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농촌으로
떠나는 치유여행

- 전라북도 편

글 ㅣ 김그린
사람이 치유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은 다양하다.
숲속을 가득 채운 피톤치드를 느끼며 걷는 것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예다.
별다른 첨가물을 쓰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음식을 한 술 뜰 때면
약식동원이라는 말이 과연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전라북도에서는 각 마을마다 지닌 독특한 농촌자원을 활용한 치유마을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내 몸과 마음을 풀솜으로 싼 것처럼 감싸주고 싶다면 치유마을을 주목하자.

나제통문 너머
산에 안긴 청정마을,
‘무주군 무풍승지마을’

무주군의 무풍 지역은 십승지지 중 한 곳으로 유명하다. 나라에 난리가 나더라도 이를 피해 몸을 보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무풍승지라는 마을의 이름으로 계승된 것이다. 덕유산이 첩첩이 감싸 안은 가운데 분지 지형으로 아늑하게 위치한 모습은 마치 어머니의 품 안에 안긴 것처럼 안온한 모습을 보인다.
무풍승지마을이 치유체험마을로 입지를 다지게 된 것은 2012년부터다. 무주의 특산물인 찰옥수수, 사과, 매실 등을 이용한 체험을 도입하다가 이제는 전통적으로 발효시킨 식초와 효소 등을 이용한 먹거리 체험, 지역에서 길러낸 산야초를 이용해 천연 입욕제나 벌레 퇴치제 만들기 등을 연중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발효 먹거리 체험은 마을을 찾은 사람들의 입과 몸을 즐겁게 해주는 마을의 주요 힐링 체험이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자연적으로 발효하고 숙성시킨 식초와 발효소는 체내의 피로물질인 젖산을 제거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혈중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몸의 치유 효과를 내는 체험으로도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농어촌 인성학교도 무풍승지체험마을의 중요한 시설이다. 농어촌 인성학교의 특징은 몸과 마음을 함께 수련하며 자존감 높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특히 요가와 명상을 도입해 성장기의 학생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주도적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탐구시킨다는 점이 치유체험과도 맞닿아 있다. 다양한 레크리에이션과 제각기 다른 개성을 관찰하고 긍정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나 자신의 동반자는 나라는 감각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샹그릴라 레스토랑도 놓치기 아쉬운 곳이다. 전북형농촌관광거점마을 육성사업과 한식전문인력 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농가 레스토랑으로 지역 특산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선도 좋고 푸짐한 요리들을 선보인다. 염도를 낮추면서도 입안이 개운하고 소화 잘되는 음식들을 먹으면 또 다른 일상을 시작할 기운이 솟는다.
무주군 무풍승지마을
무주군 무풍승지마을
주소 |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 철목길 61
연락처 | 063-32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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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여행지
가족끼리 무풍승지체험마을로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 마을에서 꼭 숙박을 예약해보자. 황옥을 바닥에 깔고 황토와 편백나무로 지은 매화방과 국화방의 따뜻한 온돌에서 자면 몸이 한층 가뿐해진다. 여러 명이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 맥반석으로 바닥을 깔고 편백나무로 벽을 두른 도라지, 찔레, 꽃창포 방도 좋은 선택이다.

35년의 노력으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
‘두동편백마을’

두동편백마을은 자연과 사람의 공존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겪은 마을 중 하나다. 오래전 땔감을 꾸준히 베어 쓰다 보니 어느새 황폐해진 뒷산에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 편백나무를 조림한 것이 편백마을이라는 이름의 시초다. 1981년 수만 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은 뒤 웅포에서 편백나무 숲길로 둘레길이 이어지면서 외지인들도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자연을 독점하지 않고 넉넉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숲 속에 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평상, 의자, 나무 침대 등이 설치되어 느긋하게 누워 삼림욕을 할 수 있다. 그네 해먹과 밧줄 등을 설치한 숲 놀이터도 있어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도 신나게 놀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숲의 생태에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은 숲 체험을 신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줘야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말처럼 자연 속에서 각 식물들의 이름을 알고 놀이의 공간으로 삼으며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고 정서적으로도 치유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두동편백마을에서 양봉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밀랍초 만들기도 치유체험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벌들이 벌집을 짓는 재료인 천연밀랍을 따끈하게 녹여 종이컵에 붓고 심지를 꽂는 과정이라 체험 당시는 평범하다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밀랍초를 가져가서 집에서 불을 켜면 비로소 치유체험이 시작된다. 은은한 꿀 향을 풍기며 타들어가기 때문에 기분 전환에도 좋지만 더 큰 장점은 밀랍에 함유된 프로폴리스에 있다. 프로폴리스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 호흡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두동편백마을
두동편백마을
주소 | 전라북도 익산시 성당면 두동길 88
연락처 | 063-861-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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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여행지
두동편백마을의 ‘힐링 숲 축제’는 전라북도 1시군 1대표 작은 축제로 선정된 마을축제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편백숲 자원과 문화체험을 결합시켰다. 편백마을에서 생산한 특산물로 만드는 먹거리를 비롯해 학생들의 오케스트라 공연, 숲 속 보물찾기 등이 운영되어 사람을 치유하는 농촌자원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자리 잡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치유,
‘상가막마을’

상가막마을은 진안고원과 하늘공원이 근처에 있고 높은 산들조차도 발밑으로 보일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는 산촌이다. 산이 겹겹이 장막처럼 서 있다 하여 더할 가에 장막 막을 써 가막리라 하기도 하고, 가도 가도 까마득하다 하여 가막리가 되었다는 말도 있다. 이런 상가막마을에서 할 수 있는 치유 체험의 특징을 뽑자면 바로 공동체 치유다. 이전에는 마을 일이 불투명하게 운영되면서 마을 사람들 간의 불신이 심각했다. 2016년부터 진안군 마을 만들기 단계별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을 청소를 대대적으로 할 때는 쓰레기가 15t이 넘게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탈바꿈한 것이 마을 모두를 공동체로 묶어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였다. 하늘공원의 산책로를 조성하고 마을을 가꾸며 으뜸 마을 가꾸기를 실행하고 잊혔던 옛 향토문화를 복원할 수 있었던 것도 마을 공동체를 치유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상가막마을은 농촌관광 프로그램을 꾸려나가려는 다른 마을들에게 좋은 체험 현장의 장소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징적인 것은 마을 사람들이 복원한 상엿소리 공연이다. 상엿소리는 본래 마을에서도 거의 사라진 문화였다. 마을의 한 어르신이 꽃상여를 타고 떠나고 싶다는 유언에 유족들과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상여를 꾸미고 전통장례를 치르면서 상엿소리도 함께 부활한 것이다. 이후 어렵게 복원한 상엿소리를 다시 묻히게 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며 마을 축제에서나 외부인의 체험방문에서 선보이고 있다.
상엿소리 자체는 망자를 저승으로 떠나보내는 배웅의 의미로 만들어졌지만 한편으로는 공동체 문화가 부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모습을 상엿소리로 경험하다 보면 내 주변의 공동체에 대한 소중함과 연대 의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상가막마을
상가막마을
주소 |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상가막길 6
연락처 | 010-6330-8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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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여행지
상가막마을은 전국에서 단일 마을로서는 가장 많은 친환경 율무를 생산하는 곳이다. 포만감이 크고 칼로리가 적어 배고픈 시절에 천덕꾸러기 곡식으로 치부되었지만 현대에는 그 효능이 밝혀지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노폐물 배출에도 좋은 효과가 있어 밥을 지을 때 섞어 먹거나 보리차처럼 볶아서 끓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