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애와 이웃의
정을 느끼는
더하기 생활

글 ㅣ 김주희
개인화된 도시생활에서 타인이 나를 안다는 것은 불편한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농촌은 여전히 ‘어느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안다’라는 말이 통용된다.
농촌에서의 삶은 곧 잊혔던 가족생활, 그리고 공동체 생활을 회복하는 일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반농반X 삶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해 오래 사용하는 뺄셈 생활이 있다면, 농촌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더하기 생활도 있다. 대부분 농촌은 작은 마트도 걸어서 10분 이상 걸리고, 차를 타고 나가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도시에서는 언제나 쉽게 갈 수 있던 카페, 서점, 노래방 등도 시내에 나가야만 이용할 수 있다. 생필품 당일배송이나 음식 배달도 쉽지 않다.
이러한 농촌 환경은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만, 생각지 못하게 얻는 게 있다. 외부에서 즐거움을 찾는 대신 우리 집, 그리고 가족생활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귀농이나 귀촌을 한 경우, 도시에서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직장을 다니면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에야 집에 돌아온다. 업무가 많을 때는 12시가 다 되어서 퇴근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농촌생활은 다르다. 농사를 짓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논이나 밭으로 가야하기도 하지만, 원한다면 언제든 집에 와서 쉴 수 있다. 또한 직장엔 아이가 찾아올 수 없지만 농촌에서는 아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에겐 논과 밭이 새로운 놀이터이자 학습장소가 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시에서는 가족들이 각자 다른 일을 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식사 한번 모여서 하기 힘들다. 농촌에서는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기 때문에 생활 패턴이 비슷하다.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며 개인 시간을 갖지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반농반X의 삶」 저자 시오미 나오키는 부모, 아내, 딸과 농촌에서 반농반X 삶을 살며 ‘단란한 가족’이라는 뜻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일본은 겨울에 난방을 위해 고타쓰(숯불이나 전기 등 열원 위에 틀을 놓은 뒤 이불을 덮는 난방 기구)를 사용한다. 시오미 나오키는 절약을 위해 한 방에만 고타쓰를 두었는데, 추운 날이면 자연스레 온 가족이 이 방에 옹기종기 모인다. 훈훈한 온기를 함께 느끼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모두 행복해하는 표정을 새삼 발견한다고 한다. 절약이라는 뺄셈 생활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얻는 더하기 생활을 하는 것이다.

상부상조와 이웃의 정

농경사회에서 공동체 생활은 무척 중요했다. 당시엔 사람 손으로 전부 농사를 지어야 했기에 많은 농사일을 하려면 서로 도울 수밖에 없었다. ‘두레’는 농촌에서 상호협력과 감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인데, 일손이 필요한 농사나 큰일을 치를 때 효율적으로 노동력을 쓰기 위한 방법이었다. 현재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두레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두레 형식이라기보다는 공동노동을 한다는 점에서만 유사성을 가진다. 공동노동을 하더라도 아무런 강제성을 띠지 않으며 마을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농촌 공동체 생활의 또 다른 문화는 ‘품앗이’다. 다른 사람의 집에 가서 농사나 사소한 일을 거들어주면 그 사람도 내 일을 도와주는 상부상조 방식이다. 대가 없는 노동 교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두레보다는 작은 노동력 교환으로, 모내기, 김매기, 풀베기, 길쌈 등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두레와 품앗이가 끝나면 함께 음식이나 술을 즐기며 고단함을 잊곤 했다.
이러한 두레, 품앗이와 같은 노동력 나눔, 공동체 생활은 여전히 농촌문화에 남아있다. 농사든 집안일이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면 그 사람이 언젠가 도움이 필요할 때 갚아야 한다. 개인적인 삶에 익숙했던 사람이라면 처음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농촌문화는 우리가 잊고 있던 공동체 문화와 따뜻한 정을 되살린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고, 농촌에서는 더욱 그렇다.
농사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마을주민들의 도움이 더욱 필요하다. 마을 어르신에게 농사일을 배웠다면, 어르신이 시내 나갈 일이 있을 때 차를 태워줄 수 있다. 올해 달콤한 고구마 재배에 성공했다면 이웃이 기른 아삭한 사과와 교환해서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상부상조 방식이다. 이렇게 함께 어울리며 자연히 서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친밀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가 어릴 적 뛰어놀았던 골목은 사라졌고, ‘이웃의 정’이라는 말도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다. 하지만 농촌에는 여전히 뛰어놀 수 있는 자연이 있고, 함께 정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 반농반X를 추구하며 소비 등 줄였던 부분을 이웃의 정으로 채워보자. 물건으로 가득 채웠던 삶보다 더욱 풍요로운 삶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농촌문화는
우리가 잊고 있던
공동체 문화와
따뜻한 정을 되살린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고,
농촌에서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