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짜기를 해온 지 어언 40년이 넘었지만, 아직 박예순 대표의 꿈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직까지 전통문화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후계자가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마을기업이자 교육농장으로 지정받은 전통문화 체험소인 한다공방도 이끌어왔지만, 함께 시작했던 사람들이 후계자 없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도 봤다.
“한다공방은 지금도 새롭게 들어올 사람이 있다면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요. 다만 영농조합법인이다 보니 본인이 농사에 종사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요. 사실 젊은 사람들이 시골로 온다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조언에도 귀를 여는 사람이라면 귀농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요.”
한산모시를 살리는 데도 직조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박예순 대표의 의견이다. 모시풀을 재배해 속껍질로 태모시를 만들고 이로 속껍질을 쪼개서 섬유를 얇게 뽑아내는 과정은 노인들의 노동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실로 삼아 날틀에 걸고 도투마리에 매어내는 것부터 모시를 짜내는 것까지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줄어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모시 짜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지만, 경제적 여건을 생각한다면 쉽게 권할 수 없는 일이다.
“제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 누덕누덕하게라도 모시를 짜냈더라고요. 그런 딸에게도 모시를 하라고 시키지는 못했어요.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는 게 아니면 남에게 시키지는 못할 일이라 그래요. 하지만 고등학생 때부터라도 이 기술을 배우고, 대학교에서 우리 때와는 다른 미의식과 배움을 경험한다면 또 다른 가치를 불어넣은 모시 만들기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모시학교를 세우는 게 제 꿈인데, 아직 요원하네요. 딱 65세까지 사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걸 못 이뤄서 목표수명을 70세로 늘렸어요. 그런데 누구는 75세는 되어야 이루어질지 모른다고 말하더군요.”
이전부터 쭉 이어왔던 컴퓨터 공부와 정보화농업인연구회 활동 덕분에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은 참 많이 늘어났다. 박예순 대표의 활동이 알려진 것도 인터넷을 통해서였으니 공부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이제 그녀의 남은 꿈은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한산모시를 통해 정착의 기회를 마련하고 다음 세대에 전통을 비춰주는 빛으로 남는 것이다.
두메산골물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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