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으로 하나되다
세계가 인정한 K-농업기술

글 ㅣ 편집부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문화콘텐츠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K-농업기술이다.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식량위기를 겪고 있고, 농업은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산업 분야다.
이러한 상황에서 K-농업기술은 세계 곳곳의 식량위기 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인류애를 전하고 있다.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우리나라는 1950년대 최빈국으로 공적개발 원조를 받아왔다. 당시 먹을 것이 부족했던 국민들은 끼니를 거르기도 했고, 곡식 대신 고구마나 감자로 배를 채우기도 했다. 하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공여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농업분야다.
농촌진흥청은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인 KOPIA 및 대륙별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3FACIs)를 통해 K-농업기술을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나라들에 전수하고 있다.
먼저 농업기술 개발과 보급, 교육 등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KOPIA 센터는 2009년 8월 5일, 베트남을 시작으로 현재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22개 나라에서 운영 중이다. KOPIA 사업은 농업기술 공유와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 개발로 협력 대상 나라의 농업 생산성과 소농의 소득 증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공적개발원조 사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해당 국가의 ‘자립’이다. 당장 배고픔을 없애줄 식량은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 맞는 농업기술 전수와 품종 개발 및 보급, 자국의 농업기술을 발전시켜나갈 연구원 육성 등 K-농업기술을 통해 협력국가 공동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2020년 기준으로 현지 연구원 총 1,510명을 우리나라로 초청해 기술 교육을 지원했으며, 우리나라의 농업전문가 986명은 현지 공무원, 연구원, 농업인 등 12만5,943명을 대상으로 현장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각 나라 여건에 따른 맞춤형 기술 개발, 농가 실증과 시범마을 조성 등을 추진한 결과, 작물과 가축의 생산성을 30~40%까지 높이는 성과를 냈다.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하여 2009년 출범한 한-아시아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는 현재 아시아 13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2010년에 결성된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AFACI)에는 아프리카 23개국이 7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한-중남미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oLFACI)는 2014년 출범해 중남미의 농업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지원

그동안의 KOPIA, AFACI, KAFACI, KoLFACI의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필리핀은 벼 우량종자 생산과 보급으로 농사 소득이 1.3배 증가했고, 케냐에서는 바이러스가 없는 건전 씨감자 보급으로 감자 농가의 생산성이 2배 증가했다. 파라과이의 참깨 시범마을 참여 농가도 1.7배 소득이 느는 등 K-농업기술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중남미 국가의 소규모 농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겪고 있는 가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열대농업센터(CIAT)와 공동으로 가뭄에 잘 견디는 강낭콩 품종을 개발·보급하기로 했다. 강낭콩은 중남미 국가의 주식으로 국민의 식량안보에 크게 기여하는 작물이지만, 가뭄으로 인해 2018년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3개국에서 발생한 피해만 약 30만ha에 달한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 KoLFACI 사무국과 CIAT는 ‘기후변화 대응 가뭄 저항성 강낭콩 품종 개발 보급’을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연구과제로 정하고, 중남미 각국의 농업환경에 맞는 가뭄 저항성 강낭콩 품종을 개발·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볼리비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페루 등 중남미 9개국 4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가뭄 저항성 강낭콩 품종 개발 및 보급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K-농업기술 전수 및 보급은 국제사회에서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공공부문 정부혁신 우수사례로 ‘KOPIA 사업’과 KAFACI의 ‘아프리카 벼 개발 파트너십 사업’이 선정되었다.
KOPIA 사업은 개발도상국 22개국에 맞춤형 농업기술 개발·보급으로 빈곤퇴치와 농업·농촌 문제 해결에 기여한 점이 높이 인정받았다. KAFACI는 국제연구기관인 아프리카벼연구소와 함께 아프리카 19개 국가에 다수성 벼 품종을 개발·보급해 식량안보에 기여한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한 K-농업기술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지원하고, 농업기술 혁신에 대한 전 세계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감자
포도
쌀

원조가 아닌 협력으로
세계인과 우정을 쌓다

K-농업기술을 통한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은 식량안보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의 경제성장은 물론, 우리나라의 국익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동안 22개 나라의 KOPIA 사업을 통한 생산유발효과는 2019년 기준 총 1억1,29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10년간 투입한 KOPIA 예산의 1.7배를 웃도는 액수다.
또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KOPIA 사업의 국내 경제적 가치는 2,344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이 인정하는 사회·경제적 효과이다. 더불어 국내 수출에도 영향을 미쳐 800만 달러의 수출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예산을 투자해 다른 나라를 돕는 사업이지만 우리에게 이익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 한정되지 않는다. 농업기술 선도국가로서 기술과 노하우를 다른 나라에 조건 없이 공유하고 필요한 인력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향상과 농업혁신 중점 국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 또한 원조가 아닌 협력하는 파트너로서 쌓은 세계인들과의 우정은 향후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반드시 다시 도움의 손길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