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축산인의 멋진 도전,
축산업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다

우리축산 경서연 대표

글 ㅣ 김주희사진 ㅣ 황성규
충북 괴산에 자리 잡은 우리축산은 한우 100두를 사육하고 있는 축산농가다.
일반적으로 축사라고 하면 냄새가 많이 나고 청결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축산은 체계적인 관리로 깨끗한 환경에서 한우를 건강하게 길러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우리축산을 이끌고 있는 경서연 대표를 만나봤다.

하루 2시간,
한우 100두를 사육하다

우리축산 경서연 대표
우리축산에 들어서자 순한 눈망울의 소들이 반기듯 슬금슬금 다가온다. 마침 사료를 먹을 시간이라 자가 TMR 사료를 배합해 급여하고 있던 경서연 대표가 소들이 호기심이 많다며 웃는다.
“소들은 큰 몸집에 비해 귀여운 구석이 많아요. 호기심이 많아서 사료를 먹다가도 큰 소리가 나거나 누가 다가오면 슬금슬금 다가와 구경을 하거든요. 또 사료를 먹을 시간이 되면 밥을 달라고 낮은 소리를 내며 신호를 보내요. 축사를 경영한 지 이제 1년밖에 안 됐지만 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경서연 대표는 한농대 한우학과를 지난해 졸업하고 아버지가 운영해온 축산업에 합류했다. 현재는 경서연 대표가 한우를 사육하고 축사를 경영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경서연 대표가 오면서 아버지는 한우 사육과 경영에 거의 손을 뗀 상태다.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기도 한 경서연 대표가 한우 100두를 혼자 사육하는 일이 쉽지 않을 듯했지만, 경서연 대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 저희 농장은 배합기로 TMR 사료를 만들어 먹이고 있어요. 조사료에 발효사료를 배합해서 소에게 급여하는데 배변활동에도 좋고 악취도 덜 나는 장점이 있어요. 저희 정도의 규모면 사료를 손으로 직접 주는 경우도 있는데 배합기를 사용하면 2시간이 걸리는 일을 20분 만에 끝낼 수 있습니다. 노동력과 시간이 절감되는 장점이 있죠.”
어미소에게 백신주사를 놓는 일과 급수기 청소, 축사 소독, 아픈 송아지 치료, 분만 지원 등의 업무도 경서연 대표가 직접 하고 있다. 여름에는 송아지가 유독 많이 태어나고 많이 죽기도 한다. 송아지가 설사병을 앓거나 사산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경서연 대표는 설사를 할 것 같은 송아지기 보이면 백신주사를 놔서 미리 예방하고 있다. 배앓이를 하는 송아지에게는 우유량을 줄여주거나 소화제를 먹이는 등의 관리도 함께하고 있다.
“제가 경영한 후부터는 송아지가 죽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어요. 어미소들은 모성애가 강해서 사산하거나 막 태어난 송아지를 잃으면 충격을 받거든요. 저도 송아지가 잘못될 때 가장 많은 슬픔을 느낍니다. 하지만 슬퍼만 하기 보다는 단단한 마음으로 끝까지 생명을 지켜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더욱 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우리축산 경서연 대표
소

한농대에서의 경험이
현재를 만들다

경서연 대표의 아버지가 25년 동안 축사를 운영했기에 곁에서 이를 보고 자란 경서연 대표 역시 소를 사육하는 데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된 것은 바로 한농대에서의 교육과 실습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어릴 때는 축사를 운영할 생각이 없었어요.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안정된 직장을 원해서 공무원을 희망했었거든요. 부모님도 축산직 공무원을 권유하셨죠. 그래서 어차피 공무원이 될 거라면 관련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축산 관련 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한농대 한우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한농대는 졸업 후에 6년 이상 의무영농을 하지 않으면 학비를 내야 하거든요. 공무원이 되면 그동안 무료로 지원 받은 학비를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입학했는데, 생각보다 축산업 공부가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적성에 잘 맞아서 공무원에서 축사 경영으로 진로를 변경했죠.”
우리축산 경서연 대표
한농대에서 배운 축산 관련 지식들은 현재 경서연 대표가 한우를 사육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사료학을 배웠기에 어떤 사료를 먹어야 소에게 좋은지 알 수 있었고, 지금 자가 사료배합을 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또한 학교에서 배운 분만 지식으로 난산을 하는 어미소를 도와 송아지를 힘껏 잡아당겨 빼내 주기도 하고 갓 태어난 송아지의 탯줄도 소독해 주고 있다.
“실습은 완주의 축산농가에서 10개월 동안 했어요. 그때 어미소에게 백신을 놓는 방법이나 송아지의 설사를 치료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지요. 아버지에게도 배울 수 있지만 사실 가족이라 편하다 보니 오히려 무언가를 배울 때 불편한 것도 있거든요. 제가 처음 축사를 책임질 때도 아버지와 의견 충돌이 있었고요. 그런 면에서 후계농들은 실습을 통해 노하우나 지식을 배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소

한농대에서 배운 축산 관련 지식들은
현재 경서연 대표가
한우를 사육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축산업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지워나가다

시작은 아버지가 가꾸어온 축사로 시작했지만 경서연 대표는 자신의 축사를 새롭게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 3년 내에 현재 한우 100두에서 150두까지 늘린 후 독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 축사를 만들면 완전한 방목장은 아니더라도 소들이 충분히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밀집 사육한 소들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거든요. 마블링이 많은 한우를 선호하는 분들도 계시고 방목해서 살코기가 많은 한우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경서연 대표가 또 하나 꿈꾸고 있는 것은 한농대 한우학과 여학생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경서연 대표가 학교를 다닐 때도 한우학과에 여학생은 3명에 불과했다. 축산업계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힘이 약하고 신경을 써줘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여학생들은 실습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저는 한우 100두를 혼자 사육하면서도 하루에 2시간 정도밖에 일하지 않아요. 배합기나 로더 등을 활용하기 때문이지요. 사육지식과 경험, 그리고 기계들을 적절히 사용하면 여자 혼자서도 충분히 한우를 사육할 수 있어요.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실습장을 찾기 어려운 여학생들을 위해 저희 축사를 한농대 실습장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경서연 대표는 소 개량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틈이 날 때마다 손으로 쓴 수정기록표나 번식계획을 전산화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개량 방법을 연구해보기 위해서이다. 지루하고 더딘 일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단순히 생산만 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고 이러한 소비자 요구에 맞추어 건강한 소를 키워내야 합니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축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지금처럼 계속 노력해 나갈 계획입니다. 남성 중심의 축산업에서 여성으로서 제 몫을 다하는 것, 그리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차근차근 발전해 나가는 것이 제가 꿈꾸는 축산업의 미래입니다.”

사육지식과 경험, 그리고 기계들을
적절히 사용하면 여자 혼자서도
충분히 한우를 사육할 수 있어요.

소
우리축산
주소 : 충청북도 괴산군 감물면 광전길 48-11
연락처 : 010-9891-9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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