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따라할 수 없는 작목으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다

망고야농장 박민호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박민호 대표와 그의 가족을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들에게는 지금의 망고야농장이 상전벽해처럼 다가올 수도 있겠다.
아버지에게 농장을 물려받은 뒤 고소득 작물을 다양하게 심어 시범 재배를 한 후 애플망고를 비롯한 망고나무들을 심은 것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도 농고를 나온 뒤 한농대를 들어갈 정도로 진로를 농업으로 결정했던 박민호 대표의 승부수였다.
어려운 결정 끝에 농장 운영을 궤도에 올린 박민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과감한 작목 전환,
이유 있는 선택

망고야농장 박민호 대표
박민호 대표가 아버지의 파프리카 농장을 이어받은 것은 2013년이다. 그전에는 토마토를 재배하다가 작목 전환으로 파프리카를 심었지만, 박민호 대표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작목 전환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바나나와 샤인머스캣, 키위 등 총 9가지의 작목을 시험 재배해본 뒤 결정한 것은 애플망고 묘목이었다. 시설재배를 응용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작목이기도 했지만, 재배 기술을 쉽게 매뉴얼화하기 힘들어 재배 확산이 어렵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시설채소에 비해 인건비가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망고는 하루가 다르게 익는 과일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망고들은 다 훈증 열탕처리와 같은 검역과정을 거쳐야 해요. 잘 익은 망고는 이런 과정을 버티기 어렵고 유통 과정 중에도 과후숙되는 경우가 많아 정말 신선한 망고를 먹기는 힘들거든요. 반면 우리나라에서 직접 키운 망고는 유통이 상대적으로 빠른 만큼 잘 익힌 망고를 배송하는 것도 가능해요. 그런 점에서 고부가가치 작목이 될 거라 생각하고 망고 온실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망고 묘목을 재배한지 3년, 박민호 대표는 그동안 아슬아슬한 길을 걸어왔다. 애초에 작목 전환을 한 이유가 낮은 매출 때문이었는데, 망고로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소득이 없는 상태를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함께 가꾼 농장을 사활을 다해 유지하겠다는 마음이 결국 박민호 대표가 승기를 잡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시설농업에 몸담으신 지 근 30년이 되셨어요. 어렵게 땅을 넓혀가며 시설을 만드신 이상 자식으로서 지켜드리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농사 측면에서 어려움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망고 자체가 시설채소농업과 과수농업의 중간에 위치한 만큼 제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거든요.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고생을 많이 했죠. 시설 개보수를 한다던가 보다 경쟁력 있는 품종을 도입한다던가 하는 점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된 것은 한농대에서 채소학과를 다니면서 배웠던 전공 지식과 경험들이었다. 특히 채소학과에서 배웠던 양액재배를 망고 농사에 적용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이를 헤쳐 나가는 응용력도 학교에서 필수로 참가해야 하는 장기실습을 통해 배웠다는 것을 체감하기도 했다.
“사실 학교에서 농업과 관련해 배웠어도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우물 안 개구리라고 깨달을 거예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환경이 조절되는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변수가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장기실습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이에요. 한농대에서 배운 것을 활용해볼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준 시간이기도 하죠.”
망고야농장 박민호 대표

우리나라에서 직접 키운 망고는
유통이 상대적으로 빠른 만큼
잘 익힌 망고를 배송하는 것도 가능해요.
그런 점에서 고부가가치 작목이
될 거라 생각하고 망고 온실을 만들었습니다.

