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인삼에 정성을 담다금산 인삼

글 ㅣ 김그린자료제공 ㅣ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 채혜성 농업연구사, 최준식 농촌지도사
충청남도 금산 인삼은 오랫동안 ‘산신령이 점지한 영물’로 일컬어왔다.
인삼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 사람의 힘만으로 생산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이 인삼이었기 때문이다.
금산 인삼은 무려 1,500년의 역사를 지닌다.
대를 이어 인삼 농사에 대한 지식이 전승되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삼에 얽힌 전설

금산에 위치한 개삼터공원은 금산에서 인삼을 최초로 심어서 재배하기 시작한 곳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원에 들어서면 ‘하늘 선물 금산 인삼’이라고 적힌 멋진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삼은 금산 사람들에게 든든한 자부심이다. 공원에서는 금산에서 인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려주는 조형물들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금산 인삼에는 특별한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현재의 남이면 일대에 살던 강 씨 성을 가진 처사가 어머니를 위한 기도를 올리다가 인삼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강 처사는 홀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달라며 관음굴에 들어가 100일 동안 기도를 드렸다. 설핏 잠이 들었을 때 꿈속에서 산신령이 나타나 “관음봉 암벽에 가서 빨간 열매 세 개가 달린 풀을 찾아 그 뿌리를 달여 드리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처사가 그 길로 암벽에 찾아가니 꿈속에서 들은 풀이 있었고, 뿌리를 캐어 어머니께 달여 드리니 병이 깨끗이 완쾌되었다는 이야기다. 설화 속 강 처사는 혼자서 영험함을 누리는 데 그치지 않고 붉은 열매 세 개 안에 있던 씨앗을 마을에 심어 재배했다. 모양이 마치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인삼(人蔘)이라 불리게 되었고, 이것이 금산 인삼의 시작이라고 전해 내려온다. 개삼터공원에는 금산군 향토 유적 제1호인 개삼각이 있는데 산신령이 강 처사에게 인삼을 내리는 모습을 그림과 모형으로 재현해놓았다.
산신령이 점지한 약초이기에 금산 사람들은 인삼을 단순한 작물이 아니라 영물에 가깝다고 여긴다. 그래서 귀한 인삼이 잘 자라기를 기원하며 인삼 뿌리가 자라는 5월에 ‘삼장제’라는 이름의 제례를 올렸다. 밭을 깨끗이 청소하고 시루떡을 비롯한 제물을 차린 뒤 정성껏 올리는 고사였다. 이후 이 삼장제를 축제로 발전시켜 금산 지역 축제, 금산인삼제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선조들의 지혜를 이어받은 해가림 시설

금산에서도 대표적인 인삼 경작지로 손꼽히는 곳이 제원면의 ‘포평뜰’이다. 포평뜰은 55ha에 달하는 인삼 재배 단지로 인삼 농사에 최적화된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다. 금산의 인삼밭은 보통 산자락에 조성되어 있으며, 북향 또는 북동향에 위치한다. 뜨거운 햇빛은 적게 받고 바람은 원활하게 순환된다. 고온에 약한 반음지성 식물인 인삼에게 맞춤한 조건이다.
포평뜰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구간마다 검은색으로 일종의 지붕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보인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무엇일까 고개를 갸웃하게 될 것이다. 이것의 이름은 해가림 시설로, 고온을 싫어하는 인삼이 한여름에는 햇볕을 직접 받지 않도록 차단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설치한다.
해가림 시설은 조선 후기인 1800년대부터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1778년 영조실록에서 해가림 시설이 개발되었다고 언급되는 점을 보면, 일찍이 작물에 알맞은 시설을 고안한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해가림의 높이와 기둥, 피복 자재 등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해가림 농업을 이어왔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1,500년을 이어온 인삼재배법을 인정받아 금산 인삼은 2015년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된 이래 2018년에는 인삼 작물로는 세계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었다. 조선시대 이천 쌀, 파주 장단콩과 함께 임금님께 진상되던 3대 진상품에 꼽히던 금산 인삼이 세계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1,500년 동안 인삼을 지킨 사람들

