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 알레르기 걱정은 그만~
안심하고 즐기는 여름보양식

글 ㅣ 김제림 참고자료 ㅣ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옻닭은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지만, 옻에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있어 누구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옻 알레르기 유발물질 제거 기술을 개발해
식품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여름보양식, 옻닭
초복에서 말복까지의 기간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때로 이 시기를 삼복(三伏)이라 한다. 우리 조상들은 복날이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음식과 술을 챙겨 계곡이나 산에 놀러가곤 했었다. 민간에서는 삼복더위를 피하고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삼계탕을 끓여 먹었다. 이러한 풍습은 지금까지 전해져 복날이면 삼계탕 집에 사람들 줄이 길게 늘어서고, 집에서도 닭이나 오리로 보양식을 만들어 먹는다.
삼계탕에는 기본적으로 찹쌀, 인삼, 대추, 밤, 당귀 등을 넣어 진 한 육수가 우러나올 때까지 푹 끓인다. 여기에 녹두, 들깨, 헛개, 흑마늘로 육수에 맛을 더하기도 하고, 전복이나 낙지 같은 건강에 좋은 해산물을 추가해 한층 고급스러운 삼계탕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렇듯 취향과 효능을 고려해 삼계탕에 다양한 식재료를 추가할 수 있지만, 함부로 넣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바로 옻이다.
옻나무는 4,00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됐던 것으로 추정된 다. 전통적으로 위장질환, 혈액순환, 심장질환, 부인과질환 등에 효과가 있어 고려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용되 어 왔다. 특히 항암, 항산화, 항균효과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 져 있다. 그러나 옻나무는 수포, 발진, 가려움증 등을 동반하는 알 레르기를 유발시켜 현대에 들어서는 닭과 오리 등을 조리할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닭과 오리의 성질이 옻 유독성을 해독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옻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옻을 먹었을 때뿐 만 아니라 옻닭을 끓일 때 발생하는 수증기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옻 효능이 뛰어나 섭취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았고, 옻 관련 산업도 활성화되기 어려웠다.
옻 알레르기 유발물질 제거로 안심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3년 발효기술을 이용해 옻에 있는 알레르 기 유발물질인 우루시올(urushiol)을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 옻 나무에 아까시재목버섯(장수버섯균)을 접종해 발효하는 과정에서 버섯균이 생산하는 라카제(laccase)라는 효소가 생물학적으로 우 루시올을 변형시켜 옻의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제거한다.
지난 2005년부터 8년 동안 연구를 통해 완성한 기술로 얻은 발효 옻 추출물은 안전성 평가결과, 피부자극성시험 등 총 13항목에서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옻은 옻닭·옻오리는 물론 된 장, 간장, 고추장 등 장류나 발효식초류, 그리고 막걸리, 약주, 과 실주, 청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범위가 확대되었다.
농촌진흥청은 옻 알레르기 유발물질 제거 기술을 옻 관련 식품업체 에 기술 이전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다양한 효능이 있는 옻을 마음 놓고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이전 성과는 최근 들어 점차 나타나고 있다.
충북 제천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옻가네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식품소재용 발효옻 추출물의 제조방법’을 이전받아 참옻 발효진액 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액체 형태로 판매되는 옻진액은 닭·오리 백숙에 넣어 먹어도 옻이 오르지 않는다. 별도로 옻 알레르기 약을 먹지 않아도 옻닭과 옻오리를 안심하고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한 옻밥, 옻수육, 옻보쌈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예측하기 어 려운 폭우가 쏟아지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로 기운이 떨어지곤 한 다. 이럴 때 건강에 좋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고, 알레르기 걱정까 지 없는 옻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보면 어떨까? 삼복더위 를 무탈하게 지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