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업인들이 의기투합한
농촌교육농장의 모델

자라니농촌교육농장 윤재필 대표

글 ㅣ 남재경사진 ㅣ 황성규
자라니농촌교육농장은 매월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해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농작물을 활용한 체험을 새로 구성하는 게 힘들 법도 하지만 여기엔 비밀이 숨어져 있다.
4명의 청년농업인들이 뭉쳐 자신의 작목으로 각각 체험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자라니농촌교육농장 윤재필 대표는 농촌교육농장에 공유플랫폼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이 뭉치다

자라니농촌교육농장 윤재필 대표
자라니농촌교육농장은 윤재필 대표를 포함해 굼벵이, 딸기, 연근 농장으로 운영하는 청년농업인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대구지역에서 각자 농장을 운영하던 청년농업인들로 자라니농촌교육농장의 공간과 자신의 농장을 활용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윤재필 대표는 알밤줍기, 방울토마토 따기, 감자 캐기, 천연염색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내 이름은 유명한 농장’이라는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유명한 대표는 딸기 수확, 딸기화분 만들기, 딸기푸딩 만들기 등의 체험을 진행한다. ‘대구연구소’ 김용운 대표는 직접 재배하는 연근을 활용한 식품가공체험과 꽃, 한약재를 활용한 아로마테라피를, ‘동물체험 팔공굼벵이농장’의 황은주 대표는 곤충을 이용한 요리, 먹이주기, 액자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는 공대를 나왔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부모님이 팜스테이를 운영하셨는데 갈수록 체험객들이 줄어드는 상황이었어요. 정말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정도라 고민이 많으셨죠. 아름다운 농촌과 건강하게 키운 농작물들이 있는데 잘 활용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제가 직접 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대구농업기술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받던 중 지금 함께하고 있는 청년농업인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대구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난 청년농업인들의 공통된 고민은 부지였다.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지만 체험객들을 수용할 만한 공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던 윤재필 대표는 청년농업인들에게 자신의 농장을 함께 활용해보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다.
“저희 농장은 부지가 꽤 커요. 그런데 저 혼자 이 공간을 다 활용하면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다면 공간이 필요한 청년농업인들과 함께하여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도입한다면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서로를 보완하는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

자라니농촌교육농장의 운영방식은 ‘따로 또 같이’다. 각자 운영하는 농장이 있기 때문에 자라니농촌교육농장이 주가 될 수는 없었다. 주말에만 딸기, 연근, 곤충 등 각자의 농장 아이템을 활용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주중에는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체험프로그램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서 자라니농촌교육농장을 함께 운영하되, 체험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확신이 생길 때는 본업을 그만두고 자라니농촌교육농장에 집중한다는 데 모두가 합의했어요. 수익 역시 각자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체험비는 본인이 갖고, 공동기금을 모아서 체험프로그램에 필요한 도구를 사거나 공간을 수리하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자신의 농장 소득 외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니 모두가 만족해하는 상황입니다.”
체험프로그램은 패키지로 운영된다. 딸기나 알밤 등 농작물이 메인체험프로그램이 되고, 공예나 음식 만들기, 천연염색, 동물체험 등 2~3가지 체험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 밴드를 통해 회원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는 체험객을 위해 새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추가하는 것도 자라니농촌교육농장의 특징이다.
“6월 1일부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면 2주 전에 모여 회의를 해요. 각자 체험프로그램을 구상해 오는데, 수확, 먹거리, 공예, 동물체험 등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또한 1~4체험장이 있는데 각 체험프로그램마다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특히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다 보니 더욱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회의 때는 건전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고객의 눈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살펴보며 ‘이 돈을 지불한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한다. 또한 블랙컨슈머가 되어 돌발상황을 연출해 보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진행되는 체험프로그램인 만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4명의 청년농업인은 서로를 보완해주는 동료이자 더 좋은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자 하는 선의의 경쟁자가 된다.
자라니농촌교육농장 윤재필 대표

제 좌우명이 ‘남하고 똑같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에요.
저희 농장에서 농작물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을 하고,
현대화된 시설과 잘 조성된 산책로,
곧 출시할 자라니 캐릭터 상품 등을 통해
마치 관광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농촌관광클린사업장 인가로 안심체험

자라니농촌교육농장이 운영을 시작한 건 지난해 8월, 한창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활동이 자제된 상황에서 체험프로그램 운영이 힘들었을 것 같지만, 윤재필 대표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대구지역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장기화되면서 많은 분들이 지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농촌의 자연 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이 방문해 주셨죠. 특히 농촌진흥청에서 농촌관광클린사업장으로 인가를 받았고, 따로 보험도 가입했어요. 체험객 분들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었죠.”
자라니농촌교육농장
자라니농촌교육농장 윤재필 대표
또한 체험프로그램마다 최대 다섯 가족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각각 체험프로그램을 분산시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자라니농촌교육농장에 방문하면서도 코로나19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마음 한편에 걱정을 떨치지 못했던 체험객들도 ‘이 정도면 코로나19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체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덕분에 운영 1년 만에 가족회원이 1,150명으로 늘어났다.
“저희는 농촌교육농장이자 관광의 성격도 갖고 있어요. 농촌진흥청 청년경쟁력제고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설을 현대화하고, 리플릿이나 캐릭터 등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단순히 농작물이나 체험프로그램만으로는 체험객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고 생각해서죠. 제 좌우명이 ‘남하고 똑같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에요. 저희 농장에서 농작물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을 하고, 현대화된 시설과 잘 조성된 산책로, 곧 출시할 자라니 캐릭터 상품 등을 통해 마치 관광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재필 대표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뜻이 맞는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하며 농촌교육농장, 그리고 농촌체험프로그램의 공유플랫폼화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농장의 직원이 아닌 주인이 되어 함께해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농업이나 농촌교육농장 등을 운영하려는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혼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함께하는 청년농업인 모두가 자라니농촌교육농장의 대표에요. 각자가 그리는 청사진을 완성하고 더욱 좋은 농촌교육농장으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자라니농촌교육농장
주소 : 대구광역시 동구 구암3길 23
연락처 : 010-4628-0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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