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강화 밀 품종 개발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우리나라의 밀 소비량은 국민 1인당 연간 약 33kg이며 연간 총 200만 톤가량이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이중 우리 밀 소비량은 약 1.2% 내외로 낮은 자급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수입밀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은 우리 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능성이 강화된 밀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밀 품종 개발연구, 품질 분석, 시험포장 관리까지 모든 팀원이 힘을 합쳐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 밀 품종을 개발하고 있는 밀연구팀을 만나봤다.

Q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밀연구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박태일 팀장
밀연구팀은 밀 신품종 개발, 밀 육종효율 증진연구, 재배품질연구, 안정생산기술개발, 밀 품질 분석 및 수확 후 관리 등 밀과 관련된 연구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밀 품종을 연구·개발하여 우리 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는 밀 소비량은 높은 편이지만 국내 밀 점유율은 낮은 편인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천식 연구사
쌀의 연간 소비량은 국민 1인당 59kg이고, 밀은 33kg입니다. 하루에 세끼를 먹는다고 했을 때 한끼는 밀로 만든 제품을 먹는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젊은 사람들은 빵이나 면 등 밀가루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밀 소비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저렴한 수입밀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우리 밀 점유율은 1.2%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Q
현재 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박태일 팀장
올해 2월 28일부터 ‘밀산업 육성법’이 시행되었습니다. 필요한 경우 정부가 밀 비축을 통해 우리 밀의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에 나설 수 있고, 밀 용도별 품질기준을 설정해 품질관리를 강화한다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밀산업 육성법’ 시행으로 인해 안전한 밀을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농민들이 안심하고 밀을 심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영진 연구관
이와 더불어 밀 연구팀에서는 빵, 과자 등 소비자 요구에 맞는 고품질 밀 품종 육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을 극복하기 위해 수입 밀과의 차별화를 위한 영양 기능성 강화 품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우리 밀의 좋은 품질을 알리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우리 밀 품종은 무엇인가요?
강천식 연구사
최근 개발된 품종 중에는 빵용으로 소비자가 인정한 ‘백강’과 ‘황금’이 있습니다. ‘백강’은 기존에 있던 ‘조경’ 품종을 대신하여 현재 보급종으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 개발된 ‘황금’은 올해 걸음마 단계로 1ha 정도가 농가에 시범 재배되고 있습니다. 빵용 밀로 최적합하기 때문에 정부 보급종 체계를 거쳐 농가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과자용으로는 ‘고소’가 있습니다. 고소는 단백질 함량이 낮고 다수확 품종으로 현재 천안호두과자와 전주수제우리밀 초코파이의 원료곡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Q
기능성이 강화된 밀 품종은 무엇인가요?
알레르기 저감 밀인 ‘오프리’가 국제특허를 받은 것으로 압니다.
강천식 연구사
'오프리'는 밀 알레르기 중 만성 소화장애가 발생하는 셀리악병과 쇼크를 일으키는 아나필락시스의 유발원이 제거된 밀입니다. 유전자 조작이 아닌 우리 밀 품종인 ‘금강’과 ‘올그루’를 인공교배하여 만들었습니다. 미국 농무부 소속 농업연구청인 USDA-ARS에서 프랑스인 혈청 반응을 통해 효능이 구명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 중국에 국제특허가 출원되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박태일 팀장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도 효능이 입증되었는데요. 세프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박중원 교수 연구팀이 국내 밀 알레르기 환자의 혈청을 이용해 효능을 실험한 결과, 아나필락시스 등 알레르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전임상 시험단계를 준비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임상시험까지 구명된다면 국내 밀 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글루텐프리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세계적으로 글루텐프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오프리’의 개발은 무척 반가운 성과입니다.
강천식 연구사
서양인의 약 5%가 셀리악병을 겪고 있고 국내에서도 밀을 섭취했을 때 약 2만 5천 명이 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밀 알레르기로 인해 밀가루를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글루텐프리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겨냥한다면 연간 1조 2천억 원의 가공품 수출이 예상됩니다. 올해 전남 영광에서 50ha가량 '오프리'를 심을 계획인데요. 내년에 200톤가량이 생산되면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현재 아이쿱생협과 상생코리아, 풍년제과 등의 기업에서 '오프리'를 이용한 수출용 가공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Q
최근 면역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관련해 개발하신 밀 품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강천식 연구사
일반 밀에 비해 항산화, 항암 효과가 10배가량 높은 ‘아리흑’입니다. '아리흑'에는 안토시아닌(12.7mg/100g), 폴리페놀(1,588mg/100g) 등이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 기능을 갖고 있으며 항암 효능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아리흑'은 색소가 함유된 기능성 통밀빵, 통밀쿠키, 유색통밀밥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산업화를 위해 재배단지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Q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김경민 연구사
과거에는 개발자 위주의 육종이었지만 지금은 소비 트렌드에 맞춰 개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요즘 시대에는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인공교배에서 품종이 개발·보급되기까지는 약 15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항상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이러한 품종 개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최창현 연구사
품종을 개발하는 데 10년, 보급까지 15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리의 목적에 맞게 빠르고 정밀하게 육종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유전체 분석이 있는데요. 밀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특성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확량이나 외관만으로는 알 수 없는 품종의 고유한 특성을 알기 위해 일일이 조사를 하지 않아도 분자마커 등을 이용하여 유전자만 찾으면 효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것이죠.
Q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할 듯합니다.
박진희 연구사
우리 밀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선 품질분석과 레시피 개발이 밀 품종 개발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산업화에 적합한 밀의 품질을 측정·분석하고 수요에 맞는 다양한 레시피 개발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현재 개발 중인 밀 품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경민 연구사
현재는 당뇨, 치매, 노화 등에 효과적인 기능성 밀과 다이어트 식품 밀 등 소비 트렌드에 맞는 밀 품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수입 밀의 품질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빵용 밀 품종,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고품질의 품종을 개발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우수한 우리 밀 품종이 개발되면서 우리나라 밀 시장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경훈 연구사
우수한 품종은 밀 산업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선호도가 좋은 품종을 개발·보급하면 국내 밀 산업이 활성화되어 국내 내수시장 활성화와 수입밀 수입 가격의 절감효과도 있습니다. 특히 국내 밀 자급률이 향상되면 현재 코로나19로 일부 국가에서 밀 수출이 중단되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농가 및 소비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영진 연구관
현재 주 생산단지별 재배 매뉴얼을 만들고 있습니다. 농가에서는 매뉴얼에 따라 파종량과 시비량을 정확하게 준수하고 병충해 방제를 잘 해야만 정부 수매 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소비자 분들에게는 수입 밀에 비해 우리 밀이 안전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건강에 좋은 식품을 소비한다는 생각으로 우리 밀을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