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 수출 시
신선도 유지,
기술로 돌파하다

글 ㅣ 김제림
우수한 우리 농산물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수출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보관 등으로 인해 신선도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신선농산물 수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도입하고 있다.

참외 ‘골 갈변 현상’이
발생한다면?
열수 처리로 해결!

참외 골 갈변을 억제하는 열수처리
참외 골 갈변을 억제하는 열수처리
참외
참외는 전 세계 중 우리나라에서만 생산되는 독특한 과채류다.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연간 400톤 물량을 수출하고 있으며 두바이, 러시아 수출 가능성도 높은 품목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수출 후 현지 유통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참외 흰색 골이 갈색으로 변하는 ‘골 갈변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골 갈변 현상은 4도 이하에서 저온 저장한 뒤 상온 유통했을 때 발생 정도가 심해져 장거리 선박 수출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으며, 과일 품질이 떨어지고 소비자 선호도가 낮아져 참외 수출농가의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골 갈변 현상을 억제하고자 수확 후 세척 단계에서 45~50도 물에 참외를 5분간 담가두는 열수 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열수 처리한 참외를 14일 동안 저온(4도) 저장한 다음 상온 유통 2일 후에 확인한 결과, 골 갈변 지수(1.3)가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참외(2.1)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갈색 반점 발생지수도 무 처리구보다 줄어 일정한 온도의 물에 담그는 방법이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열수 처리한 참외의 경도(18.0N)는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참외(15.8N)보다 우수해 유통기간 중에도 쉽게 물러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화가 가능한 비율도 열수 처리 참외는 81.8%,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참외는 60%로 나타났다.
특허출원까지 완료된 이 기술은 별도의 장치 없이 기존 세척 시설에 열선 장치만 부착하면 사용할 수 있다. 설치가 간단하고,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어 현장 보급이 기대되고 있다.
열수 처리 방법

참외(숙기 80%) 수확 즉시 1차 세척
2차 세척조에 열수(45 ~50도) 5분간 침지
완전 건조 (팬 또는 선별라인 내 자연건조)
포장 (박스대 포장, 개별 소포장)
저온저장 유통

물러지기 쉬운 블루베리는?
동시복합처리장치로
신선도 향상!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동시복합처리장치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시키는 동시복합처리장치
블루베리
블루베리는 수확 시기가 장마기와 겹쳐 쉽게 물러지기 때문에 국내 유통뿐 아니라, 장기 선박 운송이 쉽지 않은 과일 품목이다. 특히 최근 수출 컨테이너의 수급 불안정과 코로나19로 항만 하역 작업이 지연되면서 블루베리 수출 시 물러짐, 탈색 등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에 3주 이상 장기 저장이 가능한 신선도 유지 기술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수확 직후 이동식 이산화탄소·이산화염소 동시복합처리장치를 활용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확 후 되도록 빨리 과일이 품은 온도를 낮추고 신선도 유지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동식 이산화탄소·이산화염소 동시복합처리장치는 생산지의 저온 탑차 안에서 바로 처리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확 후 예비냉장과 선별을 거친 블루베리를 동시복합처리가 가능한 장소로 옮기지 않고 생산지의 저온 탑차 안에서 바로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염소(20% CO2, 10ppm ClO2)를 처리함으로써 작물의 호흡률을 신속히 낮춰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또한 이산화탄소·이산화염소를 처리하면 선박으로 운송하는 동안 유황패드 등 신선도 유지제를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전남 장흥에서 8월 12일 수확한 블루베리(레빗아이 ‘파우더블루’) 400kg 물량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수출국 말레이시아에 도착(9월 14일)하기까지 4주가 넘는 기간 동안 물러지거나 부패하지 않고 신선도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선박 수출이 가능해져 항공 수출 대비 물류비를 4분의 1에서 6분의 1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으며, 한국산 농산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동,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전망이다.

시듦 현상·물러짐 나타나는
잎채소·포도는?
포장재로 싱싱함 유지

고온에 의한 건강장해 열사병
포도
채소류의 시듦 현상은 수확 후 유통 과정에서 빠르게 일어난다. 특히 상추 등 잎채소는 다른 작물보다 수분 함량이 높아 더 쉽게 시들고, 잎 조직이 얇고 수확 후 호흡률이 왕성해 유통기간이 늘면서 부패와 냄새가 발생하는 등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과 해외 수출 시에는 품질 저하로 인해 유통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일이 잦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상추 등 잎채소 신선도 유지를 위한 ‘숨 쉬는 포장용기’를 개발했다. 이 용기는 잎채소의 호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에틸렌 가스를 효과적으로 흡착할 수 있도록 용기 소재로 쓰인 플라스틱에 야자수 활성탄 등을 섞어 제작했다. 또한 용기에 잎채소를 오래 보관하면 나타나는 부패와 냄새를 억제하도록 용기 윗면에 항균 기능이 있는 키토산3를 부착했다.
그리고 숨 쉬는 포장용기와 일반 필름 포장재에 각각 상추를 보관해 상온에서 4일간 저장한 결과, 일반 필름 포장재의 이산화탄소 함량은 9%인 반면, 숨 쉬는 포장용기의 이산화탄소 함량은 0.4%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함량이 낮다는 것은 포장 내 잎채소의 호흡이 원활하고 냄새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숨 쉬는 포장 용기를 이용하면 상추 저장 기간을 상온에서는 기존 2일에서 4일로, 4도에서는 기존 10일에서 2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숨 쉬는 포장용기를 특허등록하고 산업체에 기술 이전했으며, 상추, 시금치, 깻잎 등 잎채소 선박 수출이나 품질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 유통 과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선박 수출 시 물러짐 등으로 잦은 클레임이 발생했던 포도에는 ‘엠에이(MA, Modified Atmosphere) 포장기술’이 적용돼 수출길을 넓히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 기술은 포장상자에 유공비닐·흡습지·유황패드를 이용해 포도를 보관하고, 운송온도를 0도로 유지하는 것으로, 저장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5개월로 3개월이나 연장할 수 있다.
이 기술 덕분에 포도의 장기 저장유통이 가능해져 중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며, 분산출하도 가능해 중국 명절 등에 맞춰 수출하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