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리산의 ‘맛있는부엌’은 어떤 곳인가요?
처음엔 ‘동네부엌’이라고 불렀던 공간입니다. 공유주방처럼 마을 안에서 음식으로 소통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요.
그런데 처음 생각 했던 일들을 아직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맛있는 부엌’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맛있는 부엌을 통해 제철 음식학교, 시의적절약선학교, 김치학교, 우리장학교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요.
식생활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분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마을 분들과 같이 밥을 나누는 공간으로도 사용하고 있지요.
Q.
지리산이 고향이신가요? 지리산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향은 강원도 춘천입니다. 남편 고향이 완도에 딸린 작은 섬이에요. 제 고향과 남편 고향의 중간 정도 위치로 타협해 내려왔다고 하면 이해가되실까요.
아무튼 산골에서 태어나 자란 저는 지리산의 품이 넉넉하고 따뜻해 좋습니다.
Q.
강의도 많이 하시는데요. 주로 어떤 주제인가요?
한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밥, 김치, 장을 주제로 하는 인문학적인 내용과 실습을 병행하는 강의가 많습니다.
또한 앞의 내용들을 뒷받침하는 가장 일상적인 삼시세끼 밥상을 차리는 방법을 배우는 제철음식학교도 있지요. 약선음식학교는 ‘맛있는 부엌'에서 이루어집니다.
그 외로 어린이집, 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식생활교육을 합니다.
Q.
강의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시나요?
교육에 오시는 분들은 아주 다양합니다. 가깝게는 마을 안에서 퇴직 후 가족들과 더 잘 먹고 건강하게 지내려는 가장들도 있고요.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조리법을 배우기 위해 오는 농업인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도시 주부들이지만 생각보다 외식 업체 대표나 요리를 가르치는 강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모두가 한식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우리 음식에 대한 목마름으로 찾는 것이지요.
Q.
음식점을 운영하는 등 판매보다는 교육에 힘쓰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리 음식의 정체성이 흐려지다가 사라질까 두렵습니다. 판매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보다는 교육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 들의 숫자가 더 많다고 느낍니다.
그냥 판매를 통해서 소극적으로 우리 음식을 알리기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우리 음식에 대한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을 변화시켜 우리 음식을 보존하고 발전 시키고 싶은 거지요. 그래서 저는 요리연구가가 아닌 음식문화운동 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합니다.
Q.
우리 장에도 관심과 애정이 많으십니다. 어떻게 장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관심을 가졌다기보다는 그 자체가 저의 식생활이었어요.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모든 음식이 직접 담그고 관리하시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걸 먹고 자라면서 다른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냥 어머니의 음식을 대물림하여 가족들과 나를 위한 밥상을 차려왔습니다.
그런 까닭에 언제나 아무렇지도 않게 장을 담그고 그걸로 밥상을 차리게 되었지요. 그것 들에 의해 저절로 쉽고 맛있는 밥상이 차려졌어요.
한번만 직접 담가 장맛을 보고 그걸로 음식을 해본다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지요. 장이 익는 냄새가 항아리 주변을 둘러싸고 그 곳을 지나면서 장향을 맡아본 사람은 더욱 그렇지요. 장을 담그면 저절로 밥을 하고 싶어지고, 음식 맛을 자랑하고 싶어집니다.
이웃에게 장을 담그라고 권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도 됩니다.
그러다 보면 윗대 어른들로부터의 식생활독립, 대기업 제품으로부터의 독립이 이루어집니다. 멋진 일이 아닐 수 없지요.
Q.
직접 담그시는 장이 궁금합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요.
비법이 없는 것이 비법입니다. 잘 띄운 메주에, 적당량의 소금물을 붓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장이 만들어집니다.
같이 장을 담가본 사람들은 장 담그기가 어찌 이리 쉽냐고 합니다. 나중에 결과물을 만나면 믿어지지 않는 맛이 나온다고 하지요.
콩과 물, 소금이 미생물과 만나 만들어내는 멋진 하모니가 우리 장입니다. 맛을 내기 위해 그 어떤 조미도 하지 않으니 이만하면 특별한 방법이 아닐까요?
Q.
약선음식 전문가로도 유명하십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약선음식이란 무엇인가요?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게 해주는 음식,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음식, 질병에 걸렸을 때 치료보조 수단이 되는 음식 등을 약선음식이라고 말합니다. 평소에 자신을 지켜주는 균형 잡힌 제철음식이야말로 진정한 약선음식입니다.
Q.
약선음식에 주목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경험이 있으신가요?
원광디지털대학교 한방건강학과 1기 졸업생입니다. 처음엔 산과 들에 지천인 풀들을 공부하다가 점점 매료되어 학교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고, 이 분야 공부를 20년 이상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어렸을 때 한글도 모르시던 할머니와 공유한 신기한 경험이 생각나기도 했지요.
여름에 배탈이 났는데 부추흰죽을 쑤어주셨던 일, 복통에는 쓴맛을 가진 오이꼭지물을 먹여주신 일 등을 기억해내니 공부를 시작한 걸 스스로 칭찬했습니다.
Q.
우리 장, 약선음식 등을 만드실 때 꼭 지키는 원칙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음식을 조리하는 원칙은 장을 보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우선 제가 사는 지역 농부들로부터 시작해 아는 농부나 어부들의 식재료를 구입합니다.
나머지는 지역 오일장, 시장을 거쳐 친환경매장, 마지막으로 대형마트 순서로 장을 봅니다. 식재료 구입이 끝나면 조리를 하는데 어려우면 안 하게 되고 뭔가 전문가의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쉬운 조리법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죠. 어머니 어깨너머로 음식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쉬운 조리법에 있지요.
다시 말하면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와 쉬운 조리법이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날씨가 꽤 추워졌습니다. 이럴 때 먹으면 좋은 약선음식을 추천해 주세요.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아주 흔한 이야기 같지만 저는 밥을 추천합니다.
갓 지은 밥에 따뜻한 무국과 배추국만 있으면 더 바랄게 없지요. 가을무와 배추가 맛이 너무 잘 들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저는 맑은 무국과 배추된장국을 미친 듯이 끓여서 먹습니다. 감기에 걸리지 않고 지치지 않아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는 음식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식재료를 계절과 지역에 따라 조사ㆍ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사람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요. 한식이 사라질까, 우리의 좋은 식재료가 사라질까 두려움이 큽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사랑하고 지켜내서 우리의 훌륭한 음식이 보존되었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많이 먹고 싶어 하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먼저 우리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농촌을 살리는 음식을 해서 먹어야지요. 밥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이러다 한식은 박제되어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까 걱정됩니다.
밥 해먹는 일이 어렵지 않으니 천천히 시작해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밥, 김치, 장을 기반으로 하는 한식이 빛을 보는 순간을 어서 빨리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