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치유농장을
만들어 갑니다

이수미팜베리 박진강 실장

글 ㅣ 김주희 사진 ㅣ 박형준
경상남도 거창군에는 거창읍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홉산이 있다. 신라와 백제의 경계선이었던 산으로,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사이사이로 펼쳐지는 풍경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이 아홉산 자락 밑에는 이수미팜베리가 자리한다. 풍부한 일조량과 깨끗한 암반수로 다섯 가지 베리를 재배하며,
누구든 와서 쉴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숙박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수미팜베리를 6차 산업 대표 농가로 성장시키고 있는 박진강 실장을 만났다.

다섯 가지 베리농장부터 카페까지

이수미팜베리는 46,280m2 규모로 복분자, 산딸기, 블루베리, 블랙베리, 아로니아까지 다섯 종류의 베리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박진강 실장의 어머니인 이수미 대표가 지난 2006년, 양계장을 확장하기 위해 구입한 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물받은 복분자를 무심코 손으로 쭉 짜봤는데, 그 천연 빛깔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감동을 받은 이수미 대표는 자연과 사람의 힘으로 만든 건강한 농산물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23살 때부터 18년 동안 양계사업을 하셨어요. 6,500마리였던 닭은 4만 마리까지 늘어났죠. 정말 바쁘고 힘들게 일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오빠들은 인스턴트나 배달음식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 번은 색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혀가 파랗게 물든 저를 보고 어머니가 많이 놀라셨어요. 잘 챙겨주지 못하는 걸 항상 마음 아파하셨는데, 복분자를 만나면서 사업을 전환하기로 하신 거죠.”
처음엔 자금 조달을 위해 양계장과 베리농장을 같이 운영하다가 3년차에 베리농장으로 완전히 전환했다. 넉넉한 자금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농장을 일구는 것부터 레스토랑, 카페, 숙박시설을 짓는 것까지 전부 직접 해야 했다. 카페에 달린 조명, 산책로의 돌 하나에도 가족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렇게 17~18년 동안 농장을 가꾸며 지금은 1농장 이수미팜베리와 숙박시설 4동, 2농장인 유기농 산양산삼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363,636m2 규모로 치유농장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유기농으로 생산한 베리는 생과와 냉동으로 판매하고, 진액과 잼 등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농장에서는 베리 수확 체험프로그램과 주스 만들기, 농산물 분류하기 등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는 농장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농산물로 만든 스무디와 에이드, 젤라또, 베이커리 등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일찍이 농업으로 진로 결정…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도와 농장 일을 하던 박진강 실장은 일찍이 농업을 진로로 정했다. 농사는 무척 힘들지만,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수확의 기쁨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신기하고 감동적인 일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한국농수산대학교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시기별로 수확하는 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들어내는 게 잘 맞았는데, 한국농수산대학교에는 관련 과가 없었어요. 농산물을 재배하는 과는 있는데, 왜 처리하는 과는 없을까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마침 제가 대학 원서를 쓰는 해에 농수산가공학과가 신설된 거예요. ‘이건 운명이다!’라고 생각하며 바로 지원했죠.”
대학에서 순수 우리 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일은 무척 재미있었다. 명인 초청강의도 큰 도움이 됐고, 농장에서 운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공규모에 맞춘 교육도 유익했다. 그렇게 4년 동안 농산물 가공에 대해 이론과 실전을 배울 수 있었고, 졸업 후 23살에 본격적으로 이수미팜베리에서 일을 시작했다.
“중학생 때 농업으로 진로를 정한 후 성인이 되면 가공식품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을 담가놨었어요. 이를 활용해 베리와 장류를 접목한 소스를 개발했습니다. 식초에선 베리 맛이 많이 나고, 된장과 간장은 베리가 가진 좋은 성분에 집중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다섯 가지 베리로 만든 진액과 잼을 중점적으로 개발·판매하고 있다. 용기나 라벨, 포장 케이스도 세심하게 디자인해 고급스러운 패키지 상품을 만들었다. 카페를 준비하면서는 이탈리아에 배낭 하나 메고 가서 다양한 젤라또를 먹어보고 시장조사를 했다.
“뭐든 제일 큰 시장에 직접 가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며칠 동안 수십 가지의 젤라또를 먹어보고 트렌드를 파악한 후 복분자와 블루베리 등을 넣은 젤라또를 개발했습니다. 레시피를 완성하는 데 농촌진흥청 하두종 박사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직접 재배한 베리를 듬뿍 넣고, 첨가물을 많이 넣지 않아서 한층 풍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맛이 살아있습니다.”

자연친화적인 치유농장 만들 것

박진강 실장이 이수미팜베리에 합류한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공식품과 카페 메뉴 개발부터 테이블 장식이나 조명까지 박진강 실장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여름에는 일 방문자 수가 1,000명이 넘지만 고객 응대부터 서빙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고 있다.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 되고 싶어서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운영하고 있어요. 고객 위주의 경영을 하다 보니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힘든 걸 생각할 겨를도 없다는 게 맞을 거예요. 그래도 이수미팜베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있으니 시간을 쪼개고 알뜰하게 써서 계획한 일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치유농장이다. 산림을 활용해 쉼이 필요한 어르신, 영·유아 등을 대상으로 테마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더 나아가서는 자연친화적인 요양원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치유농장을 복지 개념으로 가려고 해요. 가족들이 와서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공간을 구역별로 나눌 계획입니다. 사실 수익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 ‘농업·농촌에 문화와 예술을 남기고 싶다’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보다 전문적인 운영을 위해 대구한의대 대학원에서 치유산업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장기프로젝트인 치유농장 운영에 앞서 이수미팜베리에 치유정원을 조성해 치유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박진강 실장은 곧 네팔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싱잉볼을 배우기 위해서다. 싱잉볼은 ‘노래하는 그릇’이라는 뜻을 가진 네팔 전통악기로, 표면을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울림 파장이 일어난다. 싱잉볼 재료나 크기에 따라 고유한 떨림과 소리가 있어 명상과 치유 목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싱잉볼은 우주의 소리와 가장 비슷하다고 해요. 혈액순환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자연에서 싱잉볼을 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아무 생각없이 잠들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네팔에서 싱잉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잘 배워서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치유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입니다. 치유와 쉼이 필요한 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수미팜베리
주소 |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읍 갈지길 261-40
전화 | 0507-1334-1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