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을 넘어 치유로,
메디컬팜을 꿈꾸다

해뜰목장 삼남매
안현규, 안준우, 안지혜

글 ㅣ 하은지사진 ㅣ 이제형
파란 하늘 아래 싱그럽게 펼쳐진 넓은 들판.
하동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해뜰목장은
직접 키우는 젖소들과 양, 말, 염소 등 동물들과의 교감은 물론
요거트와 치즈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등을 제공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부모님의 뒤를 이어 해뜰목장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삼남매는
각자의 전문성을 앞세워 해뜰목장의 오늘과 새롭게 펼쳐질 내일을 함께 그리고 있다.

철저한 업무분장으로
해뜰목장을 새롭게 이끌다

해뜰목장
해뜰목장은 젖소를 키워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업을 메인으로 생산한 우유를 활용해 치즈 등 유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유가공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여기에 목장 체험 및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운영하는 등 하동의 대표적인 체험형 목장으로도 유명하다.
“1992년 젖소 6마리로 시작해 30년간 부모님이 해뜰목장을 운영해 오셨어요. 목장 특성상 외지에 있다 보니 친구도 많이 없었고 항상 동생들과 목장에서 놀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장일에 관심이 생겼고 이쪽이 저와 맞다고 생각해 전공도 축산을 선택해 지금 이렇게 목장일을 하게 되었어요.”
해뜰목장 삼남매 중 첫째인 안현규 씨는 대학에서 축산학과를 전공하고 현재 해뜰목장에서 젖소 등 동물을 키우는 업무와 납유, 치즈 및 요거트 생산 등의 업무를 주로 전담한다. 자유방목과 동물복지를 고려한 전문적인 케어를 통해 건강한 우유를 생산하는 등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축산과 함께 유가공을 배웠는데, 우연히 교수님의 추천으로 가공치즈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약 1년 반 정도 있으면서 생산과 판매, 유통 등의 과정을 배웠죠. 그 때의 경험이 유가공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사실 평생을 목장에 있으면서 도시생활에 대한 기대도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안맞더라구요. 전 역시 젖소 키우고 풀관리 하는게 딱인가봐요(웃음).”
둘째 안준우 씨 역시 목장일에 대한 관심에 형처럼 축산학과를 준비했다. 하지만 형과 같은 전공이면 다툼이 있을 수 있을 것을 우려해 식품공학으로 전공을 변경, 대학생때부터 축산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저는 교육 쪽에 관심이 많아 현재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기본 구성으로는 송아지 우유주기, 말 당근 주기 등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목장체험과 아이스크림, 치즈, 피자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어요. 최근에는 여동생과 함께 ‘동물모양 빵 만들기’와 ‘쿠키만들기’ 체험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해 선보이고 있답니다.”
삼남매의 막내인 안지혜 씨 역시 최근 마지막으로 해뜰목장에 합류했다. 조형예술과 미술교육학 석사를 졸업한 지혜 씨는 뛰어난 미적 감각으로 해뜰목장의 팸플릿 및 젖소 캐릭터를 만들거나 체험장 리모델링과 내년에 새로 오픈할 카페 등의 인테리어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상품상세페이지 제작 및 인스타그램을 통한 홍보와 마케팅도 지혜 씨의 몫이다.
“저와 동생들이 각자 잘하는 부분을 맡아 운영하다보니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매출도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어요. 서로 의견을 주고 받다 간혹 다투기도 하지만 그래도 각자 맡은 바 임무는 확실히 하면서 저희 삼남매 모두 즐겁게 일하고 있답니다.”
해뜰목장

축산과 함께 유가공을 배웠는데,
우연히 교수님의 추천으로
가공치즈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약 1년 반 정도 있으면서 생산과 판매,
유통 등의 과정을 배웠죠.

언제나 함께,
주변 농가와의 협업으로
상생을 이루다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귀농한 2030청년 가구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30대 이하 귀농가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청년들의 귀농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농업이라고 하면 땡볕에서 갖은 고생을 하는 너무 힘든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젊은이들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라서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말이죠. 청년들도 충분히 농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저희와 같은 청년 농부들과 함께 청년농업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위한 활동도 펼치고 있답니다.”
해뜰목장 삼남매는 목장의 운영 뿐 아니라 주변 농가와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등을 통해 지역 농가 발전에도 힘쏟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지역 농가들과 함께 팜파티를 기획·개최하여 지역 농가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도 했다.
“저희는 목장을 하기 때문에 소와 유제품만 취급하지만 다른 농장들은 딸기나 블루베리, 감 등 다양한 작물을 판매해요. 모두가 함께 모이면 더 다양하고 더 큰 무언가를 할 수가 있어요. 항상 주변과 함께 어울리고, 서로 도와가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더 잘되는 것이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공감해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2030청년의 귀농이 늘었지만 마을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다 탈농하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해뜰목장 삼남매는 이같은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주변을 보면 힘들어 하는 것이 취미생활 등 다른 건 하지 않고 오로지 일만 하는거에요. 그러면 당연히 너무 힘들어요. 청년들은 특히나 더 그렇죠. 농업 외에도 다른 취미생활이나 여가시간을 누리는 게 중요해요.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키우는 작물의 사진을 찍어 전시를 한다거나 지역 주민들과 함께 농사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시길 바라요. 농촌에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답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저희가 지니고 있는
자연경관과 동물 등 주변 환경을 활용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메디컬팜 준비도 진행하고 있어요.

해뜰목장

해뜰목장이 꿈꾸는 내일,
메디컬팜

메디컬팜은 농촌 경관이나 농업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치유하는 사회적 농업의 하나이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같은 유럽에서 시작됐으며 네덜란드에서는 1,100개 이상의 메디컬팜이 운영, 연간 2만 명 가량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저희가 지니고 있는 자연경관과 동물 등 주변 환경을 활용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메디컬팜 준비도 진행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동물교감 치유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드리는 등 단순 체험을 넘어 사회복지에 기여하고자 해요.”
해뜰목장
해뜰목장
해뜰목장 삼남매는 물론 부모님들까지 온가족이 향후 메디컬팜 운영을 위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안현규 씨의 경우 교육대학원을 다니며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으며, 안준우 씨와 안지혜 씨 역시 메디컬팜을 위해 각각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교원 자격증을 취득했다. 삼남매의 부모님도 힘을 보태고자 대학원에 진학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메디컬팜의 필요성과 가치가 높아지면서 현재 정부에서도 메디컬팜의 확충을 위해 지난 2018년 5월 ‘사회적 농업 협의체’를 발족시켰으며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도 만들어 올해 3월 공포하는 등 확대에 나서고 있다.
“메디컬팜은 아직 시작단계로 한국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앞으로 메디컬팜 시장이 큰 주목을 받을 거라 생각해요. 복지의 영역을 농업에 접목시켜 사회적 약자를 돌봄으로써 농가의 소득 증대는 물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인 부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한다면 농림축산식품부나 보건복지부 등 정부와 연계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저희 해뜰목장에서 많은 분들이 즐거움과 함께 힐링까지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해뜰목장
주소 : 경남 하동군 옥종면 양구1길 31-104
연락처 : 010-3583-4795, 010-3797-4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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