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능성식품을
더 가깝게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
이성현 연구관

글 ㅣ 김희정사진 ㅣ 황성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고 몸에 좋은 것도 먹어야 좋은 법이다.
특히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오래 익숙하게 보아왔던 농산물들이 미처 몰랐던 효능을 가지고 있을 때도 있다.
이들 소재의 기능성 확인과 이를 활용한 건강식품 개발은
농식품의 부가가치 창출에도 큰 효과가 있어 농촌진흥청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상황이다.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에서는 농산물을 원료로 하여 총 3개의 연구실이 사업 추진에 협력하고 있다.
기능성식품과 기능성평가연구실 이성현 연구관을 만나
지난 30여년 동안 추진해 온 농촌진흥청의 기능성식품 연구에 대해 들어보았다.

기능성 소재를 연구하다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 이성현 연구관
농촌진흥청에는 기능성식품과를 주축으로 하여 기능성 소재를 연구하는 몇 개의 부서가 있다. 특히 농식품자원부에서 3개의 연구실로 구성된 기능성식품과는 생리활성이 우수한 국산 소재를 찾기 위해 성분을 분석·평가하며 제품화를 통한 실용화까지 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먼저 품질표준화 연구실은 농산물의 기능성분을 분석하고 제조공정을 표준화한다. 또한 섭취하고 있으나 식품으로 등록되지 않은 원료를 등록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기능성평가 연구실은 식품 소재의 기능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체계화하고 기준을 세워 건강에 좋은 식품이 어떻게 좋은지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능성실용화 연구실은 이렇게 우리 몸에 좋은 식품의 유효성분이 손실되지 않도록 안정화시키고 다량으로 추출하여 실용화 기반을 확보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연구하는 모습

생애주기별 질환에 대한
기능성 식품 연구

보통 기능성 식품이라고 하면 해외에서 수입되는 슈퍼푸드가 좋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가 매일 가까이에서 섭취하는 대부분의 식품이 각각의 특성을 가진 기능성 식품이다. 식품 자체에는 저마다 기능성 물질이 있어서 골고루 꾸준히 섭취하면 생애주기별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을 예방·개선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식품마다 건강에 좋은 기능은 차이가 있는 법이다. 이성현 연구관은 생애주기에 맞는 기능성 식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나이대별로 주로 겪는 질환이 달라지는데요. 어린이나 청소년에서는 천식이나 기관지염 및 알레르기 질환이 흔합니다. 갱년기에는 당뇨병, 비만, 골다공증,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쉽고요. 반면 노년기에는 치매와 관절염, 면역 저하 등이 주요 이슈입니다. 기능성 식품을 연구할 때도 이런 생애주기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소재 중심으로 진행을 하고 있죠.”
보통 한 식품의 기능성을 평가하고 소재로 개발하는 데는 3년에서 5년가량이 걸린다. 그 소재가 어떤 질환을 개선하는 기능성이 있는지 혹은 특정 질환에 대해 어떤 소재가 개선 효과를 보이는지 평가·확인하는 실험이 진행된다. 해당 질환을 지닌 실험군 중 기능성 소재를 섭취하는 쪽과 섭취하지 않는 쪽을 비교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관찰하고 어느 정도 먹어야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지 섭취량도 계산하게 된다. 보통은 시험관이나 세포실험으로 시작해서 동물실험을 추진한 뒤 효과가 있다는 확신이 서면 인체적용시험까지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전부 거치고 나서야 식약처에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기능성 원료를 찾는 일에는 많은 정성과 노력 그리고 끈기가 필요하다.
기능성평가연구지원팀
기능성평가연구지원팀

