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에 자신감이 붙은 박상봉 대표는 3년차 때 농사 규모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첫해처럼 작황이 좋지 않았고 규모를 늘리면서 수량이 증가한 피망과 고추를 판매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농사 규모는 키웠는데, 그야말로 쫄딱 망했어요. 욕심이 과했던 거죠. 이렇게 해서는 정말 큰일이 나겠다 싶어서 곤드레를 심기로 했어요. 정선의 특산물인 곤드레는 재배할 때 손이 많이 안 가거든요. 당시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농사일을 많이 하실 수 없는 상황이니 손이 덜 가는 곤드레를 재배하시도록 하고, 전 농업기계를 판매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올 생각이었죠.”
그렇게 박상봉 대표는 잠시 농사일에서 손을 뗐다. 그런데 곤드레를 수확하는 5월경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곤드레 농사가 잘 됐고 수요도 많다는 것이었다. 일손이 부족하니 당장 내려오라는 말에 박상봉 대표는 다시 농장으로 향했다.
“당시에 건강식품으로 곤드레 붐이 일어났어요. 곤드레 산업화 단지 조성 이야기도 나왔고요. 그래서 저희 농장은 물론 다른 농장들에서 수확한 곤드레가 전국으로 팔려 나갔죠. 그런데 품질에 대한 말이 많았어요. 곤드레가 건강식품이라 먹기는 하는데 억세고 질기다는 평이 많았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곤드레의 문제점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박상봉 대표는 부드러운 곤드레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농장보다 일찍 수확을 시작했다. 곤드레의 어린줄기에서 자란 연한 잎만을 수확하면 수확량은 적어지지만 연하고 맛이 좋아 인기가 높았다.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납품업체와 계약을 맺고 곤드레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납품업체의 품질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웠어요. 곤드레 줄기는 들어가면 안 되고 조금이라도 점이 박히거나 달팽이 등 벌레가 3마리 이상 나오면 안 되는 등 규제가 많았죠. 그 기준을 맞추는 게 힘들었지만 덕분에 품질관리가 잘 되었어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된 이유죠.”
박상봉 대표는 품질 좋은 곤드레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도 지속해 나갔다. 소주와 맥주가 달팽이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란 말에 농약 대신 사용해보기도 하고, 곤드레를 베어내고 남아 있는 줄기 부분에 마이싱 계통의 약을 뿌려 다시 자라는지 실험을 하기도 했다. 기대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양한 생각과 시도를 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저는 곤드레를 재배할 때 구멍에 씨앗을 10~30알씩 넣어서 포기로 나오게 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는 로터리를 치고 씨를 흩여 뿌려서 재배를 하거든요. 포기로 재배하면 관리나 수확이 편리해지는 장점이 있어요. 노동력을 훨씬 절감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