인삼의 고장인 만큼 금산에는 인삼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장이 많다. 금산국제인삼시장은 백삼의 70~80%가 유통되는 집산지다. 1986년 개설된 이래 인삼과 약초 등을 주로 취급해 왔다. 금산인삼쇼핑센터는 인삼과 약초,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형태의 시장이다. 선물용부터 기념품까지 다양한 인삼 관련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금산수삼센터는 전국 최대 수삼 유통지이며 금산인삼약령시장은 생약, 건재,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중부권 최대 약령시장으로 손꼽힌다.
또한 금산군에는 체험휴양마을이 여럿 존재하는데 각각의 마을에 가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예컨대 바리실마을에서는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적벽강마을에서는 쥐불놀이나 도자기체험을, 조팝꽃피는마을에서는 산야초장 담그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금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인삼이지만 체험휴양마을마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비호산에 올라본다. 200m 남짓한 산이기에 가볍게 산책하는 느낌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한다. 이곳에는 금산 어느 곳에서도 한눈에 띄는 인삼탑이 우뚝 솟아 있다. 인삼탑 옆에 서면 금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한 번 짓고 나면 10년간은 땅을 놀려야 할 정도로 지력 소모가 크다고 일컬어지는 인삼. 그 인삼을 소중히 키워 전통을 이어온 사람들이 이곳에 산다.
금산 인삼농업
위치 | 충청남도 금산군 제원면 일대
농경문화마을이란?
농경문화마을은 농촌진흥청이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구축 사업’을 통해 육성 하고 있다. 지역 고유 환경과 풍습에 의해 오랫동안 형성된 농업자원, 전통문화, 경관을 활용해 체험과 전시를 통해 문화를 공유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여행 더하기 : 국가중요농업유산
유구한 역사 인삼에 흐르다
금산 인삼농업

글 ㅣ 김그린
충남 금산은 1,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인삼 종주지다. 인삼은 생육환경과 지리적 조건,
채취 기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작물로 일컬어지는데, 금산은 이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금산인삼농업은 우리나라에서는 네 번째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인삼으로서는 세계 최초다.

인삼에게 꼭 맞는 환경 조성

인삼 재배는 그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한 번 인삼 농사를 짓고 나면 약 10년간은 땅을 놀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인삼은 반음지성 식물로 배수가 잘 되는 토양과 서늘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작물이다. 경사진 산기슭에서 잘 자라기에 금산의 진악산, 대둔산 등에서 재배되어왔다. 하지만 관광객의 접근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제원면 부지에 삼락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금산의 전통인삼농업은 ‘순환식 이동농업’을 바탕으로 한다. 재배 후 휴경·윤작하고, 땅을 관리한 후 다시 재배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덕분에 토양 환경과 생물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또한 자연친화농업을 추구하는데, 반음지성 식물인 인삼이 직사광선을 피하고 여름철 햇빛을 적게 받을 수 있도록 해 방향과 바람 순환을 이용한다. 이른바 ‘해가림’이라고 일컬어지는 방법으로 북향, 또는 북동향의 산자락에 인삼밭을 조성하고 해가림 시설을 갖추어 바람의 순환을 막지 않으면서도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농가별로 자가채종 방식을 고수하며 다양한 재래종자를 지속적으로 보유해왔다. 자가채종이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다음 해에 쓸 종자를 직접 생산하는 일을 뜻한다. 이러한 점이 농업유산으로서 가치를 높게 인정받아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었다.

다양한 동식물 서식처

인삼밭은 다양한 동식물 서식처이기도 하다. 반음지성 환경에서 자라나는 선태류는 토양과 수분이 유실되지 않도록 해 인삼재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서울개구리, 표범장지뱀, 남생이 등 양서류와 파충류도 금산 일대에서 발견된다. 이들이 서식하기에 충분한 습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 인삼밭에 가면 해가림 시설로 검게 가려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삼에게 딱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사랑과 정성이 느껴진다. 그 덕분인지 금산 인삼은 다른 지역 인삼과 비교했을 때 효능이 월등하다고 알려진다. 1,500년을 이어온 금산 인삼농업에는 전통을 잇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