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법으로 풍부한 맛의 키위를
생산하다

박행구농장 박행구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키위는 따뜻한 지역에 잘 자라는 과일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와 따뜻한 남해안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특히 경남 진주는 키위 재배가 새롭게 확대되고 있는 지역으로,
키위를 지역특화작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진주에 원래 키위가 많이 재배되던 것은 아니었다. 그 시초에는 박행구농장의 박행구 대표가 있다.
그는 10년 전 대체작물로 키위를 시범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진주에 키위 재배를 확산하는 데 기여해 오고 있다.

풍부한 일조량·내륙성 기후에서
재배된 맛있는 키위

박행구 대표와 아내 김금이 씨
박행구 대표와 아내 김금이 씨
경남 진주 시내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박행구농장은 박행구 대표와 김금이 씨가 함께 운영하는 키위농장이다. 이곳에서는 새콤한 맛이 특징인 그린키위와 과육이 부드럽고 달콤한 골드키위를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의아한 것은 키위를 재배하는 농장의 모습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희는 키위를 산 위에서 재배하고 있어요. 걸어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되는데, 365일 일조량이 좋아 키위를 재배하는 데 제격입니다. 보통 키위는 시설재배하거나 제주지역에서 많이 재배한다고 생각하는데, 경남 진주에서도 아주 맛있는 키위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내륙성 기후라 키위가 따뜻한 바람, 찬바람, 비바람 등을 맞고 자라는데요. 그 덕분에 당도와 산도가 일정한 비율로 맞춰져 식미감이 좋습니다. 키위는 달콤하기만 해서는 안 되거든요.”
박행구 대표는 현재 최상의 당산비를 맞춘 키위를 생산해 내고 있지만, 그도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1983년부터 3만3,000m2 규모에서 단감 농사를 지어오다가 10년 전부터 키위로 작목을 변경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진주에서는 키위를 재배하는 농가가 없었기에 박행구 대표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재배 노하우를 단단히 쌓아갔다.
“10년 전 진주시에서 단감으로 과수 수출탑을 수상하면서 미국 연수를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일행 중 한 분이 키위를 대체작물을 추천해 주셨지요. 당시 단감농사는 노동력이나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더는 힘들다고 생각하던 중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주위에서 모두 진주에서 키위 재배는 절대 안 된다고 했었어요.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는 이유였죠. 그래도 한 번 부딪혀 보자는 생각에 도전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키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온새미로 농법으로
친환경 키위 생산

박행구 대표는 처음 키위 묘목을 구입해 심었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키위나무는 감나무와 다르게 봄 서리 피해가 심각했다. 봄기운이 불면 뿌리가 활동하면서 물이 올라와 나무 움이 빨리 트는데, 늦추위에 얼어 죽는 일이 빈번했던 것이다. 그래서 박행구 대표가 고안한 것이 나무에 물을 늦게 줌으로써 뿌리를 강하게 키우는 방법이었다.
“물을 주면 과일은 크지만 저온피해가 생기니 물을 적절한 시기에 적당량을 주는 게 무척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물을 줄 수 있는 관수시설을 설치함으로써 수분을 조절했지요. 사실 교과서대로 하지는 못했어요. 이론도 중요하지만 토양과 날씨 등 농장마다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무의 생장을 주의 깊게 보면서 그때마다 수분 조절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키위농사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람을 막아주는 일이었다. 특히 고지대에서 키위를 재배하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이 컸다. 박행구 대표는 유목일 때는 피복으로 보온하고, 적절한 높이의 덕을 설치해 나무를 고정시킴으로써 바람 피해를 예방했다.
“작목을 변경하면서 단감의 비율을 줄이고 키위의 비율을 높여나갔습니다. 처음엔 묘목이 죽고 수확량도 적어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저만의 방식을 찾아나갔습니다. 적기에 인공수정이 잘 되도록 수분수를 혼식하고, 시기에 맞춰 전정이나 순 관리 등 부수적인 작업을 정밀하게 했지요.”
키위를 살펴보고 있는 박행구 대표
키위를 살펴보고 있는 박행구 대표
수확한 골드키위
수확한 골드키위
이 모든 건 박행구 대표와 김금이 씨가 중심적으로 해나갔고, 딸이 함께 일손을 도왔다. 다른 인력을 쓰지 않고 가족끼리 해 나갔기 때문에 더욱 정직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에게 부끄럽지 않은 농사를 짓고 신뢰할 수 있는 키위를 생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에서 도입한 것이 진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개발한 ‘온새미로’ 농법이다. 온새미로는 산야초나 잔여 농산물을 가공하여 만든 탄화물을 작물의 생육기에 살포함으로써 병해충 억제와 생리활성으로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친환경 농법이다.
“탄화물을 생육기에 뿌려주니 생리활성화로 키위 품질이 향상되는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탄화물 중 후광은 오메가3 성분이 있어 이를 나무에 뿌려주면, 다른 과일보다 오메가3 함량이 높아집니다. 또한 잔여 농산물 등을 다시 토양으로 되돌려주는 친환경 농법이이라 잔류농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온새미로 농법은 키위 품질도 높여주고, 안전성으로 소비자들도 좋고, 환경에까지 이롭지요.”
박행구 대표는 여름에는 청백무, 제주 월동무 등 찬 성질의 탄화물을 사용하고,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메리골드 탄화물을 사용해 노린재 등 해충을 쫓고 있다. 산야초나 잔여 농산물을 필요에 따라 배합하고 태워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고 재료값도 비싸지만, 건강한 키위를 생산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묵묵하게 온새미로 농법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재배 노하우 전수,
내년엔 키위 수출 계획도

현재 박행구 대표는 그린키위와 골드키위를 1만m2에서 재배하고 있다. 단감농사를 지을 때보다 1/3로 줄어든 규모지만 단위면적당 소득은 높아졌다. 또한 키위 재배 노하우가 생기면서 노동력도 훨씬 적게 들어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박행구 대표의 사례를 본 주위 농가들이 키위로 작목을 전환하거나 신소득 작목으로 키위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진주의 키위 생산량을 급격하게 증가했다. 박행구 대표는 10개 농가와 함께 키위작목반을 운영하고, 40개 채소·과수 농가와 함께 비화학적방제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키위의 발전을 위해 재배 노하우를 전수하고 방향도 제시해주고는 합니다. 때문에 다른 농가들, 그리고 진주시의 키위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지요. 내년부터는 작목반에서 수출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행정적인 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농사만 짓다 보니 행정적인 부분은 미흡한 면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경상남도강소농지원단 정두균 자문위원에게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수출을 하려면 키위 생산량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진주시에서 생산되는 신선채소와 과일에 포함시키면 충분히 수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박행구 대표는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키위를 생산하기 위해 작목반 기술 공유, 교육장 운영, 경영관리 정보 교류 등을 통해 품질 향상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제가 정두균 자문위원에서 들은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적정한 관리, 적정한 면적, 새로운 경영’을 해야만 키위농사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세 가지를 잊지 않고 실천해 왔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정직하게 친환경 농법을 유지하고, 농촌진흥청에서 새로운 키위 품종을 개발하면 이를 적극 도입할 계획입니다. 최고의 먹거리는 건강한 땅에서 정직한 농부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소비자 분들이 믿고 드실 수 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키위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 중인 박행구 대표와 김금이 씨

당시 진주에서는 키위를 재배하는
농가가 없었기에 박행구 대표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재배 노하우를 단단히 쌓아갔다.

박행구농장
주소 : 경상남도 진주시 문산읍 안전리 375-1
연락처 : 010-5191-5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