‘면역력’은
낮아도 문제, 높아도 문제

해외전문가에게 듣는 파프리카 봄철 작물관리
요즘 코로나19가 기세를 부리면서 특히 어르신들에서 면역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 몸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만드는데, 보통 면역력은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고치기 어려운 질환으로 떠오르고 있는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은 면역체계가 과잉반응하면서 나타내는 현상인 경우가 많다. 꽃가루로 인한 코 가려움이나 콧물 혹은 식품 알레르기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도 마찬가지다.
“면역은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정상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한 소재 중에서 면역력을 증진시켜주는 효과를 지닌 것은 도라지, 삼채, 민들레, 토마토, 자두, 마늘, 계피 등이었어요. 반면 과민면역상태인 천식 개선에서는 배암차즈기와 쑥부쟁이가 효과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삼채나 도라지는 면역이 과잉 반응할 때 그 면역 수준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요. 이 식품들이 면역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거지요.”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기능성 식품 섭취에 있어서 사람마다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양을 섭취해도 개인에 따라 효과 정도 혹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지속되는 기간이 달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약품이나 식품을 섭취할 시 면역력은 다른 기능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개인 건강상태에 따라 지속기간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사계절 나오는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릴레이 하듯 계절에 맞는 식품을 찾아 먹는 것이 바람직하죠.”

새로운 농산물의
기능성을 입증하다

지역적으로 오래전부터 먹어오긴 했지만 이성현 연구관이 논문으로 발표한 배암차즈기는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채소다. 생긴 모습은 봄동 배추와 닮았지만, 크기가 작고 표면이 올록볼록하게 얽어있어 곰보배추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키워내기 때문에 설견초, 과동청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저희 연구팀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배암차즈기는 페놀화합물이 많다고 알려진 녹차보다도 페놀화합물 함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암차즈기는 항산화, 항염, 항암에 효과가 있고, 특히 천식 관련 증상을 완화해 주는 효과가 우수합니다. 따라서 천식을 예방하거나 개선을 위해서 자주, 꾸준히 섭취하면 좋습니다. 어린 배암차즈기는 쓴맛이 약해서 고기와 함께 쌈을 싸먹을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배암차즈기를 말린 후 차로 우려 따뜻하게 자주 드시면 기침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 이성현 연구관
가공 방법에 따라 기능성분 함량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특별한 약을 먹는 식으로 한 번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다.
“또 하나 좋은 식품을 소개한다면 도라지가 있습니다. 도라지는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요즘 연구하고 있는 홍도라지는 여러 번 찌고 말려 숙성한 것으로 쓴 맛은 줄이고 기능성 성분은 향상시켰지요. 이제 인체적용시험 과정이 남았는데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기대가 큽니다.”
이렇게 개발한 기능성 식품에 관련된 기술들은 기업들에 이전하는데, 업체에 특별한 제한은 없다. 국산 기능성 식품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할 열정과 준비가 되어있다면 어디에든 열려있다.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 기술 이전 비용도 부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성현 연구관은 기능성 소재를 이용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나올수록 소비자들도 쉽게 우리 몸에 좋은 식품에 접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럴 때 농가의 수익도 증대될 수 있는 만큼 소비자 맞춤형의 색깔 있는 기능성 제품 개발에 더욱 매진할 생각이다.

무엇을 먹든,
즐겁고 행복하게 먹어야

건강식품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건강’이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 됐다. 그렇다면 기능성 식품을 연구·개발하는 이성현 연구관은 평소 어떻게 건강관리를 할까?
“특별한 비법은 없어요.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에 좋은 음식만 찾지는 않습니다. 늦은 시간에 연구실에서 라면도 먹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골고루, 즐겁게 먹는 것이죠. 라면에는 썰어 얼려둔 파를 넣고 묵은 김치를 얹어 먹거든요. 식품엔 양이 적건 많건 저마다 좋은 성분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또 하나는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생활하는 게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스트레스가 면역력 저하에 가장 큰 주범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좋은 동료, 사랑하는 후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참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성현 연구관의 말처럼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주어진 생활을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때로는 갑작스럽게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지나고 나면 스스로를 강인하게 만드는 과정 중 하나로 남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나눠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뛰어 오면서 우리가 놓친 소중한 것들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마음에 쉼표를 찍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몸의 건강 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기능성 식품을 함께 하면 더 좋겠지요.”
이성현 연구관이 근무하는 연구실을 나오면서 왠지 모를 기대감과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렇다. 내 몸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몸에 좋은 우리 토양에서 자란 다양한 식품을 즐기는 일이다. 가까이에서 나누는 기능성 식품이 한층 마음에 와 닿는 시기라서 더욱 그렇다. 요즘같이 우리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울 때가 있을까? 여기에 사람과 연구를 사랑하는 농촌진흥청이 있어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