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가 살아남는 길,
꾸준한 배움과 네트워킹이 답

통통다육 성혜원 대표

글 ㅣ 김제림사진 ㅣ 강태규
통통하고 앙증맞은 잎사귀에 각양각색의 모양새를 가진 다육식물이 점점 인기를 끌고 있다.
구하기 쉬운 다육식물 몇 가지를 잘 키우다 보면 점차 자신의 취향에 따라 독특한 다육이를 키워보고 싶은 시점이 온다.
이럴 때 찾게 되는 곳이 다육식물 전문 농원이다.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통통다육의 성혜원 대표는 무늬가 독특하게 난 다육이나 생김새가 특이한 다육식물을 전문으로 하는 농장을 꾸렸다.
부모님의 농장을 이어받아 판로를 다양화하고 육종에도 힘을 쏟아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농촌에서 살아가고 있는 통통다육 성혜원 대표를 만나봤다.

부모님이 키워낸 다육식물 농가,
이어받아 발전시키기까지

통통다육 성혜원 대표
다육식물의 세계는 실로 넓다. 다육식물은 계통적 분류가 아니라 건조한 기후에서 물과 영양소를 잎과 줄기 등에 집중적으로 저장해 두꺼운 층을 만들어내는 식물들을 일컫는다. 이러한 다육식물은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 비슷한 성장 향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육식물 중에서도 변이종으로 다육금이라고 불리는 종류가 있어요. 식물 세포 내의 엽록소 형성에는 수많은 유전자가 관여하는데, 이러한 세포가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잎사귀에 엽록소를 형성할 수 없거든요. 이로 인해 옅은 색이나 초록색이 아닌 다른 색이 식물체 전체에 나타난 다육식물을 전반적으로 일컬어 다육금이라고 불러요. 마니아층이 탄탄하죠.”
비단이 다른 원단에 비해 더 섬세하게 관리해줘야 하는 것처럼 다육금도 키우는 과정에서 더 많은 손이 간다. 식물 생장에 필수적인 엽록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성장도 느리고, 식물체 전체가 엽록소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살아남기 어려워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오로지 접목을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만큼 다육금을 잘 키워낸다는 것은 그만큼 다육식물 마니아라는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희귀종에 속하는 만큼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데, 다육식물의 원산지가 남아프리카인 경우가 많아서 독일과 일본에서 주로 수입을 해왔어요. 하지만 외국 다육농장들의 정보를 알기도 어렵고, 경쟁자나 다름없는 다른 농장을 알려주지도 않으니 수입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검역절차도 식물이다 보니 까다로운 점이 있고요. 물로 뿌리까지 씻는다고 해도 벌레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살균을 하면서 다육식물까지 죽고 마는 거죠.”
여러 부분에서 까다롭게 관리해야 하지만 성혜원 대표는 부모님이 하던 다육농장을 이어 받으며 새로운 도전을 해나갔다. 다육식물은 뿌리랑 물 없이도 생육이 가능하다보니 다른 곳에서 수입도 가능했지만, 희귀종일 경우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여기에 체험이나 치유농업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다.
“유통도 중요하지만 육종에 관심이 있어서 교배하고 씨를 뿌려서 괜찮은 종자를 골라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특히 한국농수산대학의 송천영 교수님은 육종을 오래도록 하신 분이라 자문을 많이 얻었죠. 아버지도 다육식물 육종에 관심이 있으셔서 조언을 들을 때가 많아요. 시설적인 측면에서는 습기와 환기 관리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요. 종류마다 관수 시기나 비료를 주는 시기가 달라서 스마트팜까지는 적용을 못했어요. 대신 사막이나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다육이의 생태 환경을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데 중점을 뒀죠.”