맛과 향이 더 좋은
품종을 찾아서

망고야농장의 대표적인 작물은 애플망고다. 박민호 대표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애플망고와 묘목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농장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박민호 대표가 차세대 망고로 주목하는 것은 조금 다른 품종이다. 바로 청망고와 홍망고다. 기존의 애플망고로 알려진 품종과는 또 다른 품종을 발굴한 것이다.
“현재 애플망고로 판매되는 품종 중 98% 이상이 ‘아윈’이라는 품종이에요. 근데 이 ‘아윈’이라는 품종은 1945년부터 재배해왔던 품종이라 워낙 오래되었거든요. 망고 자체가 3,000가지가 넘는 만큼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래도 시설 재배에 적합한 망고 품종들을 확보해서 농장에 심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품종을 들여왔어요. 그게 지금 청망고, 홍망고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망고들이에요.”
망고야농장 박민호 대표
대부분의 농사가 10년 후 가격 하락을 감안하고 뛰어들어야 하는 만큼 다양한 망고 품종을 육종하는 데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한 품종을 육종하는 데 약 10년이 걸리는 만큼 현재 판매가 잘 되는 품종이라고 해도 그 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망고와 홍망고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품종인 만큼 소비자가 어떤 과일을 원하는지, 시장성이 있을지를 따져보는 것도 오롯이 박민호 대표의 일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아직 정립된 망고 재배법이 없기 때문에 토양관리와 병해충 방제 등도 박민호 대표가 직접 손을 댔다. 그가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과 경험, 한농대 동문들의 여러 조언 등을 종합해 사질양토에 코코피트 등을 배합했다. 여기에 농약 잔류기준인 PLS를 지키기 위해 생물천적을 이용한 병충해 방제법도 도입했다.
“망고 나무에서 열매가 맺히면 수확하는 데에 한 달 반 정도가 걸려요. 보통 마지막으로 농약을 치는 것이 수확하기 며칠 전인데요. 그 기준으로 하면 한 달 반 동안 하우스 안에서 일부는 수확하고, 일부는 농약을 쳐야 해요. 그렇게 되면 잔류농약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진딧물 방제에 있어서는 천적인 벌로 방제하고 있어요.”

판로 개척과 새로운 농업 전파로
탄탄한 농장 경영

망고야농장
애플망고를 비롯한 다양한 품종의 망고를 영광에 들여오면서 망고야농장을 주축으로 한 애플망고가 영광의 특산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망고야농장의 홍망고가 오매향이라는 이름으로 홍콩에 단독 수출하는 일도 있었다. 신품종 망고를 선발하고 묘목을 납품해 품종 보급과 재배기술을 지도하기도 했다. 전라남도의 신소득작목을 육성한 것이 알려지면서 2019년에는 전라남도 농업인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애플망고 묘목은 2년생부터 5년생까지 키워서 납품하고 있어요. 출하하는 농장 입장에서는 1년, 2년생을 출하하는 것이 마진율을 생각했을 때 유리하긴 해요. 하지만 어린나무를 처음부터 관리하려면 열매를 맺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묘목을 돌보는 데 적은 시간을 들이고 싶다면 4년생 묘목을 추천 드리는 편이죠.”
시설재배로 진행하는 만큼 다양한 시기에 수확기를 맞출 수 있어 대형 유통사와 연결되는 성과도 있었다. 유통사에서는 단일 공급처에서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납품 받는 것을 선호한다.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망고야농장은 현재 수확기에 들어선 나무만 16,000주에 달하고 있다. 일정한 품질의 망고를 팔기 위해서는 단일 공급처에서 납품을 받는 것이 좋다.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맞춰서 납품할 수 있는 망고야농장의 강점이 어필된 결과다. 현재 수확기에 들어선 나무만 16,000주에 달하는 데다 39,700m2의 농장 규모를 봤을 때 매해 3월부터 9월까지는 안정적으로 망고 수확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저는 부모님께 농장을 물려받은 터라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인 상태에서 시도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도가 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이면서 필사적으로 농장을 키워왔어요. 그런 점에서 농업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청년들에게 스마트팜 밸리 등 장기임대가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독특한 작물을 시도해보고 그 지역의 특화작물로까지 키워낼 수 있는 일이니까요. 특히 새로운 작물은 10년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용기와 지식, 기반을 가지고 출발할 수 있는 청년농부들이 육성되면 좋겠습니다.”
망고야농장

청망고와 홍망고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품종인 만큼
소비자가 어떤 과일을 원하는지,
시장성이 있을지를 따져보는 것도
오롯이 박민호 대표의 일이다.

망고야농장
주소 : 전라남도 영광군 염산면 오동길1길 1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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