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사람처럼
흙을 만지며
단순한 기쁨을 되살리다
안동 토락토닥마을
글 ㅣ 김그린사진 ㅣ 정송화
경상북도 안동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전통을 떠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인 안동하회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동에 또 하나의 명소가 있다. 바로 안동 토락토닥마을이다.
국내 다양한 치유농장 중 유일하게 선사문화를 콘셉트로 한 이곳은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특별한 마을이다.
도예체험하며 선사문화 즐기기
경북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에 위치한 토락토닥마을에 들어서면 연둣빛 자연에 눈이 편안해진다. 사방 그 어디를 보아도 자연의 숨결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다. 탁 트인 하늘이 드넓게 펼쳐지고 그 아래에 다정한 산과 나무들이 보인다. 앞으로는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토락(土樂)토닥’이라는 이름은 흙으로 즐거움을 찾고 흙에서 위로를 얻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한다. 시간을 빚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 토락토닥마을이다.
선사문화를 접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도예체험이다. 이곳 마을에서는 어디서든지 정겨운 흙냄새를 맡을 수 있다. 흙을 주제로 한 도예체험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흙놀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흙은 사람이 태어나고 돌아가는 곳이자,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땅이기도 하다. 마치 선사시대로 돌아간 듯이 흙을 가지고 토기를 만들어 본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흙을 이리저리 주물러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든 후, 반건조하고 소원암각화를 조각한다. 선사시대 사람처럼 빗살무늬 토기를 만드는 등 원하는 모양의 그릇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하트 모양, 토끼 모양, 고양이 모양 등 재미있는 그릇들이 빚어진다.
도예체험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전반부에는 흙으로 그릇 형태를 만들고 후반부에는 접시를 조각하고 문양을 새긴다. 그릇 형태가 완성되면 건조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때 주변을 거닐며 자유 시간을 갖는다.
교과서 속 유물이 눈앞에
산책길을 따라 20여 분을 걸으면 마애솔숲공원 안에 있는 마애선사유적전시관이 나온다. 마애솔숲 문화공원 조성사업을 계획하면서 실시한 지표 조사에서 구석기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 382점이 발견되어 전시관이 건립되었다고 한다. 안동지역에서는 구석기시대 추정 유물이 처음 발견된 곳이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은 안동 지역 구석기시대 문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주먹도끼, 찍개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석기 제작 과정과 석기 종류 등을 알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다. 흙으로 그릇을 빚고 나온 터라 전시관에서 만나는 유물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이 생활을 위해 토기를 만들고 돌을 깨어 도구로 활용했듯이 오늘날 우리도 흙으로 그릇을 만들고 다양한 도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니까 이곳에 오면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시간 안에 흐르고 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다시 토락토닥 마을로 돌아가 선사문화 놀이를 조금 더 즐겨본다. 지역 농산물로 꼬치를 만들어서 구워 먹을 수 있는데, 고구마, 방울토마토, 무 등을 꼬치에 끼워 불에 굽다보면 마치 원시인이 된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가만히 앉아서 불이 타오르는 것을 바라보면 생각이 비워져 머릿속이 맑아진다. 쌈채소, 고추, 오이 등 지역 농산물을 수확한 뒤 팜파티도 가능하다.
흙이 주는 오롯한 기쁨
토락토닥마을 권숙희 대표는 차를 좋아해 전통 찻잔 다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도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흙이 가진 치유 기능에 주목하여 도예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어린아이들이 흙을 갖고 놀 듯 심신이 지친 어른들도 흙을 만지다 보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활동이다.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흙 촉감에 집중하다 보면 누구나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도예체험으로 만들어진 그릇은 마무리 작업을 거쳐 한 달 뒤에 집으로 배송된다.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릇을 곧바로 집에 가져갈 수 없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한 달 후 오늘을 다시 추억할 수 있다는 점이 낭만적이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마치 내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처럼 흙으로 만든 그릇이 도착할 것이다.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린다. 많은 사람들이 안동을 한국 전통문화의 본거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동하면 불교, 유교 문화가 먼저 떠오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사문화도 깃들어 있다. 선사시대 사람처럼 흙을 만지고 그릇을 만들고 꼬치구이를 먹다 보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토락토닥마을에 가면 단순하고도 행복한 즐거움이 있다.
안동 토락토닥마을
위치 | |
경상북도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 1107 |
전화 | |
010-2544-3800 |
농촌으로의 초대
농촌진흥청에서 일상을 맞이하는 작은 여행으로 '농촌으로의 초대'를 추진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농촌체험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을 선정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