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양봉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동 양봉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각 지역에 따라 꽃이 피는 시기가 달라지는 만큼 꽃으로부터 꿀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이다. 선우벌꿀도 벌을 키우고 분봉을 하는 것은 정해진 장소가 있지만, 5월부터 7월 초까지는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를 거치며 꿀을 생산하는 시간을 가진다.
“벌이 꿀을 생산하는 시기는 1년에 3달이 채 되지 않아요. 1년의 수확이 이때 이루어지죠. 그런 만큼 나머지 10개월 동안은 벌을 키우는 데 공을 들입니다. 1월부터는 벌의 겨울잠을 깨워서 겨울 벌치기를 시작해요. 이 때 화분떡이라는 재료를 투입하는데, 꽃가루인 화분을 비롯해 단백질, 설탕물 등을 개어서 넣어주면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을 때의 좋은 양식이 됩니다. 이후 봄꽃이 피어나면서는 봄꽃에서 벌들이 양식을 얻게 되죠. 반면 7월 초부터는 분봉 준비를 시작해야 해요. 새로 태어난 벌들과 여왕벌을 새로운 벌집에 이사시켜주는 과정입니다. 바깥에서 일하는 벌들은 이미 그 벌집에서 오래 살아서 분봉이 되지 않아요. 하지만 새로 태어난 벌들은 집을 구분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안에서 머무르면서 유충을 키우고 벌통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요. 그렇기 때문에 분봉을 해도 문제가 없죠. 이렇게 따로 벌들을 분가시킨 뒤에는 내년을 위해 벌을 열심히 키워줍니다.”
이 과정마다 이재승 대표가 향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분봉을 한 벌들을 따로 키워주기 위해 8월에는 강원도 춘천으로, 11월 말에는 벌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겨울 날씨가 온화한 고흥으로 향한다. 봄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 피는 곳을 찾아 남쪽에서부터 북쪽까지 돌아다닌 뒤 수고한 벌들을 돌보기 위해 고양시의 농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뒤 다시 분봉을 하고 춘천으로 향한다. 그중에서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꽃의 꿀을 따오는 5월과 6월은 한 해의 수확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기다. 꿀의 원천이 되는 식물들이 심긴 밀원은 한 명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부분이기에 긴장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펀딩사이트에 벌꿀 상품을 펀딩하면서 했던 것이 고양시에 유채꽃밭을 조성하는 것이었어요. 펀딩으로 모인 돈으로 유채꽃밭을 만들기로 한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열심히 모았던 꿀을 사람에게 주는 꿀벌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3월 중순에서 4월 초에 개화하다 보니 아직 꽃이 드문 초봄에는 꿀벌에게 큰 도움이 되거든요. 다른 하나는 밀원이 소실되어가는 것의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밀원이 벌목이나 재해, 각종 개발로 사라지는 경우들이 생기면서 꿀벌들은 갈 곳을 잃었고 좋은 꿀을 얻을 수 있는 확률도 줄어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