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청년농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고소득 올리다

봉드레 박상봉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한상훈
봉드레 박상봉 대표는 지난 2013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태백산맥 골짜기에서 곤드레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농사에 뛰어들었다고 하면 보통 후계농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박상봉 대표는 열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농업인으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연 소득 1억 원을 달성하고 있는 봉드레 박상봉 대표를 만나봤다.

한농대 졸업 후
무거운 현실과 마주하다

봉드레 박상봉 대표
박상봉 대표는 후계농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업인이다. 학창시절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그는 토마토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보며 막연히 나중에 농사나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아버지의 토마토 농사가 잘 되어 큰 돈을 버는 것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연한 생각일 뿐이었고, 농사일은 학교 보충수업에 빠질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에 불과했다.
“학창시절엔 아버지 농사를 돕는다는 핑계로 보충수업을 빠지고 조금씩 거들기만 했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었어요. 대학에 갈 형편도 안 되었고 군대를 다녀와서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농사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그는 우연히 지나가는 버스에 부착된 한국농수산대학교 홍보물을 보게 됐다. 전액 국비 지원을 해준다는 문구에 지원을 결심했다. 영농활동으로 군 대체복무도 가능했기에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좋은 기회였어요. 그렇게 한농대에서 채소학과를 전공했고, 졸업 후엔 고향인 정선으로 돌아왔죠. 하지만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농사를 지을 땅 한 평 없었거든요.”
박상봉 대표는 한국농업경영후계자 대출을 통해 땅을 구입하고 일부는 임대를 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대출을 한다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선택사항이 없었다. 체험농장을 하고 싶었지만, 당장 집안의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피망과 고추농사를 시작했다. 봄에 심으면 가을에는 수확해 판매할 수 있으니 당장 소득을 올리기에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버지는 물려주실 땅은 없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덕분에 농사를 짓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게다가 운이 좋게도 작황이 좋아서 생각보다 큰돈을 벌게 되었어요. 1, 2년차에 생각지도 못한 돈을 버니 자신감이 붙었죠. 그런데 그게 독이 되었어요.”
봉드레 박상봉 대표

아버지는 물려주실 땅은 없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덕분에 농사를 짓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죠.

톡톡 튀는
새 농법 시도로 결실 맺어

농사에 자신감이 붙은 박상봉 대표는 3년차 때 농사 규모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첫해처럼 작황이 좋지 않았고 규모를 늘리면서 수량이 증가한 피망과 고추를 판매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농사 규모는 키웠는데, 그야말로 쫄딱 망했어요. 욕심이 과했던 거죠. 이렇게 해서는 정말 큰일이 나겠다 싶어서 곤드레를 심기로 했어요. 정선의 특산물인 곤드레는 재배할 때 손이 많이 안 가거든요. 당시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농사일을 많이 하실 수 없는 상황이니 손이 덜 가는 곤드레를 재배하시도록 하고, 전 농업기계를 판매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올 생각이었죠.”
그렇게 박상봉 대표는 잠시 농사일에서 손을 뗐다. 그런데 곤드레를 수확하는 5월경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곤드레 농사가 잘 됐고 수요도 많다는 것이었다. 일손이 부족하니 당장 내려오라는 말에 박상봉 대표는 다시 농장으로 향했다.
봉드레 박상봉 대표
“당시에 건강식품으로 곤드레 붐이 일어났어요. 곤드레 산업화 단지 조성 이야기도 나왔고요. 그래서 저희 농장은 물론 다른 농장들에서 수확한 곤드레가 전국으로 팔려 나갔죠. 그런데 품질에 대한 말이 많았어요. 곤드레가 건강식품이라 먹기는 하는데 억세고 질기다는 평이 많았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곤드레의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박상봉 대표는 부드러운 곤드레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농장보다 일찍 수확을 시작했다. 곤드레의 어린줄기에서 자란 연한 잎만을 수확하면 수확량은 적어지지만 연하고 맛이 좋아 인기가 높았다.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납품업체와 계약을 맺고 곤드레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납품업체의 품질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웠어요. 곤드레 줄기는 들어가면 안 되고 조금이라도 점이 박히거나 달팽이 등 벌레가 3마리 이상 나오면 안 되는 등 규제가 많았죠. 그 기준을 맞추는 게 힘들었지만 덕분에 품질관리가 잘 되었어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된 이유죠.”
박상봉 대표는 품질 좋은 곤드레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도 지속해 나갔다. 소주와 맥주가 달팽이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란 말에 농약 대신 사용해보기도 하고, 곤드레를 베어내고 남아 있는 줄기 부분에 마이싱 계통의 약을 뿌려 다시 자라는지 실험을 하기도 했다. 기대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양한 생각과 시도를 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저는 곤드레를 재배할 때 구멍에 씨앗을 10~30알씩 넣어서 포기로 나오게 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는 로터리를 치고 씨를 흩여 뿌려서 재배를 하거든요. 포기로 재배하면 관리나 수확이 편리해지는 장점이 있어요. 노동력을 훨씬 절감할 수 있죠.”

청년농부들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되길

현재 봉드레의 제품은 생곤드레와 건곤드레로 포장되어 우체국쇼핑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봄이 되면 전화로 주문 판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연 30톤, 매출 1억 원을 달성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나물연구소와 풋풋한 농부들이라는 단체에서 청년들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했어요. 현재는 나물연구소에서만 활동 중인데 올해는 배추 저장을 한 번 해보려고 해요. 배추 농사도 함께 짓고 있거든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치유농업을 만들고 싶어요. 도시 사람들이 농촌에 와서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요.”
박상봉 대표는 농사를 시작한 후 큰 실패를 겪으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아직 성공사례라고 말하기엔 부끄럽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을 겪는 청년농부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가 만약 20대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자금의 부담이 있더라도 농장 규모를 크게 시작하고 싶어요. 당시엔 부채가 있는 게 겁나니까 조금씩 대출을 받으면서 땅을 사고 창고를 지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하나의 농장이라고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갖춰져 있어야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청년들이 과감하게 시작을 했으면 좋겠어요.”
박상봉 대표가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청년농부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청년농부 지원 사업 대상은 대체로 만 39세까지 지원할 수 있는데, 경험이 부족한 20대 청년들은 30대 후반의 청년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농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겪었으면 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 돕고 싶어요. 언제나 청년농부들을 응원하겠습니다.”
봉드레 박상봉 대표
봉드레 박상봉 대표
봉드레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봉정로 652
연락처 : 010-5564-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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