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와 혁신으로
딸기 농업의 새 길을 열다

담청랩 강경필 대표

글 ㅣ 남궁소담 사진 ㅣ 박형준
담청랩 강경필 대표는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든 지 3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스마트팜을 만들어 농사 데이터를 축적하고, 가공식품을 개발하여 국내는 물론 해외로 수출까지 이루어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딸기를 더 널리 알리고자 개발한 스틱형 딸기잼으로
전라남도농업기술원 ‘청년창농타운 우수 창농기업 경진’대상을 수상했다.
오랜 시간 딸기를 연구하고, 귀농을 준비해온 경험이 축적된 결과였다.

귀농 준비하며 수출 공부해

담청랩 강경필 대표
담청랩은 전남 나주에 위치해 있다. ‘담청랩’에서 ‘랩’은 실험실(laboratory) 또는 연구소를 뜻한다. 새로운 시도와 혁신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픈 강경필 대표의 철학을 담은 이름이다.
“농업은 3년 전부터 했지만, 귀농 준비는 7년 전부터 했습니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농업은 제게 익숙했지요. 딸기 농사를 곁에서 지켜본 것만 해도 20년은 될 거예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제약 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했다. 열심히 농사지은 작물들이 공판장에서 제대로 가격을 받지 못할 때 좌절하는 부모님을 보며, 영업적인 측면에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컨대 공판장에서는 1만 원하는 딸기가 마트에 가면 2만 3천 원이 되는 이유가 뭘까,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싸게 팔 수 있을까 생각을 거듭했던 것이다.
“해외 영업을 하러 나가보니 한국 딸기가 불티나게 팔리더라고요. 그런데 왜 정작 한국에서는 딸기 가격이 폭락할까 궁금했죠. 문제 인식을 했으니 나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보고 싶었습니다. 수출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죠.”
강경필 대표는 귀농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수출을 공부했다. 호주 유학 경험이 있어 영어는 웬만큼 자신이 있었지만, 제약회사에서는 국내 영업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해외 진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코트라에 인턴으로 들어가 해외 전시회도 나가고 해외 무역 실무 경험을 쌓았다.
“영농조합법인에 들어가 해외영업팀에서 5년간 일했어요. 이곳에서는 나주배를 즙으로 가공해서 판매했는데요. 가공도 배우고 수출 실무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애초에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았습니다.”

농부가 만들면
가공식품도 다르다

영농조합법인에서 일하면서 가공식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농업에 대해서 항상 생각하고 있다 보니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그때 고안했던 다섯 가지 제품 중에 하나가 바로 ‘스틱형 딸기잼’이었다. 담청랩의 ‘푸르아 스틱 딸기잼’은 이미 해외 수출을 이루어냈다.
“딸기잼은 대기업에서도 흔하게 만드는 제품이지요. 하지만 담청랩의 스틱 딸기잼은 다릅니다. 일단 딸기 함량이 굉장히 높아요. 딸기 70%에 알룰로스 30%이죠. 무늬만 딸기맛이 아니라 진짜 딸기로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2023년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동결건조칩’과 ‘딸기식초’역시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 동결건조칩은 기존 기업에서는 대부분 냉동딸기로 만들지만, 담청랩에서는 생딸기를 바로 동결 건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맛과 향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공장에서는 쉽게 구하고 규격화할 수 있는 딸기를 선택하지만, 강경필 대표는 농부로서 좋은 딸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해외 수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플리마켓이나 직거래를 통해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어요. 담청랩은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며 격려해 주실 때 힘이 나지요.”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의 창농타운에 입주하여 레시피 개발에 도움을 받았다. 초기 스타트업이 갖추기 힘든 설비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레시피를 개발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불 수 있었다. 또한 가공식품을 이미 경험해본 현장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값졌다.
재배 중인 딸기를 살펴보는 강경필 대표

앞으로는 농장을
수출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우수한 우리나라 원예기술과
섬세한 스마트팜이 있다면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식 딸기 농장을
짓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딸기 농장 수출이
앞으로의 꿈

강경필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농업의 데이터화다. 양가 부모님을 보면 관행농으로 정해진 날짜에 심고 재배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날씨는 여름엔 더 더워지고 겨울엔 더 추워져 새로운 기준점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스마트팜을 도입해 데이터 수집에 애쓰고 있다.
“우리가 농업에서도 AI를 얘기하지만 사실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거든요. 무엇 때문에 생산량이 변했는지는 농부만 알고 기관에서도 데이터화하기 힘들었지요. 그런 것들을 데이터화해서 딸기 품질을 균일화하고 싶어요. 제가 기른 딸기 종자를 다른 농업인들에게 분양하고, 환경 데이터를 보면서 같이 운영해간다면 균일화된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는 물리적 여건상 광주 지역에만 당일 딸기를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만약 담청랩 육묘 종자 기술로 서울, 대전 지역 농장에서도 재배한다면 전국에서 직거래가 가능할 수 있다.
강경필 대표는 농업 3년차에 계획한 바를 모두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1~2년차 때는 어려움도 많았다. 도시에서는 한 달 일하면 다음 달에 근로소득을 받을 수 있지만 농사는 1년 동안 거의 소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빚을 내서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감도 컸다. 그렇기에 강경필 대표는 청년농업인들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농업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가로서의 생각도 있어야 해요. 판로가 다양하거나 가공식품을 개발해 놓으면 농사가 잘 안 되었을 때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거든요. 청년농부들이 농업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소비자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려요.”
앞으로의 꿈은 소비자들에게 딸기를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농부로서 딸기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길러지는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도시 한복판에 이동형 농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또한 가공품 수출에 그치지 않고 딸기 농장을 수출하는 것이 큰 꿈이다.
“앞으로는 농장을 수출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우수한 우리나라 원예기술과 섬세한 스마트팜이 있다면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식 딸기 농장을 짓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딸기농장 스마트팜 설비
재배 중인 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