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
신품종으로 만나는
우리 여름과일
글 ㅣ 편집부 자료 ㅣ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익지 않은 열매보다 해로운 것은 없다’라는 이탈리아 속담처럼, 제철에 잘 익은 열매를 먹는 것은 자연의 순리와 같다.
여름철엔 잘 익은 다양한 여름과일들을 맛볼 수 있는 즐거운 계절이다.
바로 지금,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새콤달콤하고 향기로운 여름과일들을 만나보자.
맛은 물론 건강에도 이로운
여름과일
과일을 싫어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는 일상에서 과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섭취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과일소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인당 연간 과일 소비량을 57.5kg으로 나타났다. 과일을 매일 섭취하는 이유로는 40.6%가 ‘건강에 좋아서’를 뽑았으며, 과일소비를 늘리겠다는 소비자 비중은 49.8%로 조사되었다.
또한 과일을 고를 때는 96%가 생과일 위주로 구매했으며, 국산과일 소비비율은 67%에 달했다. 이처럼 과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으며, 다양한 과일들을 맛볼 수 있는 여름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사람들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름에 과일을 섭취하는 이유로는 ‘맛’과 ‘건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름에는 유독 맛있는 과일들이 시장에 나온다. 여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원한 수박, 새콤달콤한 자두, 향까지 좋은 복숭아, 과즙을 듬뿍 느낄 수 있는 포도, 초록빛이 싱그러운 사과, 갈증을 해소해주는 여름배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이러한 여름과일들은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또한 여름과일들은 무더운 날씨로 지친 입맛을 살려주고, 부족한 수분을 보충해주는 역할도 한다. 수박, 자두는 수분이 90% 이상 함유되어 있으며 복숭아, 포도, 배, 사과 등도 80% 이상 수분으로 갈증이 날 때 물 대신 먹어도 충분히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과일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며 강한 햇볕에 자극을 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고 기미와 주근깨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여름사과 ‘썸머킹’
복숭아 ‘스위트퀸’
여름 사과·여름 배 품종 개발로
외국산 대체 효과
농촌진흥청은 변화된 소비문화와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과일 취향을 만족시키고, 국산 과일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신품종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먼저 여름에 먹는 초록사과는 일반적으로 ‘쓰가루(아오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쓰가루’를 맛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껍질이 두껍고 과육이 질긴 텁텁한 맛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제대로 성숙되기 50일 전부터 덜 익은 상태로 시장에 출하되기 때문이다. ‘쓰가루’는 8월 하순이 되어야 제대로 성숙하며, 원래는 초록색이 아닌 빨간색 사과다.
사실 덥고 다습한 우리나라의 여름은 서늘하고 건조한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사과가 견디기엔 힘든 기후다.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에서 제대로 성숙한 여름 사과는 금방 푸석거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에서 여름에 수확할 수 있는 우수한 사과 품종을 육성하고자 노력한 결과, 여름사과 시장을 평정할 ‘썸머킹’과 ‘썸머프린스’ 품종을 개발했다. ‘썸머킹’은 7월 중순에 출하되는 품종으로 과즙이 풍부하고 당산비(당도 11∼14브릭스, 산도 0.4∼0.7%)가 좋아 여름사과 중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이와 함께 ‘썸머프린스’는 2016년부터 묘목을 보급해 지난해부터 시장에 나온 최신 품종이다. 출하 시기는 7월 초·중순으로 빠른 편이며, 색과 모양은 ‘썸머킹’과 비슷하다. 현재 ‘썸머킹’과 ‘썸머프린스’는 달콤하고 아삭한 맛으로 쓰가루 품종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여름부터 맛볼 수 있는 배 품종이 개발되었다. 8월 중순에 수확하는 ‘한아름’은 농촌진흥청에서 지난 2001년에 개발한 품종으로, 어른 주먹만 한 크기라 혼자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또한 과즙이 많고 당도가 13브릭스로 높아 달콤하다. 특히 껍질이 얇아 깎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어 편리성을 추구하는 요즘 소비 트렌드에 적합한 품종이다.
다양한 맛·농가 소득창출·국가
경쟁력 향상까지!
포도 ‘홍주씨들리스’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복숭아다. 복숭아는 털이 없는 천도(nectarine)와 털이 있는 복숭아(peach)로 나뉜다. 속살 색상에 따라서는 백육계(하얀색)와 황육계(노란색)로 구분한다. 천도는 씻어서 바로 먹을 수 있어 편리하지만 신맛이 약점이고, 털복숭아는 달콤하지만 털이 있어 먹기 불편하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기존 천도의 단점을 보완해 시지 않고 달콤한 천도 ‘옐로드림(황육계)’, ‘스위트퀸(황육계)’, ‘이노센스(백육계)’ 3품종을 개발했다. 이들 품종은 당도가 12.5브릭스에서 14.5브릭스에 이른다. 특히 신맛(산) 함량이 모두 0.3% 이하로 기존 천도인 ‘선프레’, ‘천홍’과(약 0.9%)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포도는 알맹이만 먹고 껍질과 씨는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샤인머스캣, 크림슨씨들리스, 오톰크리스피 등 외국산 포도는 껍질까지 먹을 수 있고 씨도 거의 없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씨가 없고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홍주씨들리스(Hongju Seedless)’를 개발·보급하고 있다. 무게는 500∼600g이고 식감이 아삭하며 은은한 머스캣향이 나는 품종으로 새콤달콤한 맛을 자랑한다. 수확적기는 9월 중순이지만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여름과일의 맛을 가을에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살구와 자두를 접목한 ‘플럼코트’, 하트모양의 작고 단단한 자두 품종 ‘젤리하트’, 여름이면 빼놓을 수 없는 수박의 신품종인 흑피수박, 애플수박 등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과일 신품종들은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즐거움을, 농업인에게는 신소득 창출을, 국가적으로는 외국산과일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를 줄이고 과수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무더운 여름,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여름과일에 푹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