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最古)
볍씨를 만나다 청주 소로1리마을

글 ㅣ 김그린참고자료 ㅣ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
채혜성 농업연구사, 최준식 농촌지도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우리나라에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쌀이 주식인 민족이기는 해도, 과연 최고 볍씨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청주 소로1리마을은 무려 1만5,000년 전 볍씨가 발굴된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

청주 소로1리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거대한 조형물이 보인다. 볍씨 모양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인간의 오랜 역사 속에서 변치 않고 남아 있는 볍씨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조형물은 낮에도 멋지지만 밤에는 조명이 들어와 더욱 근사하게 위용을 뽐낸다.
소로1리마을 이름 유래로 몇 가지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이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조선 초기 세조에 의해 지어졌다는 이야기다.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세조는 속리산을 거쳐 온양 온천으로 가는 중에 이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어디선가 글 읽는 소리가 들려와 공자가 태어난 노나라에 견줄만하다고 하여, ‘소로’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렇듯 소로1리마을은 예부터 사람이 살기 좋고 평화로운 마을로 일컬어졌다.
지도를 들여다보며 마을의 구석구석을 눈에 익힌다. 작은 마을이지만 곳곳에서 벼농사를 짓는 것을 알 수 있다. 미호천으로부터 시작하여 상봉산으로 이어지는 마을 곳곳에 농사를 짓는 가구들이 대다수다.
과거에는 소로리 들판에서 미호천으로 흐르던 냇가에 버드나무가 무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마을을 ‘버드실’이라 부르기도 했다. 지금은 농지 정리로 버드나무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큰 버드나무 한 그루가 마을 입구를 든든히 지켜준다.
이 마을에는 버드나무만큼 유명한 나무가 또 하나 존재한다. 소로리 팽나무는 농사 풍흉을 예고하는 마을 신목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팽나무 앞에 모여서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농사가 중요한 마을이니만큼 온 마을 사람들이 정성을 쏟았다.

주민 목소리 담은 마당극

소로리 볍씨가 발견된 건 1994년이었다. 당시 청주시 소로리 일원에 오창과학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수립되면서 사전 지표조사가 실시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구석기 유물들과 함께 소로리 볍씨가 발굴된 것이었다. 발굴된 고대벼 18알, 유사벼 41알은 서울대학교 방사선탄소연대측정연구실과 미국 지오크론 연구실로 보내졌다. 그리고 연구 결과, 1만3,000~1만5,000년 전 볍씨임이 판명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인정받아 미국, 영국 등 언론에 보도되고 세계 고고학 개론서인 ‘아키알러지’에 수록되기도 했다. 소로리 볍씨는 구석기 청주 지역 농경생활을 보여주는 징표이자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벼농사를 시작했다는 증표로써 그 의미가 크다. 또한 벼가 확산·전파되어 온 과정과 문화교류 등 방향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마을 주민들은 소로리 볍씨 위상을 널리 알리고자 마음을 모았다. ‘소로리 볍씨 이야기’를 마당극으로 제작하여 공연을 시작한 것이다. 마당극은 청주시 토속민요인 ‘모찌는 소리’와 ‘모심는 소리’를 편곡해 소로1리마을 주민들의 목소리로 만들어졌다. “뭉치세 뭉쳐라 어허여 못자리 뭉쳐주게”하는 가사를 반복하며 마을 사람들이 나와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대금, 피아노 등 다채로운 악기가 곁들여져 소로1리마을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다.
인류 최초 볍씨가 발견된 마을 주민들답게 마당극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하다. 농사 등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여 연습에 매진한다. 관객들에게 공연을 선보일 때는 프로연기자 못지않다. 우리 볍씨를 더욱 널리 알리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이유다.

쌀로 만든 이색 메뉴

마을 사랑방이자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소로리쌀상회에 가면 특별한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소로리쌀상회에서는 쌀을 재료로 한 다양한 메뉴들을 선보이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밥알라떼와 쌀식혜다. 아침마다 밥을 지어 만드는 쌀 음료로 맛도 좋지만, 한 잔만 마셔도 든든해 더욱 좋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쌀 쿠키는 친환경 쌀 100%로 만들어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소로1리마을의 또 하나 보물은 다랑이논 생태길이다. 비탈진 곳에 층층으로 되어 있는 다랑이논길의 구불구불한 생김새에서 자유가 느껴진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토종벼들이 자연 물결을 일구어낸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볍씨 이야기를 엮어 마당극을 올리는 주민들이 있기에 소로1리마을은 특별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발굴된 마을로서 그 특별함과 유일함은 날이 갈수록 빛을 더하고 있다.
청주 소로1리마을
위치 |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1길
농경문화마을이란?
농경문화마을은 농촌진흥청이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구축 사업’을 통해 육성하고 있다. 지역 고유 환경과 풍습에 의해 오랫동안 형성된 농업자원, 전통문화, 경관을 활용해 체험과 전시·문화를 체험하도록 제공하고 있다.