없어서는 안 될
한국농수산대학에서 맺은 인연들

통통다육 성혜원 대표
성혜원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에서 화훼를 전공했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으로 수업에 적극 참여했다. 다양한 방면에서 학교 수업이 도움이 됐지만, 2학년 때 한 실습이 지금 농장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농가에 가서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현장실습을 하는 동안 재배와 관리, 유통 등 전 과정을 경험해볼 수 있었죠. 특히 육종을 직접 해볼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에요. 현재 코로나19나 중국의 물량공세로 다육식물의 수출입이 어려운 상황이라 직접 육종을 해서 경쟁력 있는 다육식물을 키워내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농수산대학 교수님과 선배들의 도움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부모님이 농장을 운영해오긴 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움이 필요했다. 성혜원 대표는 유통이나 마케팅 그리고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육종 등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교수님과 선배들을 찾아뵙고 조언을 구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를 다니면서 인연을 맺은 교수님과 선배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세요. 제가 도움을 청하면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시죠. 또한 농업에 관심이 있거나 직접 창업을 한 동기들이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조언도 해주고, 품앗이를 하는 것처럼 필요할 때는 적극 나서서 도와주고 있어요.”
새로운 작물이나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도 주로 선배나 동기들에게 얻고 있다. 새로운 작물로 창업을 하거나 기존 농업과는 다른 시각으로 사업을 하는 청년농업인들이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대부분 혼자 일하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는 성혜원 대표에게 대학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농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과 상상했던 것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대학 졸업논문을 쓸 때는 평당 얼마씩 키우면 일 년에 매출은 얼마나 나올 것이다, 돈을 잘 벌겠다 이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정말 농업은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어요. 만약 한국농수산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면 혼자 맨바닥에서 시작했을 거예요. 참 감사한 인연들이지요.”
다육식물

만약 한국농수산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면
혼자 맨바닥에서 시작했을 거예요.
참 감사한 인연들이지요.

끝없는 배움으로
나만의 홍보 방식 다져야

통통다육은 원래 성남에서 운영했던 농장을 지난해 완주로 옮겼다. 다육식물이 지역에 큰 연관이 없고 임대료 등을 절약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역을 옮기면서 완주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농기계를 대여하거나 농협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던 성혜원 대표가 찾은 곳은 농촌진흥청 지역농업인 청년단체인 4-H였다. 성혜원 대표는 4-H에서 농업인들에게 필요한 컨설팅 교육을 받거나 서로 협업을 하면서 완주에 적응을 해나갔다. 도 단위로 큰 행사가 있을 때도 같은 지역에서 농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외로움도 많이 줄었다.
“통통다육을 2019년에 재개업했으니 사실 4-H에 가입한 지도 얼마 안됐죠. 그런데 어쩌다 보니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사람들과 더욱 친해지고 있어요. 원예치료나 치유농업을 하는 화원들이 제 농장에서 상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다른 농가들은 어떤 식으로 농장을 운영하는지 보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죠.”
통통다육
전북대학교의 원예치유과정을 들으면서 치유농장에 대한 꿈도 키우고 있다. 3개월가량의 이론교육과 1년간의 실습을 거치고, 다른 사람들이 운영하는 치유농장에 방문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그녀가 계획하는 치유농장은 남녀노소 모두가 사계절 내내 즐기고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다. 성혜원 대표는 통통다육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마케팅과 다양한 콘텐츠를 계획하며 앞으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통통다육을 더욱 알리고 치유농장으로까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희귀다육식물을 사진으로 찍어서 설명과 함께 올리면 우리나라 농장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연락이 와요. 매출의 40% 정도를 온라인 판매가 차지할 정도로 매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다육식물 시장에서는 수출입이 주요한 요소이다 보니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될 때도 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시점에서는 새로운 품종 수입 자체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는 것은 다양한 다육식물을 다루며 쌓인 경험과 스스로 육종에 나서면서 비축해놓은 다육식물에 대해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젊은 농업인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통통다육
주소 : 전북 완주군 비봉면 봉산길 85
연락처 : 010-9932-7942(성혜원 대표)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tongtongda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