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은
세계와 진정한 친구가
되는 일입니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권택윤 국장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은 국제협력, 해외농업기술 개발, 농업경영, 수출농업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농업기술혁신 투자국으로서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더 큰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농업기술을 통해 52개국의 개발협력파트너국과 함께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술협력국 권택윤 국장을 만나봤다.

식량안보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 K-농업기술 전수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권택윤 국장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권택윤 국장
우리나라의 1960년대 일인당 GDP는 1백 불에 불과했다. 밀가루와 분유가루를 원조 받아 배고픔을 채우며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일인당 GDP 3만 불을 넘어서며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이렇듯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국민들은 안전하고 맛있는 식품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먹거리 변화에는 농업과학기술의 큰 발전이 뒷받침되었다.
“우리나라는 먹거리 자급을 위해 1962년 기술혁신 전담기관인 농촌진흥청을 설립했습니다.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해 과학적인 토양조사를 시작했고, 주식인 쌀의 자급을 위해 수량이 많은 품종을 개량했습니다. 기술혁신 전문인력 양성과 과감한 연구사업 투자 덕분에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혁명’을 경험했습니다. 그간의 연구과 노력 덕분에 다양한 소비를 맞출 수 있는 4,800여 종의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냈습니다. 지금은 매년 5만t의 남는 쌀을 개발협력파트너국에 보내고 있을 정도로 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K-농업기술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농업기술과 경험을 일컫는다. 지난 60년간 막대한 농업기술혁신 공공투자에서 얻은 축적된 식량 및 영양 안보 기술과 경험인 셈이다. 그 예로 우리나라 벼는 재배면적으로 보면 세계에서 미미한 수준이지만 생산재배기술, 품종개발 등 기술적인 면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앞서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수량성을 중요하게 여기던 시절을 지나 식미와 기능성 성분에 중점을 둔 벼 품종 개발 및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40여 년 전에 개발했던 수량성이 높은 품종들은 현재 아프리카의 다수국에 크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최근 벼 생산과 가공 기술이 더해진다면 아프리카의 만성적인 식량부족 문제 해결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나라들을 ‘개발협력파트너’라고 부르며 일방적인 원조가 아닌 ‘협력’을 통한 식량안보 향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자립할 수 있는 토대 마련 중요

농촌진흥청은 지난 2009년부터 인류의 보편적 공공가치인 ‘식량안보’ 향상을 위해 K-농업기술을 개발협력파트너국에 나누는 일을 지속해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아프리카다. 농촌진흥청은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AFACI)’를 구성해 ‘아프리카 벼 개발 파트너십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권택윤 국장은 아프리카로 직접 파견을 가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아프리카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농촌진흥청은 국제연구기관인 아프리카벼연구소와 함께 아프리카 19개 국가에 다수성 벼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있습니다. 품종 육종기간을 줄이는 기술을 전수하고, 유전자원 교환과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지요. 특히 세네갈에서는 5개 신품종을 보급품종으로 등록하는 성과도 내었습니다.”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으로 받은 상패들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으로 받은 상패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권택윤 국장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권택윤 국장
이와 함께 개발협력파트너국의 농가 소득 및 생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초기반 연구가 중요하다. 농업기술 연구·개발 토대를 마련하고 역량을 강화시킴으로써 식량안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토양조사사업부터 시작했습니다. 토양은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축적된 토양데이터에 ICT 기술을 접목해 현재 언제, 어디에, 어떤 작목을 재배하는 것이 좋을지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기술력으로 그 나라의 가능성 있는 과학자들을 훈련시키고, 함께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농업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권택윤 국장은 농업연구자들이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을 통해 함께 일하면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과학적인 답을 찾을 때가 가장 인상 깊다고 이야기한다. 몽골의 과학자가 농촌진흥청에 방문하여 최첨단 유전자 분석을 배우고, 몽골 양의 유전적 다양성에 대해 이해하는 모습은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몽골 과학자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면서 과학자는 얼마나 창의적인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을 통해 전 세계의 창의적인 과학자를 발굴하고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입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갈 때 우리에게 진정으로 고마워할 것입니다.”
농촌진흥청

우리가 가진 기술력으로
그 나라의 가능성 있는
과학자들을 훈련시키고,
함께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농업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선진국으로서 책무를 다하다

권택윤 국장은 지난 7월, 정부 합동 농업협력사절단으로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 과테말라를 다녀왔다. 농업분야 고위급 회의 등을 통해 농업기술, 농촌개발, 농가소득 향상 등 코로나19 이후의 상생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중남미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oLFACI),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사무소 등 우리나라의 중남미 농업분야 협력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 협력 사업을 협의하고 왔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먹는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농업기술협력은 강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번 농업협력사절단 파견에서의 수확 중 하나는 중남미의 커피에 대해 배우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커피 산업과 관련해 공동협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렇듯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을 통해 우리 역시 개발협력파트너국에게 배우고 도움을 받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아프리카에서 우리의 벼를 생산하게 되면 우리 농기계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농업 문제를 해결해 생산성이 높아지면 우리나라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력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듯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이란 일방적인 지원이나 도움이 아닌 서로가 주고받으며 상생하는 일이다.
‘컨선월드와이드’에서 보내온 카드
‘컨선월드와이드’에서 보내온 카드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이 우리 산업과 경제에도 분명 이익으로 돌아오는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우리의 이익을 생각하기 보단 선진국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책무감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많은 선진국들이 개발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은 우리가 정상적인 선진국가로서 위치를 확립해 나가는 일입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가 우선이지 않느냐는 질문도 하시는데, 그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나라, 우리 국민이 최우선이고 지금의 작은 여유를 개발협력파트너국에게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에서 권택윤 국장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겸손’이다. 그는 K-농업기술의 우수성을 자랑하지 않는다.
“저는 오히려 개발협력파트너국의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문제는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겸손한 자세로 연구하고, 다양성을 이해하고, 경험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가르치려고 가는 게 아니라 진정한 친구를 찾아서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의 진정한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