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으로 만드는
나의 작은 농장

글 ㅣ 김주희 참고자료 ㅣ 농촌진흥청 RDA 인테러뱅
「도시농업의 매력과 가치」
매연을 뿜어내는 차들로 가득한 도로, 시멘트 바닥과 건물을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는
도시민들은 언제나 마음 한편에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자연을 만나러 떠나기 어렵다면 ‘도시농업’에 해법이 있다.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이끌림

바이오필리아(biophilia)는 ‘바이오(bio, 생명)’와 ‘필리아(philia, 사랑)’가 조합된 단어로, ‘생명애(生命愛)’라는 의미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이 생명이 있는 것 또는 생명과 관련된 것에 끌리는 심리적 성향을 설명하는 데 처음 사용했다. 즉, 인간에게는 ‘생명 혹은 생명과 유사한 과정에 가치를 두는 타고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지난 1984년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저서 「바이오필리아」를 통해 다루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윌슨은 바이오필리아를 ‘녹색 갈증’이라고 정의하는데, 인간이 자연, 그리고 다른 생명체에게 이끌리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휴일이면 산과 바다 등 자연을 찾는 현상, 자연을 찾아보기 어려운 삭막한 도시 환경에서 발생하는 신체와 정신적인 문제 등도 이러한 인간 본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 생물과 함께할 때는 신체·정신적으로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끼는데 반해 그렇지 못할 경우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노출되고 공격적 성향을 띠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바이오필리아라는 개념처럼 우리는 주말이면 산과 바다로 떠나고, 아이와 함께 수목원이나 숲, 공원으로 소풍을 가기도 한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는 베란다와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거나 주말농장 또는 농촌체험농장 등을 경험한다. 시간 여유가 없을 때는 사무실이나 가정에 작은 화분을 두거나 자연 풍경이 담긴 액자를 두며 기분전환을 하곤 한다. 자연과 가까이 하며 도시 생활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긴장, 우울감 등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듯 급격히 도시화되면서 도시민들은 신체·정신적인 문제들을 겪곤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도시농업’이다. ‘도시농업’은 베란다, 옥상 등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직접 채소 등을 키우며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동시에 자연을 가까이하며 신체·정신적 치유를 하는 활동이다.
‘도시농업’에는 도시 생활공간을 녹화하는 ‘환경적 가치’, 학습능력과 사회성 등을 향상하는 ‘교육적 가치’, 신체·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는 ‘건강 가치’, 삶의 질을 높이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문화 가치’, 농가소득 증대라는 ‘경제적 가치’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도시농업 알리기

우리나라는 2013년 5월 「제1차 도시농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도시농업 환경여건 변화에 맞춘 도시농업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올해로 10년을 맞은 결과,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220%, 텃밭 면적은 18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과는 도시농업을 하는 도시농부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22년 친환경 텃밭 모형 5종을 개발해 도시농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텃밭 모형 5종은 맛, 숨, 멋, 빛, 꿈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에 어울리는 채소나 허브, 화훼, 과수를 적절하게 배치해 심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맛 텃밭’은 다양한 작물을 맛볼 수 있도록 고추, 참외, 당근, 시금치, 파, 샐러리 등 총 16종의 채소로 구성했다. ‘숨 텃밭’은 허브식물과 채소를 배치하고, 허브향을 통해 채소의 병해충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꾸몄다. ‘멋 텃밭’은 경관적 아름다움을 고려해 만들었으며, 갓, 도라지 등 채소 8종과 세이지, 레몬밤 등 허브 4종, 오미자, 블루베리 등 과수 4종, 화훼 2종으로 구성했다.
‘빛 텃밭’과 ‘꿈 텃밭’은 색 중심 기능성 텃밭이다. ‘빛 텃밭’은 노랑·빨강 계열 카로티노이드 성분을 함유한 채소 6종, 허브 3종, 화훼 4종으로 만들었으며, ‘꿈 텃밭’은 자주·보라 계열 플라보노이드 성분을 함유한 채소 6종과 허브 4종, 화훼 3종을 배치했다.
친환경 텃밭 모형에 따라 작물을 재배하면 맛과 크기가 더욱 뛰어날 뿐만 아니라 병해충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친환경 텃밭 모형에 관심이 있는 도시농부들은 ‘농업과학도서관 누리집(lib.rda.go.kr)’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은 도시농업 활성화와 치유농업 가치 확산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생활원예 중앙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대회를 통해 독창적인 생활원예 우수모델을 선정해 포상하고,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생활원예 우수모델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림으로써 도시농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상현실(VR) 치유농장 프로그램

도시농업으로
일상에 쉼표 찍기

도시농업 가치는 다양하지만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은 치유효과다.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하면서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는 뇌와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DNA 작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농업활동을 할수록 신체에너지와 활동량이 늘면서 감각을 자극하고, 인지적 부하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지난 4월 농촌진흥청은 스트레스 고위험군 대학생을 대상으로 텃밭 정원 중심 ‘마음챙김 기반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들 스스로 작물을 재배·수확하며 감각기관을 자극받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돌아보고,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높이도록 구성되었다.
주 2회, 3시간씩 총 12회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스트레스 고위험군 대학생의 스트레스 점수는 적용 전보다 48.9%, 우울과 불안은 각각 56.8%, 36.4%씩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기 능력에 대한 기대와 신념을 의미하는 자기효능감은 11.5% 높아졌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프로그램을 보건복지부 정책으로 제안했으며 올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 정신건강 증진사업, 치유농장을 연계한 치유농업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과 바쁜 도시민을 위해 ‘가상현실(VR) 치유농장’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누리집(www.nihhs.go.kr)에서 무료 배포하고 있다. ‘가상현실(VR) 치유농장’은 꽃길, 동물, 농장, 배경음악, 경치 등 치유 요소를 넣은 3D 공간에서 꽃 피우기, 토마토 물주기, 수확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사용자 이동거리와 체험 종류가 늘어날수록 스트레스 해소에 더 효과적이며, 체험이 끝나면 치유 효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 건강을 돌보지 못하며 쫓기듯 살아간다. 그런 우리 일상에 쉼표를 찍어줄 수 있는 것이 ‘도시농업’이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의 작은 농장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