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이렇게 재미있습니다

주물주물컴퍼니 채정연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전북 군산으로 귀농한 청년농업인 채정연 대표의 하루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가만히 있으면 병이 난다며 웃는 그녀의 말처럼 오전엔 농사를 짓다가 오후엔 온라인 주문 들어온 콩나물국 밀키트를 만든다.
여기에 부모님이 운영하는 오리주물럭 음식점에서 일손을 돕고, 방송출연과 청소년 대상 농업 강의까지 한다.
농촌이 날마다 새롭고 재미있다는 채정연 대표를 만났다.

 

Q.
귀농 후 무척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언제 귀농하셨나요?
귀농은 2017년에 했는데, 고창에서 2년 정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고창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입소해 농업 관련해 1년 정도 배웠어요. 센터에서 땅콩농사를 짓는 청년농업인 이누리 씨를 알게 되어 땅콩농사를 배우기도 했죠. 땅콩을 원료로 천연화장품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Q.
귀농을 결심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가수 윤종신 씨 소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창립멤버로 경영지원 업무를 했어요. 연예인과 일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제 삶은 없고,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산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3주 정도 휴가를 내 유럽여행을 갔다가 아일랜드에서 사람들이 여유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봤어요. 자신의 삶이 있는 것 같았죠. 또 광활한 자연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요. 이후 귀농 정보를 찾아봤는데 청년농업인 사업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어요. 더 늦기 전에 해야겠다 싶어 귀농을 결심했습니다.
Q.
천연화장품에 관심이 있어
땅콩농사를 배웠다고 하셨는데요.
사업으로까지 연결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농촌에서 버티려면 당장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땅콩오일 천연화장품으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농산물은 식품으로 가공하는 게 가장 좋았죠. 그래서 전국적으로 프리마켓,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많이 다니기 시작했어요. 거기서 보니 1차 농산물은 사실 많이 팔리진 않고, 밀키트 등 간편식이 인기가 많더라고요. 이 시장을 뚫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Q.
군산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2020년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군산에서 오리주물럭 식당을 운영하시던 부모님께서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폐업까지 고민하시는 걸 보고 도와드리기 위해 군산으로 왔지요. 군산에서 고추, 호박, 울금 등 오리주물럭 양념에 들어가는 채소를 재배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고구마 농사도 짓고 있는데, 이건 제가 좋아해서 심었어요.(웃음)
Q.
처음 농사를 지으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군산은 대농 위주라 제가 받을 수 있는 교육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마을 어르신들이 농사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제가 밭에서 상추를 심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다 오셔서 구경을 하세요. 그러면서 답답하셨는지 하나씩 도와주시더라고요. 사실 귀농하면 텃세가 많다고 하는데, 인사만 잘해도 좋아해주세요. 어르신들 관심이 귀찮을 수도 있지만,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려움 없이 잘 적응했어요.
Q.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한
간편식이 인기가 많다고 들었어요.
전주식 콩나물국 간편식인데요. 어느 날 밥을 먹다가 문득 생각이 났어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엄마가 위생봉투에 익힌 콩나물과 양념을 넣어서 보내주셨거든요. 바쁠 때 물만 넣어 끓이면 간편하게 한 끼 식사가 가능했죠. 이걸 상품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콩나물과 오징어, 양념을 한 팩으로 만들어봤어요. 마침 오리주물럭 등을 납품하고 있던 온라인 쇼핑몰 MD 분이 오셔서 시식해 보더니 당장 판매하자고 하셨어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서 바로 상품페이지를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죠. 1인 가구와 직장인을 타깃으로 했었는데, 지금은 캠핑장에서도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물을 부은 후 5분만 끓이면 완성되니 간편해서 많이 좋아해주세요.
오리주물럭 간편식 홍보영상
Q.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간편식이 또 있나요?
고구마 농사를 지으니 고구마순이 많이 나와서 여름에만 고구마순 김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오리주물럭은 양념까지 다 해서 냉동상태로 배송해 드리고 있어요. 엄마와 함께 직접 바닷가에서 잡은 칠게로 만든 칠게장과 칠게강정도 인기가 좋습니다.
Q.
온라인 판매하려면 제품 디자인이나
홍보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아이디어스라는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핸드메이드 수제장터 코너에 농수산물 카테고리가 생겼어요. 수수료는 조금 부담되지만 이미 고객이 많은 곳이고, 플랫폼 자체에서 이벤트나 광고를 많이 해줘서 금방 자리 잡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디자인은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도록 제가 직접 라벨을 만들어 붙였어요. 소비자 분들은 포장지를 많이 보기 때문에 깔끔하게 디자인하기 위해 신경 썼습니다.
Q.
전주 MBC 방송프로그램에도
출연하신다고 들었어요.
‘마녀들의 포레스트’라는 프로그램인데, 5월에 첫 녹화를 했어요. 여성농업인들의 일상을 촬영한 후 스튜디오에서 편집본을 함께 보면서 대화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와 비슷한 포맷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방송을 통해 꾸밈없는 제 평소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Q.
유튜브 등 촬영도 하시는데,
평소 방송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저는 관심 받는 걸 좋아하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웃음) 군산시랑 짬뽕 홍보영상도 찍었어요. 개인 유튜브는 편집이 어려워서 잘 못해요. 지자체나 방송사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출연하는 정도죠. 지인들 유튜브 촬영도 하고요. 얼마 전엔 친구 축사에서 소들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해줬는데, 보신 분들이 재미있다고 해주셨어요. 농촌에는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있어서 이를 활용한 재미있는 일들을 부담 없이 해보고 싶어요.
Q.
그렇다면 대표님의
반X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라고 보면 될까요?
방송에 출연하거나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반X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농촌에서 농사만 지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농사보다는 간편식을 만드는 게 더 잘 맞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제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청소년자치연구소 ‘달그락달그락’에서 청소년들에게 농업을 알려주는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청소년들이 미래 주역인데 농업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어서 이런 직업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농업이 재미없고 힘든 게 아니라 저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그래서 장래희망을 물어봤을 때 ‘농업’이라고 대답하는 아이가 한명이라도 생긴다면 좋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귀농, 반농반X에 관심 있는
청년농업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농업은 진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기반 없는 청년들에게는 더욱 그렇죠. 청년농업인 지원사업이 많아서 도전하고 싶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냥 얻는 건 없어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농촌은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고 고민하고 정말 농업에 도전하고 싶은 청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