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반농 준비하기

글 ㅣ 김주희 참고자료 ㅣ 반농반X의 삶
(시오미 나오키 지음, 더숲 펴냄)
반농반X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농사로 자급자족하는 삶의 방식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반X를 위해 꼭 필요한 반농,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순환형 사회

좋아하는 일을 해서 먹고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수요가 많은 일, 연봉이 높거나 복지가 좋은 일,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일 등 현실적인 조건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곤 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들도 낮은 연봉이나 긴 업무시간, 대인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겪어 그만두기도 한다. 또 막상 직업으로 하니 좋아하는 감정은 사라지고 힘든 것만 남았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서 먹고 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법이 있을까? 어떤 것이 정답이라곤 할 수 없겠지만, 반농반X가 그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농반X를 처음 주장했던 시오미 나오키는 저서 ‘반농반X의 삶’에서 반농반X를 ‘하늘의 뜻에 따르는 지속 가능한 작은 생활(소규모 농업)’의 기반 위에서 ‘타고난 재주(X)'를 세상에 활용해 사회적 사명을 실천하고 전파하며 완수하는 삶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반농’은 자신 또는 한 가족이 가꿀 수 있는 정도의 토지에서 농사를 짓는 일이다.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농산물로 자급하는 것으로, 수익을 위한 농사가 아닌 나와 내 가족이 먹기 위한 작은 농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 뜻을 같이 하는 이웃들과 물물교환 형식의 자급자족도 가능하다. 내가 키운 감자를 이웃이 키운 토마토와 바꾸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에 관행농사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포장과 판매에 필요한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대량 생산, 운송, 소비, 폐기를 멀리할 수 있다. 단순히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반농이 아니라 ‘순환형 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반X’는 자신의 특기나 재주, 개성, 소임을 살려 하고 싶은 일을 세상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다. X는 두 개의 선이 교차되어 있는데, 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나는 ‘사회에 의미 있는 공헌’을 뜻한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사회에까지 기여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반농 규칙을 정하면
원하는 삶이 시작된다

반농반X에서 ‘반농’은 ‘반X’를 지속해 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삶이다.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면 농사 규모와 방법, 시간에 대한 규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
농사를 처음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베란다 텃밭부터 천천히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상추나 쪽파 등은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재배할 수 있다. 시민농장이나 주말농장에서 작은 텃밭을 대여해 깻잎, 양파, 감자 등을 재배해 볼 수도 있다. 생태농업을 원칙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작물을 길러야 하기 때문에 ‘순환형 사회’를 추구하는 반농과도 잘 맞는 농사방법이다.
이렇게 농업을 경험해 본 후 거주하는 곳 인근에 작게 토지를 구입해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도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농사에서는 작목 선택도 중요하다. 사과, 배, 포도 등 과수는 묘목을 심은 뒤 3~5년 후에야 수확이 가능하다. 당장 먹을 것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과수를 꼭 심고 싶다면 심은 후 몇 개월만 지나면 수확 가능한 상추, 깻잎 등 텃밭채소를 함께 기르는 것이 좋다. 텃밭에서 난 채소로 자급하다 보면 몇 년 후엔 어느새 주렁주렁 달린 달콤한 과일을 맛볼 수 있다.
반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농업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전업농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인 반X를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8시간 일한다면 절반은 내가 먹을 농산물을 재배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내가 좋아하면서도 수입이 되는 일에 써야 한다.
시오미 나오키는 그 시간을 정확하게 5대 5로 나누기보다는 4대 4 정도로 나누고, 나머지 2는 마음껏 놀거나 자연을 가까이하는 데 쓰길 권유한다. 반농반X를 실현하고자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일을 포기한다면 그건 원했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농반X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이다. 반농의 방식도 다양하고, 반X는 사람의 수만큼 더 다양하다.
하지만 반농반X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뽑는 ‘리틀 포레스트’의 삶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예쁘고 좋은 면만 보고 반농반X를 선택하면 실제 생활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농반X는 현실이자 끊임없이 나를 찾아나가고 나에게 맞는 삶을 방식을 실현해 나가는 삶의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좌절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이 분명하다면 지속 가능한 반농반X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농’은 ‘반X’를 지속해
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삶이다.
농사를 짓기로 결심했다면
농사 규모와 방법, 시간에 대한
규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