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고구마는
건강한 토양과 친환경농법에서 시작된다

황토유기농원 한기백 대표

글 ㅣ 김진경사진 ㅣ 박형준
황토유기농원은 한기백 대표의 아버지가 황토농원으로 시작한 농장으로,
2000년대 초 유기농업을 시작하면서 고구마를 주 작목으로
양파, 녹두, 김장 무, 봄 무 등을 재배하고 있다.
농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농산물은 전부 유기농으로 재배해 친환경 인증을 받았으며,
한기백 대표가 합류하면서 스테비아 고구마를 개발·생산하며 새로운 소득을 올리고 있다.

건강한 고구마 재배의
정답은 ‘친환경’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는 한기백 대표는 친환경농업에 주력하고 있다.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긴꼬리투구새우는 깨끗한 환경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생물이다. 그 새우가 한 대표 농장의 논에서 자라고 있다.
긴꼬리투구새우는 친환경농법을 시작하자마자 모습을 드러냈다. 포식성이 강하고 논바닥을 휘젓는 습성 덕에 햇빛을 차단하고 수중 잡초의 발아를 막아준다. 또한 해충의 유충도 잡아먹는다.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니 그 이상의 보답을 해내고 있다.
황토유기농원
“유기농업을 시작면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을 지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생명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친환경적인 농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건 어릴 때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다가 농약으로 고생했던 일 때문이에요. 그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열망은 고구마에도 당연하게 녹아있다. 한기백 대표는 고구마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고, 비타민과 영양제를 밭에 살포하고 있다. 씨고구마를 병들지 않게 잘 보관하는 데도 힘쓴다. 그의 이런 정성과 함께 무안의 붉은 땅이 지닌 힘이 좋은 품질의 유기농 고구마를 기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고구마를 재배하면서 가장 큰 건 고구마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구마도 저장 중에 숨을 쉬기 때문에 가스가 생겨요. 그 가스를 잘 배출해주는 일이 중요하죠. 또한 고구마 저장온도를 설정하여 온도의 변화가 없도록 매일 신경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품질이 좋고 맛도 뛰어난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적인 농장을 만들고 유지하는 건
어릴 때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짓다가
농약으로 고생했던 일 때문이에요.
그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황토유기농원

꿈 많던 PD,
아버지의 땅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다

한기백 대표의 부모님은 20대 때부터 농업에 종사해 왔다. 한기백 대표는 자연스럽게 어린시절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돕고, 밭에서 뛰어 놀았다. 그 과정에서 농업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쌓여갔다.
“하지만 젊은 시절을 온전히 농사에 투자할 생각은 없었어요. PD를 꿈꿔서 이를 위해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어요. 졸업 후엔 방송 관련 일을 하면서 한 영상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그런데 어느 날 촬영을 하다가 13m 높이에서 떨어지는 큰 사고를 당했어요. 젊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다리에 후유증이 생겼고 이상하게 불안감이 쌓였죠.”
건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 밑바닥에서 술렁거렸다. 그래서 조금 더 서둘러 농업으로 복귀했다. 미디어 분야 경쟁이 심했던 이유도 있었다. 시련이 한 대표를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이끌었던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기백 대표는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하기로 결심했다.
“27살에 농장으로 내려와 농사일을 돕다가 전문적인 농업인의 길을 가기 위해 한농대 입학을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과는 식량을 책임질 수 있는 식량작물학과를 선택했죠. 고구마도 식량자원이니까요.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시 가다 보니 솔직히 걱정도 앞섰지만 같은 꿈을 꾸는 20살 동생들을 보니 힘을 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황토유기농원
황토유기농원
한농대에서 농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을 배우고, 실습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한기백 대표는 실습장을 선택할 때 일단 규모가 큰 농장을 찾았다. 작은 농장에서는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한정적이고 넓은 시야를 갖기엔 부족함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알아본 결과 김제에 있는 고구마 농장을 발견했다.
“김제의 고구마 농장은 제가 찾고 있던 고구마와 단무지 무를 함께 재배하던 농장이었어요.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실습을 진행했는데, 부족한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실습 기간은 한농대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어요.”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시 가다 보니
솔직히 걱정도 앞섰지만
같은 꿈을 꾸는 20살 동생들을 보니
힘을 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황토유기농원

농사에 큰 힘이 되어준
한농대

황토유기농원
한농대를 졸업 후엔 이론과 실습장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황토유기농원을 본격적으로 이끌어 나기가 시작했다. 그리고 농업 환경에 따라 어떻게 응용을 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구마밭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수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한기백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고구마는 가뭄이 올 때면 수분을 찾아 땅속으로 깊이 들어갑니다. 이때 고구마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죠. 그러면 저장성도 높아지고 맛도 좋아집니다.”
현재 한기백 대표는 생산한 고구마를 먼저 연락을 해온 친환경업체에 유통하고 있다. 또한 한 살림 생산자로 활동하며 전국 한 살림매장에 고구마를 납품하고 있다. 특별한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지만, 맛을 보고 먼저 찾아주는 업체들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판로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여전히 한농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현재 식량작물학과 2학년 재학생들의 현장교수로 활동하고, 저희 농장을 한농대 실습농장으로 지정하기도 했고요. 또한 대부분 졸업 후엔 교수님들과의 유대관계가 많이 소원해지는 편인데, 자주 찾아뵙기 위해 노력해요.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품종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많이 들을 수 있거든요. 한농대에서의 인연들이 무척 소중하고, 지금 농장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한기백 대표는 아이스 군고구마 사업을 시작해보려고 아이템과 설비 등은 구상해 놓은 상태다. 고구마를 생산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 가공식품까지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차츰차츰 하나씩 도전하여 맛있는 아이스 군고구마 제품을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저는 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았고, 현재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후계농들은 현재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저것 시도해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시작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여러 경험을 쌓고 시작한다면 분명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에요. 저도 제가 농사를 짓고 있는 땅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고구마와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황토유기농원
주소 : 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 현화로 135-10
연락처 : 010-6722-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