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행 트렌드
‘촌(村)’스러움

글 ㅣ 김제림
시대에 따라 여행에도 트렌드가 있다. 최근 인기 있는 여행 트렌드 중 하나는 ‘촌(村)’스러움이다.
촌캉스, 논뷰, 밭멍, 할매니얼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여행 트렌드와 신조어를 알아본다.

한적한 농촌으로! 촌캉스

촌캉스는 촌(村)과 바캉스를 합친 신조어로 한적한 여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화려한 도시와 다양한 재미가 있는 관광지도 좋지만, 여름휴가만큼은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원한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하고, 농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제철과일을 먹으면 더위를 금세 잊을 수 있다. 식사 후엔 푸릇푸릇한 논길을 여유롭게 걸어보자. 밤에는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별구경도 가능하다.
농촌생활은 도시보다 불편한 게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농촌마을들은 촌캉스를 즐기러온 여행객들을 위해 최신식 숙박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들도 많으니 걱정은 접어두고 촌캉스를 즐겨보자.

특별한 풍경, 논뷰

집이나 사무실, 그리고 호텔 등 숙박시설을 선택할 때 어떤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지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잔잔한 강, 반짝이며 흐르는 바다, 화려한 도시풍경 등 취향에 맞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보이는 풍경은 ‘보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View’와 합해져 리버뷰, 바다뷰, 도시뷰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최근 SNS에서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논뷰’다.
논뷰는 창문으로 논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을 뜻하는데, 촌캉스 인기와 함께 뜨고 있는 여행 트렌드 중 하나다. 논뷰의 특별한 점은 계절에 따라 즐길 수 있는 풍경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봄에는 조금씩 싹이 올라오는 논과 함께 주위에 피어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엔 기분까지 시원해지는 푸릇푸릇함을 볼 수 있고, 가을엔 노랗게 물들어가는 논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겨울엔 조금 황량하지만 거기에서 오는 한적함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생명력을 느끼고 싶거나 한적함을 즐기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은 것이바로 논뷰라고 할 수 있다.

일상에 쉼표 하나, 논멍·밭멍

일 년에 한번 서울 한복판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린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잔디밭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는 것인데, 가장 오래 ‘멍 때리는’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이렇듯 기발한 대회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불을 피워놓고 멍하니 불을 바라보는 ‘불멍’, 강이나 바다에서 물을 바라보는 ‘물멍’, 바람을 즐기는 ‘바람멍’까지 최근 어떤 풍경이나 대상 뒤에 ‘멍’을 붙인 신조어들이 생기고 있다. ‘논멍’과 ‘밭멍’ 역시 이 중 하나로, 아무 생각 없이 논과 밭을 바라보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고 지칠 때 자연을 찾게 되고, 그 안에서 생명력을 느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곤 한다. 올 여름여행을 농촌으로 계획 하고 있다면 잠시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논멍과 밭멍을 즐겨보자.

향수를 자극하는 ‘할매니얼’

몇 해 전부터 레트로(retro, 복고풍)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레트로는 과거를 추억하며 당시 즐겼던 옷이나 음식 등을 다시 경험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시대를 레트로 문화로 즐기면서 여기에 새로움(New)을 더한 뉴트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중 하나가 ‘할매니얼’이다. 할매니얼은 ‘할매(할머니)’와 ‘밀레니얼’을 합친 신조어로 할머니들이 즐겼던 문화에 새로움을 더한 트렌드다. 전통간식인 약과와 쿠키를 합한 약과쿠키, 캔에 담은 막걸리, 콩고물과자 등 먹거리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또한 옛날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빈티지카페, 1980년대 교복 대여점과 사진관, 필름카메라 앱 등도 인기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게 여행지에서도 할머니들이 즐겨 입거나 사용하는 화려한 몸빼바지와 밀짚모자, 보자기, 고무신 등을 신고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할매니얼은 중장년층에는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과 감성을 제공하는 트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