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의
새로운 발견과 의미

글 ㅣ 정수민
음식문화는 무척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발견과 의미도 찾아낼 수 있다.
단백질, 음식 조리서, 절기풍속으로 바라본 음식문화를 함께 탐험해 보자.

 

마빈 해리스 지음 │ 한길사 │ 2018
단백질로 음식문화를 파헤치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을 전부 먹는 잡식동물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문화생태학자인 마빈 해리스는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전 세계 기이한 음식문화의 비밀을 밝혀냈다. 단백질 섭취의 관점에서 식충부터 특정 동물을 숭배하고 혐오하는 것까지 다양한 음식문화를 소개하며 음식문화가 생겨난 이유를 추적한다. 여기서 저자는 인류 문명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단백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의 지능이 발달되도록 두뇌를 커지게 한 단백질 섭취, 그렇게 단백질이 중요하다면 왜 모든 단백질을 좋아하지 않을까? 암소를 숭배하는 힌두교도, 돼지를 끔찍하게 여기는 이슬람교도, 최고의 단백질원이지만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은 곤충까지. 단백질을 두고 벌어지는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나라마다 기후가 다르고, 그래서 나고 자라는 식물과 동물이 달라 먹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못 먹어서 안 먹는 게 아니고 안 먹어서 못 먹는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단백질을 선호하고 혐오하는 것은 환경 때문이며, 인간은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각자 환경에 적응하며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해 왔다고 이야기한다. 음식문화를 단백질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이 책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박록담 외 지음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17
조선시대 한글 음식 조리서의 백미
조선시대 음식 조리서는 주로 남성에 의해 한문으로 쓰였다. 중국의 문헌을 그대로 옮겨놓는 경우도 많았다. 음식을 만들던 것은 여성인데, 조리서는 남성이 썼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기도 하다. 『음식디미방』은 조선시대 한글 음식 조리서의 백미로 꼽힌다. 1670년 경 안동 장씨라 불리던 장계향이 남긴 것으로, 당대 여중군자로 불릴 정도로 덕망이 높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많은 여성들은 쉽게 읽고 사용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가정에서 실제로 만들어 왔거나 외가에서 배운 조리법을 한글로 정리했다. 식재료 생산과 획득, 조리 과정, 조리 기구, 빈례와 집안의 각종 대소사에 따른 음식 준비, 시의적절한 식품의 갈무리 방법을 꼼꼼히 기술했다. 이 책에는 국수, 만두, 떡, 과자, 술, 식초 등 모두 146종의 음식 조리법이 수록되어 있으며 개장국느르미, 개장꼬지느르미 등 다양한 육류 조리법도 나온다. 『음식디미방과 조선시대 음식문화』는 여러 분야 학자들에 의해 많이 연구되어 온 ‘음식디미방의 위상과 가치’, ‘장씨 부인의 생애에 대한 연구’, ‘음식디미방으로 보는 17세기 생활문화’, ‘음식디미방의 양주법 특성과 다른 문헌에 미친 영향’ 등 연구 내용이 담겨있다. 학자들이 연구하여 정리한 『음식디미방』의 해석과 가치를 함께 읽어보자.
시인이 들려주는 우리나라의 절기 문화와 시식
김정숙 지음 │ 아카데미북 │ 2023
해마다 되풀이 되는 자연의 법칙
우리 조상들은 명절마다 먹는 음식이 다르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민속적인 독특한 행사로 지켜 왔다. ‘절식(節食)’과 ‘시식(時食)’의 세시풍속(歲時風俗)은 인간이 일 년을 살아가면서 일정한 시기에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연중행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농경문화의 산물이다. 시인이자 음식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열두 달 세시풍속과 절기 음식(시인이 들려주는 우리나라의 절기 문화와 시식)』을 통해 우리의 절기 풍속을 정리했다. 1월 해솟음달, 2월 시샘달, 3월 물오름달, 4월 잎새달, 5월 푸른달, 6월 누리달, 7월 견우직녀달, 8월 타오름달, 9월 열매달, 10월 하늘연달, 11월 미틈달, 12월 매듭달로 나누어 『농가월령가』를 비롯한 전통 시가, 민요, 옛 문인과 현대 문인의 글을 두루 인용하여 ‘시식(時食)’에 관해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시대가 변해도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의 법칙이 얼마나 준엄한지, 그리고 서로 화합하며 정을 나누어 온 우리 민족의 공동체 문화가 얼마나 풍요롭고 뿌리 깊은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