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맞는 기술 개발하여
세계에 K-푸드를 알리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장민선 박사

글 ㅣ 남궁소담사진 ㅣ 전예영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요즘이다.
영화와 드라마, 음악 등의 문화 분야뿐만 아니라 한국의 농식품은 이른바 ‘K-푸드’라는 이름으로 각광 받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K-푸드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수출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는 K-푸드로는 가공식품도 있지만, 딸기, 인삼 등의 신선 농산물도 한몫을 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의 수출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온 장민선 박사를 만나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들어봤다.

선도유지기술로 손실률 크게 낮춰

장민선 박사가 포장용기 내 이산화탄소 및 산소 함량을 측정하고 있다.
장민선 박사가 포장용기 내 이산화탄소 및 산소 함량을 측정하고 있다.
딸기 포장용기
딸기 포장용기
신선 농산물의 수출을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은 ‘선도유지’일 것이다. 우리 농산물이 아무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선도유지가 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 수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배한 농산물을 얼마나 신선하게 수출할 것이냐가 관건이 된다. 이를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끊임없이 연구를 해왔다.
“고생해서 재배한 농산물을 내수 시장이든 수출 시장이든 어느 곳에 내놓더라도 신선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농산물의 품질을 고급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일 역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일이 되겠지요.”
이 분야의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품질저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선진국의 기술을 적용해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기술도 개발해 보았다. 많은 사람들의 오랜 노력 끝에 우리 실정에 맞는 기술은 계속해서 향상되어 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장민선 박사가 기술 개발해낸 동시복합처리기술이다.
“딸기는 수출 효자 품목 중 하나지요. 하지만 쉽게 물러지는 특성 때문에 장거리 수송이 어려웠습니다. 꾸준한 연구 끝에 경도 강화 및 미생물제어를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기능성 용기포장을 적용하여 신선도를 추가적으로 연장할 수 있게 되었지요. 수출 장애요인을 해결한 사례입니다.”
수출 효자 품목인 딸기를 예로 들면, 쉽게 물러지는 품목이라 선도유지를 위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테면 선도유지 기술과 경도유지를 위한 이산화탄소 처리, 곰팡이 발생을 억제하는 이산화염도처리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과정들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동시복합처리기를 개발했다. 이 기술의 개발로 수출용 딸기 손실률을 기존 25~30%에서 5~10%로 크게 낮췄다. 동시복합처리기는 현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저장고를 활용해서 설치할 수 있으며 농촌진흥청과 신기술 보급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현재까지 진주, 논산 등 딸기 주요생산지를 중심으로 전국에 약 20여 개소에 보급되었다.

수출 경쟁력 강화

딸기 호흡량 및 에틸렌 측정 중인 장민선 박사
딸기 호흡량 및 에틸렌 측정 중인 장민선 박사
보통의 딸기는 신선도가 유지되는 것이 7일에서 길게는 10일 정도다. 하지만 동시복합처리기술을 적용하면 신선도를 15일에서 20일까지 유지할 수 있다. 포장 용기를 개발하기까지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딸기는 품목별로 크기가 달라서 어떤 모양의 틀을 만들 것인지부터가 고민이었다. 또한 사람의 호흡처럼 딸기의 호흡이 조금 더 원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2024년이 되면 항공물류운송비 지원이 중단되어서 선박으로 수출하는 경우가 많아질 거예요. 선박으로 운송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품질이 안 좋아질 거라고 걱정하시는데요. 온도 관리를 완벽하게 하고, 품질 유지를 위한 기술을 도입하면 수출에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혼합선적을 위한 복합기술도 연구중이예요. 예를 들면 딸기는 2~4도, 고구마는 12도에 맞춰서 온도관리를 해야 하는데, 혼합했을 때 품질저하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들을 연구해서 적용시킬 겁니다.”
장민선 박사는 다양한 품종의 딸기에 대해 연구했고, 딸기 품종에 따라 맞춤형으로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켰다. 예컨대 딸기의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고, 아리향, 금실 등 품목별 크기에 맞는 딸기 용기가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특히 장거리 수출시 적용하면 물러짐 현상이 줄어들어 가격을 비교적 높게 책정받을 수 있다. 한국 딸기의 고급화 전략이 통하는 것이다.
“선도유지를 위해서는 품목별 포장방법이 중요해요. MA 기능성 용기포장이라고 하는데요. 대기 중 공기 조절 기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 산소가 21% 있다면, 이 상태에서 용기 포장을 하거나 농산물을 보관하면 산소농도가 낮춰져요. 농산물 또한 호흡을 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에 적정한 기체를 조성하는 겁니다. 숨 쉬는 포장용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호흡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에틸렌을 효과적으로 흡착할수 있는 야자수 활성탄과 부패와 냄새를 억제하는 항균기능이 있는 키토산을 활용한 것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는 걸 감소시키고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지요.”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채로 수출 시장에 우리 농산물을 내놓으면 손실률이 크게 발생한다. 장거리 수출을 했을 때, 현지에서 버려지는 게 대부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손실률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도 기술 개발과 적용은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딸기 역시도 수출국에 도착했을 때 물러짐이나 곰팡이 발생 등의 문제가 빈번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가 개선되어 신선한 상태로 수출되기 때문에 K-푸드에 대한 호감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딸기

딸기 물러짐 때문에 손실률 커
선도유지 기술 적용하면
손실률 큰 폭 개선돼
장거리 수출에도 용이한 기술

K-푸드 각광 받을 수 있도록 연구할 것

동시복합처리기술을 설명 중인 장민선 박사
동시복합처리기술을 설명 중인 장민선 박사
새로운 기술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건 끊임없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덕분이다. 현장 관계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것이 수출 효자 농산물을 탄생시켰다.
“저희가 기술 개발만 해서는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요즘은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내수시장에서 다 소비하지는 못하지요. 남는 농산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수출로 눈을 돌려야 할 때이죠.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는 농산물을 세계로 눈을 돌려 수출하는 것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최근에는 선도유지개발 연구 뿐만 아니라 품목별 적정 용기 개발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농가에서 사용하는 농가에서 수확할 때 사용하는 컨테이너 상자는 품목별 생리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의 동일한 상자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농산물 중 포도는 미국으로도 수출되고, 싱가폴이나 홍콩 등에서는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품목 위주로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뛰어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K-푸드의 매력을 느낄 때가 온 것이다. 맛있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외국에 알리는 역할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장민선 박사. 그의 연구가 우리 농산물을 세계 시장에서 더욱 당당하게 자리매김하도록 이끌어 줄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