농사를 좋아한다고 얘기한다. 힘들긴 하지만 맛있는 사과와 배가 열리면 고생했던 일들은 어느새 기억에서 스르륵 사라진다. 아삭하고 달콤한 사과와 배는 이은주 대표에게 기쁨이자 보람이다.
“저희는 대부분 직거래로 판매하는데, 해마다 주문하는 분들이 6,800명 정도에요.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꾸준히 늘었어요. 수확철에 고객 분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내면 바로 주문을 하세요. 제가 농장에 와서 맛보고 구입하시라고 해도 청하농원 과일은 안 먹어봐도 안다고 말씀하시죠.”
농사짓는 방법이 다른 농장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청하농원이 꼭 지키는 것은 적기 수확이다. 어느 과일이든 잘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면 가장 맛이 좋다. 추석과 같은 성수기엔 빨리 수확해 판매하면 소득을 더 올릴 수 있지만, 이은주 대표는 이러한 유혹을 꿋꿋이 물리친다.
“예전에 추석을 2주 정도 앞뒀을 때였어요. 배는 크게 열렸는데, 칼을 넣어보면 잘 익었는지 알 수 있거든요. 좀 덜 익었는데 제수용으로 크기가 큰 걸 원하는 고객도 있으니 조금 따서 판매했어요. 후숙하면 맛이 올라올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미숙과니까 후숙도 느리더라고요. 그 후로 적기가 아니면 절대 수확하지 않아요. 믿고 구입해주시는 고객 분들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으니까요.”

가공식품·라이브커머스로
새로운 도전

이은주 대표가 농사를 지으면서 새롭게 시작한 일은 가공식품이다. 7년 전 착즙기로 사과즙과 배즙을 만들어 농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시식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조금씩 물량을 늘리다가 현재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사과즙과 배도라지즙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파우치 포장지는 김제시농업기술센터 ‘선도농업경영체 우수모델화 사업’ 지원을 받아 만들 수 있었다.
“가공식품을 시작하면서 김제시농업기술센터를 다니며 SNS 홍보·마케팅,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한 번 교육을 받으니 재미있어서 또 다른 교육도 들었지요. 라이브커머스는 처음엔 너무 어색했는데, 2달 동안 센터에서 훈련을 받았어요. 반응이 있든 없든 꾸준히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덧 방송 100회를 넘겼습니다.”
이은주 대표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껍질에 약간 흠이 있는 사과를 판매했다. 모양만 그렇지 맛은 최상품과 다를 게 없었다. 이은주 대표가 직접 사과를 잘라 속을 보여주고, 맛을 보면서 설명하자 주문이 이어졌다.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상품을 설명하고 실시간 채팅문의에 성실하게 답변한 덕분이었다.
“라이브커머스는 꼭 상품 판매를 위해서만 하지 않아요. 평소에도 농사일을 하면서 방송을 켜놓지요. 마트나 시장에서는 어떻게 재배한 사과가 판매되는지 알 수 없는데,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재배현장을 볼 수 있으니 더욱 신뢰가 쌓이는 것 같아요.”

배밭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문화공연

농사도, 가공식품 개발과 판매도 모두 즐겁게 하는 이은주 대표지만, 그녀가 정말 재미있어 하는 일은 따로 있다. 바로 청하농원 한 가운데서 진행하는 ‘캠프’다. 지난해 9월 14일 저녁에는 ‘별일 있는 우리들의 별밤’이라는 행사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음악회를 즐겼다.
올해 4월 15일에는 배꽃이 한창 폈을 때 ‘배꽃캠프’를 진행했다. 고객들과 지역 주민들이 배밭에 의자를 놓고 앉아 다양한 공연을 즐기고, 보물찾기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익이 나는 일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닌 이은주 대표 스스로가 즐거워서 준비한 행사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공연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김제시문화예술회관에서 클래식, 탱고, 국악 등 가리지 않고 다 봤지요. 공연을 보다가 이렇게 뛰어난 연주자가 우리 농장에 와서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주자 분에게 이런 얘기를 하니 무척 재미있겠다며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셨죠. 첫해에는 50명 이상 관객이 모였고, 올해는 90명 정도 오셨어요.”
이은주 대표는 연주자와 관객들이 함께 먹을 다양한 음식도 준비했다. 관객들이 음식을 직접 챙겨오기도 했다. 보물찾기 상품도 함께 교류하는 농업인들이 하나씩 지원해준 덕분에 더욱 풍성해졌다.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배나무 사이사이 숨겨진 보물찾기 종이를 찾으며 오랜만에 동심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농사일만 했으면 벌써 지쳤을 것 같아요. 농사도 하면서 그 외로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결심했죠. 일탈이라고 볼 수 있고, 기분전환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위에선 이런 큰 행사를 준비하는 게 번거롭지도 않으냐고 묻지만, 저한텐 새로운 자극이에요. 농촌에서 필요한 일은 열심히 하되 새로운 재미, 저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여름에는 사과밭에 해먹을 펼치고 누워서 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얼마 전 해먹에 누워 사과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내가 좋다고 느낀 것을 똑같이 좋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남편에게 이러한 계획을 얘기하니 또 대형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지만, 사실은 그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시부모님과 남편 모두 제가 하는 일을 좋게 봐주세요. 덕분에 농장을 활용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지요. 인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자신의 사과나무를 하나씩 정해 일 년 동안 사과가 열리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일반인 대상으로도 이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행사와 체험프로그램을 만들 테니 언제든 오셔서 함께 즐기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