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아름다움을
그대로 품다 당진 합덕연지마을

글 ㅣ 김그린사진 ㅣ 정송화참고자료 ㅣ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
채혜성 농업연구사, 최준식 농촌지도사
당진 합덕연지마을은 세 가지로 유명하다. 첫째는 1,000년 역사를 지닌 ‘합덕제’이고,
둘째는 여름이면 연꽃이 만발하는 ‘합덕제 수변공원’이다. 셋째는 한국 천주교 역사를 담고 있는 ‘합덕성당’이다.
조선의 3대 저수지로 손꼽혔다는 합덕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는 마을이다.

연꽃이 만발하는 마을

옛 전설에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 가면 “생전에 합덕제를 가보았느냐”하고 물었다고 한다. 만약 가보지 못했다고 답하면 염라대왕이 “생전에 무엇을 하였기에 그 유명한 합덕제도 구경 못 했느냐”하고 꾸지람을 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당진의 합덕연지마을은 합덕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품은 마을이다.
당진 합덕연지마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은 바로 합덕제 수변공원이다. 마을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합덕제는 1,000년 역사를 가진 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은 기병, 보병 9,000명과 군마 500여 마리를 합덕 성동산에 주둔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군마 음용수와 군량미를 확보하기 위한 관개시설로 못을 만든 것이 그 기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1964년 예당저수지가 합덕제를 대신하게 되었다. 기능을 상실한 합덕제는 메워져 논으로 개간되었다. 이후 복원정비사업으로 농촌테마공원이 조성되어 합덕연지마을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합덕제 수변공원은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는데 특히 여름에는 연꽃이 만발한다. 이곳의 연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전해 내려오는 민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합덕 방죽 노래’의 가사를 살펴보자면 “연꽃일레 연꽃일레/ 합덕이라도 방죽/ 연꽃일레 피었네 피었네”하며 이어진다. 연꽃을 반복해서 노래하며 그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합덕제 수변공원은 여름뿐만 아니라 사계절이 제각각 특별하다. 봄에는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유채꽃을 만날 수 있으며 가을에는 코스모스를, 겨울에는 고니를 볼 수 있다. 그 풍경을 즐기며 아름다운 저수지를 따라 걸어본다. 어느 계절에 누구와 함께 오더라도 잊히지 않을 풍경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

합덕제 1,000년 역사

합덕제 제방은 이 마을의 특별한 농경문화자원이다. 제방 전체 길이가 1,711m, 둘레가 8km, 평지로부터 높이가 7~8m에 이르는 거대한 저수지다. 김제 벽골제는 제방이 일직선으로 축조되었는데, 합덕제 제방은 구불구불하게 곡선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방은 원래 흙을 쌓아 만들었으나 후에 돌을 이용해 보수한 부분도 있다. 또한 제방 서쪽 끝에는 보수할 때 기록을 적어둔 중수비가 남아 있다. 이러한 제방의 특성을 인정받아 2017년에 국제관개배수위원회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연잎밥 만들고 새끼 꼬고

합덕연지마을에서 꼭 해봐야 할 체험으로는 연잎밥 만들기가 있다. 연꽃을 눈으로 감상했다면 입으로도 맛볼 차례다. 연꽃잎을 잘라서 밥과 각종 곡물을 넣고 쪄낸다. 연잎의 은은한 향이 배어 있어 풍미가 올라간다. 연잎밥을 먹고 남은 연잎은 잘 말려 연잎차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짚공예 체험도 권할 만하다. 농촌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었던 짚풀을 활용하여 달걀을 담는 꾸러미를 만들거나 새끼 꼬기를 해보자. 거칠거칠한 감촉을 느끼며 손으로 작업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들기 재미에 빠진다.
후백제 때 만들어진 저수지를 오늘날 사람들은 아름다운 공원으로 가꾸었다.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 합덕연지마을이다.
당진 합덕연지마을
위치 | 충청남도 당진시 합덕읍 신촌로 6
전화 | 0507-1407-5509
농경문화마을이란?
농경문화마을은 농촌진흥청이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구축 사업’을 통해 육성 하고 있다. 지역 고유 환경과 풍습에 의해 오랫동안 형성된 농업자원, 전통문화, 경관을 활용해 체험과 전시를 통해 문화를 공유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여행 더하기 : 국가중요농업유산
돌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다
제주 밭담

글 ㅣ 김그린
제주 밭담은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주 사람들과 함께해왔다.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후 2014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가 선정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밭 경계였던 밭담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깊은 매력을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밭담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구좌읍 월정리 진빌레 밭담길, 성산읍 신풍리 어멍아방 밭담길, 애월읍 수산리 물메밭담길을 비롯해 모두 8코스로 조성된 밭담길을 만나볼 수 있다. 제주 전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밭담길이 있는가 하면 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 눈길을 끄는 밭담길도 있다.
밭담은 현무암을 사용하여 밭의 주변에 쌓은 담을 일컫는다. 16세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경작지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돌담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밭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쌓았던 밭담은 의외의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다. 예컨대 거센 바람이나 방목하는 말과 소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기능까지 갖추었던 것이다.
밭담에는 대부분 현무암이 쓰이는데, 현무암 돌담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흑룡’에 비유하여 ‘흑룡만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밑돌 두 개 사이에 윗돌을 올려놓는 방식으로 쌓아서 윗돌에 의해 밑돌이 받는 힘의 방향을 분산했다. 또한 밭담 돌 사이에는 틈새가 있는데, 이 틈새 덕분에 제주도의 강함 바람도 버텨낼 수 있었다. 틈새로 바람이 지나다니기에 밭담은 쉬이 무너지지 않는다.

1석 3조 지혜

밭담은 제주 자연환경에서 만들어진 지혜의 산물이다. 돌담을 쌓아 경계를 만들고 제주 특유 바람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했다. 뿐만 아니라 돌밭에서 돌을 치우는 셈이 되니 경지 면적이 넓어지고 수확량도 늘어났다. 제각각 모양으로 쌓아 올린 밭담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어여쁘다. 제주 밭담은 대부분 완만한 곡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형에 따라 계단 형식으로 조성된 경우도 있다. 제주 풍경에 멋을 더하는 밭담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이자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