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영양소가 깃든
곡물

(주)어울림 장병수 대표

글 ㅣ 김희정사진 ㅣ 황성규
보통 수확의 풍요로움을 대표하는 색은 잘 익은 알곡의 색인 누런색이다.
노란 낟알을 걷어 햇빛 아래 잘 말리는 것만으로도 창고가 그득해진 양 정신적인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주)어울림에서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색이 다를 것만 같다.
알곡이 완전히 다 익기 전, 엽록소가 남아 있어 푸릇푸릇한 이삭의 색이
(주)어울림에 딱 맞는 풍요로움의 색이다.

통곡물의 영양에
엽록소를 더하다

(주)어울림 장병수 대표
(주)어울림의 주력 상품은 초록통곡물을 가공한 식품류다. 알곡의 영양소는 완성되었지만 아직 엽록소가 남아있을 시기에 밀이나 쌀, 보리를 수확해 알곡의 겉껍질만 벗긴 뒤 가공했다고 해 초록통곡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엽록소는 식물의 피로 불릴 만큼 알곡의 영양소나 탄수화물 작용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엽록소를 그대로 잡아두었다는 것을 나타낸 이름이다.
그 과정에서 블랜칭 가공은 필수다. 블랜칭 가공은 야채나 곡물 고유의 색상이나 향이 파괴되는 것을 막는 공정이다. 통곡물의 영양을 그대로 남기면서도 낟알이 이후 다른 가열과정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끔 조직의 표면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도 그렇다.
“블랜칭을 해도 밥을 지으려면 많은 시간을 물에 불려야 해요. 특히 현미는 아무리 불려도 식감이 거친 감이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소비를 촉진시킬까 하는 생각에서 개발한 것이 구운 통곡물이에요. 밥을 지을 때 굳이 씻거나 불릴 필요가 없이 밥솥에 바로 넣기만 하면 되도록 만들었어요. 보통 구웠다고 하면 로스팅처럼 겉면을 바삭하게 볶듯이 만든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 경우는 낟알 속까지 푹 구워준 베이키드 방식이라서 향도 구수하고 부드럽게 먹을 수가 있지요.”
회사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는 것도 이 통곡물의 가공시설이다. 블랜칭을 하기 위한 증숙기계부터 오래도록 원물을 보관하고 껍질과 낟알이 잘 떨어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건조기, 거친 껍질을 제거하는 탈피기 등을 거친 다음에야 갖가지 가공식품을 만들 수 있는 초록보리, 초록밀, 구운 통보리, 구운 통밀 등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들은 보통 곡물보다도 기능성 물질들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초록보리와 초록밀의 경우 흑미와 같은 유색곡물과는 다르게 밥을 지을 때 색이 빠지지 않고 고운 낟알의 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장점으로 뽑힌다. 또한 통곡물의 거친 특성상 밥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제빵과 같은 가공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밥용 통곡물 시장을 선점했다는 것도 (주)어울림의 강점이다.
구운현미, 구운보리, 구운밀
(주)어울림

군산 향토기업,
지역 농민과 함께하다

(주)어울림은 보리와 밀 등의 엽록소가 남아 있을 때 수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확시기보다 약 열흘가량 빠르게 진행된다. 독특한 수확기를 가진 만큼, 시장에서 원물을 그때마다 구입할 수는 없다. 지역 농민들과 유기재배 계약을 맺어 원물을 전량 확보한다. 계약재배 자체도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면이 있지만 그보다도 더 바람직한 것은 바로 그들에게 시간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수확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생산비 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병수 대표의 설명이다.
“군산도 이모작 지대다 보니 벼를 추수하고 나서 바로 보리나 밀을 파종해야 하고, 여름철에 보리나 밀을 거두고 나면 다시 한 달 내로 벼를 심어야 한다는 노동력 부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열흘가량 빨리 수확하기 때문에 농민 입장에선 열흘의 시간을 버는 셈입니다. 자연히 농작업 일정도 여유가 있는 편이지요.”
밀 이미지
밀 이미지
군산 농민들과 함께 하는 만큼 (주)어울림에서 사용하는 품종도 정해져 있다. 통곡물의 엽록소를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는 만큼 품종은 크게 상관이 없어 군산 지역에서 재배하는 품종인 흰쌀찰보리, 금강밀, 백중밀 등을 주로 쓴다는 것이 장병수 대표의 설명이다. 유통은 주로 학교급식을 중심으로 로컬푸드, 일반 매장에 납품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수도권에도 판매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농림부에서 실시하는 시범산업인 ‘임산부 꾸러미’에도 시범사업자로 선정되었는데, 전국 10개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만큼 전국구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군산 지역 기업 중 유일하게 참여한다는 것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버섯 생산 시설

소비자에게 흥미를 일으키는
마케팅을 통해 매출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장병수 대표의 생각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체제 안착 목표

초록통곡물과 구운 통곡물이라는 고유한 아이템을 갖추고 양질의 상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또 다른 숙제들이 남아있다. 특히 수출길을 뚫는데 필요한 행정적 처리는 소규모 업체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블랜칭 초록통밀이 곡류가공품으로 등록되어 있어요. 수출도 가능하지만 물류비 문제나 관세, 통관 등은 소규모 업체에서는 감당하기 어렵거든요. 이를 도맡아서 할 수 있는 전문가도 부족하고요. 올해 좋은 기회로 부산에 있는 업체와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는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무리하게 시설을 늘리기 어려운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자동화시설을 하면 투자비용이 발생하는데, 그렇게 증설을 해도 유지가 가능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향토기업인 만큼 사람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용창출을 해야 한다는 의식도 있어 이를 절충하는 부분이 경영자로서 어려운 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흥미를 일으키는 마케팅을 통해 매출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장병수 대표의 생각이다.
밀 이미지
밀 이미지
“정부 기관에서 초록통곡물 관련 검사를 통해 우리 상품의 장점, 마케팅할 수 있는 부분을 키워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R&D 기관에서 제품화할 수 있는 장점에 대해 실험으로 입증해주면 당당하게 우리 상품의 좋은 점을 마케팅 요소로 삼을 수 있거든요. 마치 프랑스에서 와인의 좋은 점을 계속 정부에서 발표하는 것처럼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와 별개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 개발도 한창 진행 중이다. 초록통곡물을 분말로 가공해 물에도 잘 풀어지는 미숫가루 같은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인 만큼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개발하자는 생각에서 준비한 제품이다. 이러한 다양한 상품을 준비해 오픈마켓, 우체국 쇼핑 등을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이에 따른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것이 (주)어울림의 올해 목표다.
“친환경 농산물 계약재배라는 것이 원료비를 높이는 부분이기도 해요. 하지만 통곡물이란 특수한 상품을 생산하는입장인 만큼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농가와 더불어 나가는 경영철학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버섯 생산 시설

오픈마켓, 우체국 쇼핑 등을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이에 따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올해 (주)어울림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