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복숭아로
행복을 전하다
행복을팜 김재원 대표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여름이 반가운 이유 중 하나는 맛있는 과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복숭아는 대표적인 여름과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전남 장성군에 위치한 ‘행복을팜’은 딱딱한 복숭아 품종인 차돌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가장 맛있는 복숭아의 비결은 ‘자연’이라고 믿는다는 행복을팜 김재원 대표를 만났다.
꿈을 이루기 위해
농사를 선택하다
행복을팜 김재원 대표가 건넨 명함에는 ‘도도한 남자’라는 글귀가 써져 있다. 밝고 선한 웃음을 가진 김재원 대표가 사실 도도한 남자였다니 놀란 것도 잠시, 복숭아 도(桃)와 기뻐할 도(慆)를 합친 뜻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맛있는 복숭아로 기쁨과 행복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행복을팜’이라는 농장 이름도 마찬가지고요. 저희 농장은 귀농하신 부모님과 저, 그리고 남동생과 여동생이 함께 자연에 순응하는 농법으로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데요. 자연에서 건강하게 키운 복숭아야말로 가장 맛있고, 그 맛은 곧 소비자 분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28살인 김재원 대표가 농사를 지은 지 어느덧 6년. 원래 그의 꿈은 농업에 있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어떤 일로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주위에선 교사가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좀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 귀농 후 복숭아농장을 열심히 꾸리고 있던 아버지가 농업을 권유했다.
“진로로 농업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내가 왜 농업을 해야할까? 라는 의문을 품고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들을 읽었습니다.
농업이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을 알게되었죠. 농업을 하면 여러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한국농수산대학 과수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농업을 배워 나갔다. 2학년 땐 국내 복숭아 마이스터의 농장에서, 3학년 땐 일본복숭아 주산지인 야마나시현의 복숭아농장에서 10개월 동안 실습을 했다.
“농업 선진국인 일본에서 농사방법은 물론이고, 어떻게 청년들이 농촌에서 일하게 할 수 있을지 제도적인 측면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부모님 농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자연 그대로 키우는 복숭아
김재원 대표의 부모님은 15년 전 귀농하면서 장성에서 최초로 복숭아를 재배한 선두주자다. 많은 노하우와 철학을 갖고 있었고, 여기에 김재원 대표가 합류하면서 더 맛있고 건강한 복숭아를 키워내기 위한 노력들이 더해졌다.
“생산량을 높이기보다는 복숭아 하나하나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들을 도입했습니다. 먼저 복숭아나무 간격을 넓게 심었는데요. 농장규모가 2만3,140㎡인데, 원래 나무 1,800그루를 심을 수 있는 면적이에요. 하지만 현재 600그루 정도만 심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관행농업에서 나무 3그루를 심을 수 있는 공간에 1그루만 있는 것이죠.”
나무 수는 적지만 복숭아 생산량은 결코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나무 1그루에 400~600개 복숭아가 열리는데, 행복을팜은 7~8년 성목 기준으로 1,000~1,200개 복숭아가 달린다. 나무들 사이 간격이 넓다 보니 햇빛을 가리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여기에 퇴비나 비료를 주지 않고 5년 이상 나무를 키운다.
땅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제초제는 잔류성분이 땅에 남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대신 화이트클로버, 토끼풀, 호밀, 수단그라스 등을 키워 풀을 벤후 퇴비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영양분이 땅 깊이 내리면서 통기성이 좋아집니다. 자연히 건강한 땅이 만들어지죠.”
이와 함께 황토유황 자닮오일, 보르도액 등 친환경 약제로 소독하고,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토종 미생물 클로렐라를 연중 20여회 사용해 더욱 맛있는 복숭아를 생산하고 있다.
나무 하나에 1,000개 넘는 복숭아가 달리면 맛이 떨어질 거라는 오해도 있지만, 행복을팜 차돌복숭아는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과 높은 당도로 유명하다.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는데도 입소문을 타고 예약판매만으로 전량 소진될 정도다.
“행복을팜 복숭아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적기수확입니다. 나무에서 완숙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합니다. 이 때문에 한 상자에 15개 복숭아가 들어있다고 하면 맛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복불복이 없는 맛이라고 할 수 있죠.”
가공식품 개발 등
청년들이 함께하길
행복을팜은 복숭아로 청, 잼, 퓨레, 말랭이 등 가공식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9~2020년 태풍과 장마로 복숭아농사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자구책으로 시작한 일이다. 당시 행복을팜뿐만 아니라 주위 농가들은 다른 때보다 복숭아를 15% 정도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힘든 상황에서 어르신들은 청년인 김재원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
“가족들과 해결 방안을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작은 점이나 상처로 도매시장에 내지 못하는 복숭아를 수매해 잼과 말랭이를 만들었습니다. 생과로 판매했으면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외면 받았을 복숭아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었죠. 주위 농가 분들도 좋아하시고, 저도 당시 너무 힘들어서 슬럼프를 겪었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김재원 대표는 앞으로 농사는 지금 규모를 유지하고, 가공식품 개발과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중점적으로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6차 산업인증을 받았으며, 복숭아를 활용한 음료, 케이크, 빵 등 다양한 음식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에서 농수산비지니스를 전공한 여동생과 스마트팜 관련 전공 중인 남동생도 힘을 보태고 있다.
“농촌이 점점 고령화되면서 농사를 지을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복숭아농장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때 가공식품 개발로 돌파구를 찾았듯 농촌에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농촌, 농업에 관심이 있다면 너무 희망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되 작은 소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는 앞으로 행복을팜이 농촌과 도시를 잇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많은 청년들이 함께 농촌에서 꿈을 펼칠 수 있길 바랍니다.”
행복을팜
주소 | |
전라남도 장성군 진원면 용산리 862-13 |
전화 | |
0507-1435-9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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