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환경정보 기술력으로
세계의 탄소중립과
식량확보에 기여하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국제기술협력과 최선태 과장

글 ㅣ 김주희사진 ㅣ 박형준
토양은 생태계의 기초이자 인간과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공간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우리가 먹고 있는 식량의 95%가 직·간접적으로 토양과 연관돼 있다고 한다.
뛰어난 품종과 농업기술이 있어도 토양이 건강하지 않으면 작물이 잘 자랄 수 없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국제기술협력과는 토양환경정보에 대한 축적된 데이터와 혁신기술을 활용해
중남미·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기술협력과 최선태 과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탄소중립을 위한 아시아
토양지도 발간 사업 추진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 개발협력파트너국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 개발협력파트너국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 국제기술협력과는 K-농업기술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중남미 등 국가들의 농업 관련 문제들을 국제사회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후변화 등 전 세계의 공동현안에 대해 한국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하고, 요구되는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일을 한다.
“농업분야에는 정책이 있고, 이를 지원하는 기술들이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정책을 리드하고 정책이 기술 발전을 이끌지요. K-농업기술을 더욱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국제연구기관, 각 나라의 농업정책 관련 기관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큰 현안은 탄소중립이다. 토양은 대기보다 탄소량이 3배나 많은 지구상 가장 큰 유기탄소 저장고로, 토양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대기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인다면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999년부터 ‘농업환경 자원 변동 평가’를 통해 농경지의 유기물 함량을 확인한 결과, 논에서 23%, 밭에서 13%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토양 내 유기물함량의 약 58%로 존재하는 토양유기탄소가 대기로 배출되지 않고 논밭에 저장되어 탄소중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은 농업인에게 지속가능한 토양관리법을 권장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토양관리 방법을 적용할 때 20~30년 후 토양 내 탄소저장량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예측하는 토양유기탄소격리지도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FAO는 지속적인 토양관리를 위해 지난 2016년 6월, 농촌진흥청에 협력을 요청해왔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2019년 9월, AFACI와 FAO 간 협약을 체결하고 AFACI 13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토양지도 발간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지역별 토양의 유기탄소량이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조사해 표시하는 아시아 토양지도 구축사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14개 회원국, 50여 명의 토양전문가가 참여해 수행됩니다. 이 과제의 결과물이 국가별 탄소제로정책 추진에 중요한 정보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제기술협력과는 올해 말까지 아시아 국가의 토양특성을 집대성한 아시아 토양지도 제작을 완료함으로써 지속가능한 토양관리체계를 구축해 농업 생산성 증대와 국제적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글로벌 토양유기탄소지도 v1.5 구축(예정)

지속가능한 토양관리체계를 구축해
농업 생산성 증대와 국제적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디지털
토양환경정보시스템 구축으로
작물 생산량 향상

IRAKA 토양정보시스템 웹사이트
IRAKA 토양정보시스템 웹사이트
국제기술협력과에서는 지난해 ‘콜롬비아 디지털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를 냈다. 농촌진흥청은 중남미에 필요한 농업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4년 한-중남미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인 KoLFACI를 설립했다. 현재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국가들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디지털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은 토양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분석하여 작물에 적합한 재배지를 선정하거나 적절한 비료 처방 등 과학 영농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최근 기후변화와 토양양분 관리 소홀 등으로 농업생산성이 낮은 중남미 국가에서는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개발 재원과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 개발협력파트너국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 개발협력파트너국
이에 따라 KoLFACI는 지난 2017년부터 콜롬비아를 포함한 중남미 7개국과 함께 ‘중남미 토양환경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를 추진했다. 이번에 콜롬비아에서 거둔 성과는 콜롬비아 최초의 디지털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인 ‘이라카(IRAKA)’를 구축한 것이다. 콜롬비아는 이라카 구축으로 콜롬비아 고원지대의 12가지 토양특성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그 결과를 웹서비스를 통해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콜롬비아 농업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토양특성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농경지를 비옥하게 관리하고, 작물 생산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성과는 이 사업에 참여한 모든 연구원들의 노력과 헌신 덕분입니다.”
이라카는 앞으로 전국 단위 토양정보를 제공하고, 토양특성 이외에 기상환경 정보 등을 포함하는 통합환경정보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러한 성과를 정리한 연구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인 카테나(CATENA, IF 4.3)에 게재되면서 과학적 성과를 크게 인정받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하는 사업 추진할 것

국제기술협력과는 ‘국가 간의 공동문제에 대한 R&D를 주도하고, 국가 간의 기술격차를 줄이자’를 구호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1960년대에 FOA의 지원을 받아 토양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당시 어느 지역에서는 농사가 잘 되었는데, 어떤 곳은 잘 되지 않았죠. 조사한 결과, 원인은 땅이었습니다. 토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지역과 땅에 어떠한 작물이 적합한지를 분석할 수 있었고, 이러한 노력들이 기반이 되어 지금의 농업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지금, 우리의 농업기술을 필요로 하는 나라에게 공유하고 지원하는 일은 당연합니다.”
최선태 과장이 디지털 토양환경정보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선태 과장이 디지털 토양환경정보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업기술 협력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성과 역량 개발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일시적으로 활용된다면 실제 농민들의 삶에 다가가지 못한다. 또한 해당 나라 연구원들의 역량 개발이 없으면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 기술 습득과 지속적인 연구로 자국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게 하는 것이 국제기술협력과의 목표다.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 회의에 참석하면 한국의 경험을 어떻게 다른 나라에 적용할 것인지 논의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그 나라의 토양이나 농업 현황을 모두 공개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죠. 신뢰를 구축하고 국가별 목표를 세운 후 농업기술 전수와 공유를 진행합니다. 함께 논의하고 협력하며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죠. 앞으로도 국제기술협력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농업기술 협력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빵을 줄 것인지, 빵을 만드는 기술을 줄 것인지, 아니면 빵의 재료가 되는 밀을 키우는 기술을 줄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빵은 바로 효과는 있지만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국제기술협력과는 밀을 키우고 빵을 만드는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그 나라의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인류의 문제인 식량안보와 기술격차를 해결하는 데 분명 기여할 것이다.
아시아 토양유기탄소지도 v1.5 구축

콜롬비아는 이라카 구축으로
콜롬비아 고원지대의 12가지
토양특성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그 결과를 웹서비스를 통해
제공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