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의 역사,
전통을 빚다 부산 금정산성마을

글 ㅣ 김그린사진 ㅣ 정송화
부산 금정산성마을은 1,000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이다.
정월 열나흗 날이면 당집에서 동네 평안을 비는 ‘고당할미제’를 지내고,
양조장에서는 발로 누룩을 밟아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만든다.
대를 이어 전통을 지켜온 사람들이 빚어내는 특별한 농경문화가 있는 마을이다.

금정산성이 둘러싼 마을

부산 금정산 해발 400m 분지에 자리 잡은 산성마을에 오르면, 왠지 선선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의 평지보다 온도가 2~3도 정도 낮기 때문이다. 금정산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서서 포근히 감싸주는 이곳 금정산성마을은 부산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온천장역에서 내려 산성버스를 이용하면 쉽게 도착할 수 있다. 농경문화마을 중에서도 접근성이 좋은 편에 속한다.
금정산성마을은 90% 이상이 녹지라 어디를 둘러보아도 초록의 풍경이 펼쳐진다. 또한 예부터 공기 좋고 물 맑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중 물맛이 특히 유명하여 동래부사가 산성물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이곳 금정산성마을을 자주 찾았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다.
동래부사가 즐겨 마셨다는 샘물은 지금은 매워지고 없지만, 그 자리는 조그마한 웅덩이가 되어 물이 고여 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금정산성은 동래산성이라고도 불리는데,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성이라고 한다. 숙종 때 쌓은 것으로 문헌 기록에 남아 있다. 둘레가 1만8,845m이니 전체를 둘러보는 것은 어렵지만, 구간 구간을 거닐며 마을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마을의 평안을 비는 세시풍속

금정산성마을에는 독특한 세시풍속이 전해 내려온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고당할미제’다. 신을 모셔 두는 당집을 뜻하는 ‘고당지’에서 마을을 지켜주는 신으로 일컬어지는 고당할머니를 위한 제를 올린다. 정월 열나흗 날 자정에 모여 동네의 평안을 기원한다.
마을 주민들은 정성껏 제물을 준비한다. 과일을 비롯해서 산적, 탕국, 나물, 밥과 떡 등이 차려진다. 이때 제물로 사용하는 음식은 부정 타지 말라는 의미에서 간을 보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은 한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여 고당할미제를 치른다. 이러한 세시풍속이 1,000년을 이어왔다니 그 한결같은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사실 금정산성마을은 농사가 잘 되지 않는 땅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막걸리를 빚어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조선 초 금정산 자락 화전민들이 생계 수단으로 누룩을 빚기 시작하면서 막걸리로 생계를 이어왔다.
이후 금정산성을 쌓기 위해 각 지역에서 온 인부들이 막걸리를 맛보고 반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리하여 1979년에는 민속주 1호에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200여 민속·토속주 가운데 처음으로 민속주로 등록된 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00년 전통방식으로
막걸리 만들기

이토록 특별한 금정산성막걸리를 직접 빚어볼 수 있는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파란 포대를 깔고 둥글게 얇게 누룩을 빚는다. 마치 커다란 호떡 같다. 금정산성막걸리는 지금까지도 전통방식을 고집하여 발로 누룩을 밟아서 빚는다. 이렇게 공을 들여 누룩을 밟으면 걸쭉한 맛이 더 올라온다. 점성이 높은 금정산성막걸리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막걸리 제조방식 역시 무려 500년이 넘도록 이어져왔다.
그밖에도 도예가와 더불어 전통방식으로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산성도예는 1대 분청 이상문 도예가에 이어 2대 아안 이승문 도예가가 전통 가마를 토대로 전통도자기만을 고집하는 도요지다.
향긋한 차를 마시며 도자기를 감상하고, 도자 작업장에서 옛 방식의 기초인 타래기법으로 도자기를 만든다. 일상의 시름을 내려놓고 손끝 감각에 집중해본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흙의 감촉이 오감을 일깨운다. 흙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생명력을 가득 느낄 수 있다.
성곽을 따라 거닐며 동문을 지나 3망루에 올라 풍경을 바라본다. 1,000년을 이어온 마을에서 500년 동안 막걸리를 빚어온 사람들. 금정산성마을은 특별한 자연과 세시풍속, 체험활동을 지닌 마을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부산 금정산성마을
위치 | ‌부산광역시 금정구 땅곡길 2
전화 | ‌051-518-0014
농경문화마을이란?
농경문화마을은 농촌진흥청이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구축 사업’을 통해 육성하고 있다. 지역 고유 환경과 풍습에 의해 오랫동안 형성된 농업자원, 전통문화, 경관을 활용해 체험과 전시·문화를 체험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여행 더하기 : 국가중요문화유산
섬사람들의 지혜가 샘솟다
청산도 구들장 논

글 ㅣ 김그린
청산도 구들장 논은 2013년에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호로 지정되었다.
201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농업유산으로, 2022년에는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완도군 청산도에서만 발견된다는 구들장 논의 특별함을 만나보자.

구들장 위에 논을 만들다

청산도 슬로길 6코스를 지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구들장 논은 청산도를 여행할 때 한 번쯤 들러보면 좋을 곳이다. 산비탈의 벼들이 바람결에 춤을 추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구들장 논은 비탈진 산기슭에 논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다랑이논’, 즉 계단식 논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지만 흙 아래를 들여다보면 구들장 논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 논의 아래쪽을 살펴보면 구들장이 나온다. 구들장은 우리나라 가옥에서 전통 난방을 위해 사용했던 평평한 얇은 돌이다. 이 구들장을 논바닥에 쌓아 돌 아래 바닥으로는 배수로를 만들고, 구들장 위로는 흙을 쌓아 논을 만들었다.
이렇게 구들장 논을 만들어 놓으면 흙을 덜 쌓아도 된다. 돌이 많고 흙이 부족한 섬의 특성을 보완한 형식이다. 또한 논바닥 밑에 형성된 배수로를 통해 농업용수를 재활용하거나 담수를 저장할 수 있으며 홍수 예방도 가능하다. 구들장 논은 주민들의 협동으로 지속되어 왔다. 매년 농사가 시작될 무렵 주민들은 다 같이 모여 물길을 만들고 농업용수를 자율적으로 관리했다. 환경에 맞는 논농사의 방식을 고민하고, 협력을 통해 관개관리를 해온 조상들의 지혜이다.

슬로길을 걷는 평화로움

청산도 슬로길 6코스는 구들장 길과 다랭이 길로 나누어져 있다. 청산도만의 특이한 형태의 논과 밭을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코스다. 특히 구들장 길은 구들장 논이 펼쳐진 논길을 따라 걷는 길인데, 척박한 섬의 환경을 지혜로 이겨낸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마치 돌담 위에 논을 올려놓은 듯한 구들장 논을 바라본다. 초록의 구들장 논이 청산도의 평화로움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