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영화 속
주인공처럼

글 ㅣ 김제림사진 출처 ㅣ JTBC, NETFLEX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어디에서 촬영한 걸까
궁금해지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있다.
주인공들의 감정이나 상황에 한층 공감할 수 있도록만들어 주는
드라마·영화 속 농촌을 소개한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경기도 연천 농촌마을

지난해 구씨(손석구) 열풍을 이끌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염창희(이민기), 염기정(이엘), 염미정(김지원) 삼남매는 시골과 다를 바 없는 경기도에 끝자락에 살고 있다. 평범보다도 조금 뒤처져 있는 삼남매는 시골 생활을 답답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시골집이다. 무더운 여름날, 밭일을 돕고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시골집은 극중 가상 도시인 ‘산포시’로 표현되는데, 실제 촬영지는 경기도 연천시 백학면 일대다. 서울에서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하는 경기도 연천은 한적한 시골마을로, 드라마에 나왔던 삼남매의 집과 구씨가 일했던 산포씽크대 창고가 그대로 남아있다. 삼남매 집 옆에는 염창희와 친구들이 쉬던 큰 나무가 자리하고 있고, 여기서 100m만 가면 구씨가 거주하던 집이 자리하고 있다. 일반 가정집이라 들어가서 구경하거나 촬영은 어렵지만, 드라마 속 삼남매와 구씨 등 등장인물들이 생활하고 걸었던 길을 한적하게 따라가 보자. 염미정이 매일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정류장, 고추와 대파 등을 수확하던 밭 등 드라마 속 장소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
청주 중앙공원·용화사

학창시절 학교폭력으로 인생이 망가진 후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내용의 드라마 ‘더 글로리’.
내용은 어둡지만 주요 장면들이 촬영된 장소가 아름다워 드라마가 방영된 후 그 장소를 찾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주인공 문은동(송혜교)과 주여정(이도현)이 바둑을 두는 장면에서 큰 은행나무가 인상적인 곳은 충북 청주 중앙공원이다. 900년이 된 이 은행나무는 극 중 시간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문동은이 바둑을 배우며 점차 복수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을 은행나무 잎 색이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낸다. 여름엔 초록잎이, 가을엔 노란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문동은에게 가해자 중 한 명인 최혜정(차주영)이 무릎을 꿇고 비는 곳은 청주 시내에 위치한 용화사다. 봄에는 벚꽃길이 유명하고, 칠불문화제,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절이다. 한적한 용화사를 돌아본 후엔 차로 25분 거리에 있는 강내 연꽃마을에 들러보자. 여름엔 연꽃이 활짝 피어 마을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또한 연잎과 연꽃을 테마로 다양한 음식 만들기와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 수생식물을 관찰하고 연꽃밭을 따라 마을을 산책할 수도 있다. 봉숭아물들이기, 고구마 캐기, 떡메치기, 손모내기 등 즐거운 체험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영화 <곡성>
곡성 읍내·함양 도천마을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 영화 <곡성>.
미스터리 영화로 극 중 배경이 되는 마을은 시종일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실제 곡성에 가면 영화 속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곡성은 무척이나 조용하고 한가로운 마을이다. 곡성 읍내에는 영화 주인공인 종구(곽도원)가 근무하는 경찰서였던 읍내파출소가 있다. 종구가 딸을 걱정하며 쪼그려 앉아있던 곳도 읍내의 어느 한 가게 앞이다. 외지인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사제와 종구가 만나는 성당은 곡성성당이다. 영화 첫 장면의 낚시터는 곡성읍 동산리에 위치한 동산낚시터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실제모습은 고요하고 정겹기만 하다. 또한 외지인의 집은 곡성 석곡면 연반리에 있는 산속 폐가를 재정비해 만들었는데,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외진 곳에 있으니 궁금하다면 낮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일광(황정민)이 굿판을 벌이던 집은 곡성이 아닌 함양 병곡면 도천마을이다. 도천마을에서도 영화 속 중요한 장면들이 많이 촬영 되었는데, 이 마을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선정한 농촌촬영지 여행코스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천천히 농촌풍경을 즐기며 산책하기에 좋다. 가까이에 개평마을과 솔송주문화관이 있어 함께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