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업 분야에서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으세요

대성주식회사 권나영 대표

글 ㅣ 김희정사진 ㅣ 전예영
싱싱하고 품질 좋은 식재료가 음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일일이 기술하기 어렵다.
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신선한 감칠맛이 있다면 별다른 조미료를 치지 않아도 음식 맛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성 들여 키운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판로가 막히는 경우도 있다.
대성주식회사의 권나영 대표는 귀농 이후 지역 청년농들의 농산물을 재료 삼아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퀴노아 판매로 알게 된
농산물 판매, 업이 되기까지

대성주식회사 권나영 대표
권나영 대표가 원래부터 농산물 가공 판매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해 경북 울진에 보금자리를 틀었지만 농사일이 가깝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원래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터라 더욱 그랬다. 그런 상황에서 농산물 판매는 전업주부로서 할 만한 부업을 찾다가 알게 된 분야였다.
“당시 퀴노아가 슈퍼푸드로 국내에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 퀴노아를 직구해서 판매하는 일을 아르바이트로 했었죠. 그때 소비자의 욕구와 질 좋은 농산물이 맞아 떨어지면 판매 수익이 쏠쏠하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어요.”
시아버지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추를 판매하게 된 것도 이런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당시 고춧가루 60kg이 이미 계약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유통업체에서 고춧가루를 가져가지 않겠다는 통보를 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권나영 대표는 소용량 고춧가루 판매에 나섰다.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한 매운맛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신문기사가 난 덕에 순조롭게 판매할 수 있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으로 웹페이지를 만든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한번 판매를 하고 나니 아버님이 새롭게 재배하신 고추 품종이 판로가 막막한 게 보였어요. 당시 기술보급과장님께 맵지 않고 과일처럼 맛있는 고추라는 이야기를 듣고 재배를 하셨는데 신품종이다 보니 농산물시장에 내놓기도 어려웠거든요. 매운맛이 별로 없어서 된장 찍어먹기에는 밋밋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늘 해먹던 양파 장아찌에 같이 담아서 먹어봤는데 맛이 훌륭했습니다. 그래서 장아찌로 만들어 맛보여드리기도 하고 레시피도 계량화해서 알려드리니 직거래장터에서도 완판되고 재구매율도 높아졌죠. 그러다 보니 시아버님을 따라 농업기술센터의 교육들을 듣고 녹색대 교육, 경북농민사관학교 교육 등을 3년간 받게 되었습니다.”
대성주식회사
대성주식회사

따로 또 같이,
협업에서 답을 찾다

대성주식회사 권나영 대표
2016년 대성주식회사를 창업한 것은 친정의 가업을 잇고 농업기술센터 교육을 들을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었다. 친정 부모님이 오랫동안 건강원을 운영하면서 건강즙을 생산하던 노하우를 이어받아 합법적인 식품 제조가공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주로 하던 즙 가공업체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룽지 사업을 비롯해 누룽지백숙 밀키트를 만들며 사업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3년 동안 농업교육을 받고 나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정에서는 건강즙, 고추농사는 시댁에서 하니까 저만 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원래도 고추를 수확하는 것보다 고춧가루로 김치를 만들어 파는 걸 재미있어 하는 편이라 가공과 판매 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을 하다가 찾아낸 것이 누룽지였다. 원래도 누룽지를 좋아해서 얇게 만든 누룽지를 자주 사 먹었는데 좀처럼 마음에 드는 누룽지 제품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이 누룽지를 판매 아이템으로 삼고 청년 농업인들이 키운 원물을 재료로 삼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결과물이 지금 대성주식회사의 다양한 누룽지 제품들이다.
“새싹보리, 천년초, 홍삼, 흑임자, 현미 등 5가지 재료로 누룽지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그저 막연하게 생각만 했는데 이후 분말을 쓸지 원재료를 즙으로 짜서 쓸지, 누룽지를 지을 때 물은 얼마나 쓸지 등을 생각하면서 점점 구체화시켰죠. 계속 실험을 하면서 상품을 만들어봤었는데 그 과정에서 쌀을 한 가마니는 쓴 것 같아요. 덕분에 바삭한 식감을 가지면서도 먹기에 부담이 없고, 각 농산물의 영양분 덕분에 건강에도 좋은 누룽지를 만들 수 있었죠.”
이렇게 협업관계가 이루어지면서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현재 개발 중인 누룽지백숙 밀키트가 그 예다. 친한 동생이 자신이 일하는 캠핑장에서 권나영 대표의 누룽지로 백숙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해서 누룽지를 일부분 보내줬던 것이 상품화로 이어진 것이다. 서로 상생하자는 마음이 제품으로 탄생한 경우다.
“농업에 종사하면서 느낀 점은 경쟁심리대로만 행동하면 오래 못 간다는 거예요. 방송에 저희 제품이 소개되어도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 하루면 사라져요. 하지만 농업인들끼리 함께 서로의 제품을 홍보해주고 함께 협업한다면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아도 꾸준히 갈 수 있는 밑바탕이 돼요. 또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요. 현재 송이골이라고 꽃차를 하는 곳이 있는데 저희 공장에서 즙을 짜는 일을 했으면 하더라고요. 그래서 홍화씨 즙을 짜주고 저희는 홍화씨 누룽지를 만들어볼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농민은 농사를, 판매자는 판매’를 하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다른 농장이나 가공식품 공장에서
알바나 인턴으로 일해 보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대성주식회사 제품

귀농과 창업,
신중한 계획과 자원 조달 필요해

대성주식회사 권나영 대표
권나영 대표는 누룽지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는 데 농촌진흥청에서 사업비 지원 및 컨설팅을 받았다. 울진군농업기술센터에서도 설비 구축 및 제품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누룽지를 제조할 수 있는 반자동 기계와 포장재 기계 등 다양한 설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갓 지은 쌀밥을 일일이 손으로 눌러가며 누룽지를 만들었을 때보다 훨씬 시간과 노동력을 줄일 수 있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권나영 대표는 더 활발하게 홍보와 판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원래 누룽지를 손으로 만들 때는 20kg을 생산하는데 하루 종일 걸렸어요. 그러다 보니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이 들지 않아 홍보를 하지 못했죠.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공장을 확대해서 제품 판매를 더 활발하게 하는 게 어떤지 조언도 해주시는데 아직은 고민 중이에요. 우선은 공장 설계에 대한 컨설팅을 받은 뒤에 기본 지식을 쌓고 HACCP 인증까지 고려해서 공장을 지어보려고 합니다.”
30대의 권나영 대표는 일찍이 농업 분야에 뛰어들어 자신의 영역을 탄탄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런 그녀는 청년농들에게 귀농과 창업을 생각할 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농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재배하는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즐거운지, 아니면 그 농산물을 가지고 제품을 개발하는 게 좋은지, 또는 홍보·판매하는 일이 잘 맞는지 알아야 해요. 제가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느낀 점이 농민이 농산물 재배부터 홍보, 판매까지 다 하려고 하면 너무 힘들다는 거였어요. ‘농민은 농사를, 판매자는 판매’를 하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다른 농장이나 가공식품 공장에서 알바나 인턴으로 일해 보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오늘도 권나영 대표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다. 다양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 누룽지부터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누룽지백숙 밀키트까지, 앞으로 그녀의 도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대성주식회사
주소 : 경상북도 울진군 매화면 동해대로 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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