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수입은 넉넉하게
농업으로 일부분 자급자족하며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기 위해선 도시에서보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 농업으로 수익을 내려면 규모가 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농사를 짓다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반X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 반대로 수익을 위해 반X에 집중하면 도시에서의 생활과 다를 것이 없어진다. 대체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선 그만큼 시간과 노동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반농반X는 나 또는 내 가족들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농사를 짓고, 도시에서처럼 스트레스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소득이 줄면서 소비도 줄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초반엔 소비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반농반X는 어떤 소비생활을 해야 할까? 정답은 아니지만 ‘뺄셈 생활’을 고민해 보자. 「반농반X의 삶」 저자 시오미 나오키는 전원에서 반농 생활을 하려면 ‘생활 수입은 적게, 마음의 수입은 넉넉하게’라는 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말한다.
농촌에 살다보면 직업 선택 폭이 좁아지는 것이 사실이니 생활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무언가 큰 것보다 ‘작은 것’과 ‘알찬 것’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생활이 축소되면 힘들 것 같지만, 반X가 있어서 마음은 항상 넉넉하고, 그 진정한 기쁨은 생활 규모가 축소되는 아쉬움을 충분히 덮고도 남는다고 이야기한다.
‘뺄셈 생활’이라고 해서 무조건 소비를 막고 불편한 생활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정말 필요한지,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환경에 이로운 물건인지 등 소비에 일정한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소비 기쁨을 아예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합리적인 소비로 인한 기쁨도 있지만, 예뻐 보이는 물건이나 취미와 관련된 물건을 구매하면서 얻는 기쁨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 판단 기준은 세우되 너무 철저하게 지키기 위해 참기만 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기준과 판단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소비생활이 중요하다.
행복해질 수 있는 소비생활
첫 번째로 내 집에서 쓸모 있는 물건과 쓸모없는 물건을 구분해 보자. 도시에서는 즉석밥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데우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자주 사용했지만, 지금은 밥을 지어먹고 신선한 농산물 위주로 식사를 한다면 전자레인지가 그리 필요하지 않다.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아 여름에도 선선한 편이라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겨울에는 추운 지역이라 난방기기가 필요하다면 난로나 히터 등은 꼭 필요한 물건이다. 가끔 장을 보러 가야 하는데, 마트나 시장이 멀리 떨어져 있다면 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등 이동수단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생활을 찬찬히 점검하고 필요한지 아닌지를 나누어본다면 물건을 정리하고 구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단 ‘뺄셈 생활’이라고 해서 있는 물건을 다 버려야 하는 건 아니다. 내게 쓸모 없어진 물건은 중고거래나 나눔을 통해 더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오래 사용하는 물건은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좋은 것을 구입하자. 진공청소기는 생활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너무 저렴한 것을 구입하면 몇 해 사용하지 못했는데 망가지거나 A/S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그때 또 비슷한 가격의 제품을 구입하게 되면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잔고장이 없고 A/S가 쉬운 국내 기업 제품이나 유명한 외국기업 제품을 사는 것이 현명하다. 제품을 구입할 때는 많은 비용을 쓰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합리적인 소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 번째로 무조건 아끼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뺄셈 생활’이라고 해서 소비를 아예 하지 않거나 꼭 필요한 물건임에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구입하지 않는다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 반농반X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행복한 일을 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 번째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바쁜 도시에서 생활하면 뭐든지 간편하고 빠른 것을 선호하게 된다. 환경보호를 위해 텀블러나 머그컵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건 알지만, 쌓여있는 일을 처리하고 지친 몸을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하려다 보면 플라스틱 컵이나 종이컵을 사용하게 되고 만다. 환경을 위한 일에는 작은 불편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와 가족, 이웃,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이 함께 행복하기 위한 소비는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을 위해 친환경적인 소비에 익숙해져 보자. 예를 들어 세탁세제나 주방세제를 친환경 제품으로 선택해 소비하는 것도 환경을 생각하는 일이다. 샴푸 대신 샴푸바, 주방세제 대신 설거지 비누를 사용해도 좋다. 사실 '뺄셈 생활'은 그 자체로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다. 장을 보러가는 일을 줄이고, 불필요한 제품을 사지 않으면 플라스틱, 비닐 등 생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소비라는 나름의 행복을 종종 느껴보자. 재배한 농산물로 빵을 구울 때 귀여운 앞치마를 두르면 더 행복해질 것 같다면 하나 정도는 구입해도 좋다. 보고 싶던 전시회에 가는 것도 행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전시회를 보고 난 후 주변에 맛집으로 유명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따뜻한 빵 하나를 먹는 일을 낭비라고 할 수 있을까?
‘뺄셈 생활’은 소비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내게 꼭 필요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현명한 소비 생활로 더 즐겁고 가치 있는 반농반X를 실현해 보자.
“
‘뺄셈 생활’은
소비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내게 꼭 필요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현명한 소비 생활로
더 즐겁고 가치 있는
반농반X를 실현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